6개월안에 영어를 마스터하는 법은 없다

by 포티나이너

"6개월 안에 영어를 마스터 하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000를 했더니 정말 기적처럼 귀가 뚫렸어요."

"이제 외우는 영어에서 해방시켜 드립니다."

"000개월 안에 원어민이 되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유튜브와 블로그를 보면 이런 내용의 영상과 컨텐츠가 정말 무수히 많다. 마치 자신들의 플랫폼을 이용하면 정말로 6개월 안에 귀가 뚫리고 원어민처럼 말을 잘 할 수 있을 것처럼 과대 광고를 한다. 이들의 이런 과대 광고를 볼 때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무얼하는 걸까..라는 꼰대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육아휴직을 내고 영어공부를 한지 정확하게 7개월이 지났다. 지난 7개월 동안 나는 이들처럼 과장광고를 하는 플랫폼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그저 몇 개의 학원을 찾아다니는 학원 노마드를 몇 개월간 했고(지금은 관뒀다), 현재는 전화영어와 화상영어를 동시에 하고 있다. 6개월 동안 나의 영어실력은 얼마나 늘었을까. 일단 내가 공부를 하고 많이 뱉어본 문장(외운)은 매우 잘 얘기할 수 있다. 전화영어와 화상영어를 통해서 통화한 수십명의 외국인들에게 "너 영어 꽤 잘하네"라는 얘기를 요즘 들어 많이 듣고 있다.(딱 중급 수준이다;;) 하지만 상대방의 질문이 날카롭거나 내가 뱉어보지 못한 문장일 경우에는 바로 컴퓨터의 렉이 걸린 사람처럼 더듬거리게 된다. 일단 그 말을 본적(read)이 없고 말해본(speak)적이 없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내가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러니 그것에 대해 한글로 생각하고 영어로 변환하려는 노력도 해본적이 없고, 이 힌글 표현이 어떻게 영어로 대응될 수 있는지 고민해본 경험이 있을 수 없다.


6개월이란 달콤한 함정


휴직을 하고 학원 노마드로 여기 저기 돌아다녀 보니 자신들의 커리큘럼을 6개월 단위로 끊는 학원이나 강사들이 굉장히 많았다. 나는 지난 7개월간 국내 최대 학생수를 자랑하는 영어강사의 강의와 통번역 청취 학원 강사, 일반 청취 회화 강사, 일반 회화 강사의 강의를 들었다. 모두 짧게는 1개월에서 많게는 3개월까지 들었다. 나름 업계에서 내로라 하는 강사들이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들의 코스를 6개월로 잡아놓기는 했지만, 이게 영어 공부의 끝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여러분들이 진짜 깊은 영어의 바다에 빠지기 위해서는 뉴스,영화, 테드, 원서, 듣기, 쓰기 모두를 종합적으로 공부하셔야 해요."라고 말한다. 애초에 커리큘럼 자체만 6개월로 잡혀있을 뿐이지,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 몇 년씩 같은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한 통번역학원은 6개월에 한 코스이고 각종 시험을 통과해서 다음 레벨로 올라가는 식으로 빡빡하게 코스 운영을 하고 있다. 그만큼 영어를 배우는 게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다는 뜻일게다.


하지만 6개월 안에 영어 마스터와 원어민이란 자극적인 문구를 내세우는 업체들은 자신들의 플랫폼에 마치 새로운 비기가 있는 것과 같은 인상을 소비자인 우리들에게 끊임없이 풍긴다. '이것만 이용하면' '이것만 해보면'이라는 '가정'(assumption)을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해 영어가 인생의 최대 골칫거리(pain in the neck)인 사람들을 젊은 친구들을 끊임 없이 유혹한다.


언어에 '마스터'란 개념은 없다

이들 업체들에 대해 지적을 해보자면 끝이 없지만 우선 몇 가지로 축약해보자. 일단 언어에 마스터란 개념은 없다. 언어에 마스터란 개념을 붙일 수 있는가? 토익 만점을 따면 마스터고, HSK 최고 등급을 따면 중국어의 마스터가 되는가. 그저 외국인이지만 해당 언어에 상당한 센스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말을 잘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다. 그렇다고 이들 업체가 '6개월 안에 오픽 최고 등급이나 토익스피킹 최고 등급을 따게 해드립니다'라고 광고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되면 6개월 후 자신들의 플랫폼이 갖고 있는 티칭 능력이 너무도 명확하게 드러나게 되고, 일반 토스/오픽 학원이나 회화 학원과 별 다를바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언어의 끝판왕이라고 불리우는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통번역사들도 해당 언어에 대한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듣기와 말하기, 읽기, 쓰기..이 4가지 언어 영역을 계속해서 갈고 닦는다. 외국어의 끝판왕인 이들조차 마스터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원어민이란 애매모호함

이들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은 미드나 영화 몇 개를 자신들이 제공하는 설명과 함께 몇 개 보면 6개월 안에 원어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원어민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원어민은 그 나라 말을 하는 그 나라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원어민이란 개념이 모호하다. 2살짜리 아이도 원어민이고 언어의 대가인 노암 촘스키 교수도 원어민이다. 자신들의 플랫폼을 활용하면 원어민이 될 수 있다면 우선 원어민에 대한 정의부터 명확하게 내려야 한다. 마치 한국에서 표준어를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고 정의하듯이 자신들이 내리는 원어민이라함은 'CNN 앵커가 하는 말을 사전 없이 다 알아들을 수 있고, 시사와 관련해서 어떤 주제를 놓고도 토론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던가 아니면 '미국 유치원생이 듣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라던가 정확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어민'이라는 애매모호함과 추상성에 기대 마케팅 전략을 펴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요소는 영화를 몇 개 봤다고 절대로 6개월 안에 유창해 질 수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영어라고 하는 것은 해외 여행에서 주문을 하고 계산을 하는 것 이상의 것이다. 내 일상과 생각을 막힘없이 전달하고 질문을 주고 받을 수 있으며 비즈니스로도 사용하고, 정치 사회 문화 역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의견을 표명하고 싶은 정도까지 발전시키고 싶어한다. 심지어 통번역사들도 자신들의 주특기 전문분야가 있어서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통번역을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공부를 한다. 통번역사들도 이럴진데 '~만 해보시면'이라는 전략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결제를 하는 영어 노마드들이 너무도 많다.


언어란 평생의 과정

우리는 원어민이 될 필요가 없고 될 수도 없다. 우리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영어를 할줄 알게 되면 그게 우리 스펙이 되는 것이다. 원어민이면 영어는 스펙이 될 수 없다. 그 나라 사람들이 태어나서면서 습득하는 기본값(default)이지, 플러스 요소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어는 마스터를 할 수가 없다. 내가 지난 7개월간 한달에 수십만원을 들여가면서 영어 학원 노마드를 해본 결과, 내가 읽어보고 써보고 입으로 뱉어본 것만 기억을 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얼마 안가면 잊어버린다. 계속 INPUT을 하고 OUTPUT을 하는 작업을 통해서 내 몸이 기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해줘야 한다.

언어는 표현 하나를 외우는 만큼 그저 벽돌을 하나씩 더 쌓는 것이지, 집 전체를 짧은 기간안에 짓는 과정이 아니다.


결국 영어는 내가 아는 표현만 들린다. '와 이거를 했더니 기적처럼 소리가 깨끗하게 들려요'...마치 교회에서 신앙간증하는 것과 같은 이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유튜브 영어 콘텐츠에 영어 자막이 다 뜨는 시대다. 유튜브 컨텐츠를 보다가 안 들리면 잠시 멈춤하고 안들린 표현을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찾으면 된다. 표현을 알게 되면 들리게 된다. 그 단어나 이디엄을 몰라서 안 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장광고 업체들은 기적처럼 소리가 깨끗하게 들렸다는 게 무엇인지 아무런 설명을 안한다. 그 사람들이 말을 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수십년 전 약장수 아저씨가 '이 약 한번 먹어봐. 이 약을 먹으면 안 낫는 병이 없어'라고 하면서 동네 사람들을 꾀었던 것처럼, 이것이 유일한 영어 공부법이고 이것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게 되는 법은 없다. 그저 자기에 맞는 것을 찾아서 자기가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 자기가 공부 시간과 기회비용을 적게 투자하고 유창성이라는 거대한 결과라는 것을 빨리 획득하려다 보니 마케팅 전략에 쉽게 휘둘리는 것이다.


자신을 탓하지 말자

4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정말 무수히 많은 돈을 영어로 낭비했다. 인생의 절반 정도를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했던 것은 후회였다. '아 그때 언어연수를 갔었더라면 이 나이 먹고 이러지 않았을텐데' '아 그때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갔었더라면' 등등. 후회의 과정속에서 계속 반복했던 것은 '내가 게을러서 내가 그 나이에 해야 할 일을 미뤄서(procrastinated) 해서 이렇게 된 것 아닌가'라는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나는 지금도 가끔 영어 공부에 끝을 모르겠고 너무도 답답한 느낌이 들곤 할 때면 현자타임이 와서 며칠간 그냥 공부를 안하고 방에 누워만 있을 때도 많다. 주말에는 아이들에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헌납한다. 후회를 반복하지 말고 넘어졌다면 다시 일어서자. 비단 영어공부뿐 아니라 모든 인생의 과정이 마찬가지리라.


언어습득과 활용은 평생의 과정이다. 모두 각자에 맞는 작업을 찾고 계속 해서 매진하는 것외에는 왕도가 없는 것 같다. 나는 이제 내 생각을 약간 표현할 수는 있게 됐지만, 쓰기는 또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약한 부분이다. 쓰기, 읽기, 말하기, 듣기 4가지 영역에 모두 균형이 잡힐(well-rounded) 수 있도록 평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다시 회사에 복직하면 시간이 허락하지 않을테니 지금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I strongly believe that we can make the best version of ourselves in terms of learning English!!












매거진의 이전글39살 대디가 육아휴직을 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