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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박 Dec 23. 2021

오호 통재라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4000247


과거 세종시에 있던 시절 기획재정부의 한 간부가 내게 말했다. "이 정부는 왜 공기업 사장을 그렇게 공석으로 많이 두는지 모르겠어요. 아니 이렇게 내수가 안 좋은데 사장이 새로 임명되면 새롭게 회식도 하고 간담회도 하고 하면서 경기진작 효과라도 거둘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답답합니다."라고.

국정농단 사태를 목도한 후 사람들이 공기업 사장이 공석이 많았던 것은 최순실이 윤허를 안해서 그랬던 게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진짜 원인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현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 정반대의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기업에 2명의 사장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공기업 사장은 보통 그 공기업을 맡고 있는 정부부처의 고위 관료가 가는 경우가 많다. 소위 낙하산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전문성 측면에서는 이들은 내부에서 승진한 사람들과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의 엘리트 관료다. 평생 그쪽 분야의 정책을 입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정권의 문제점은 낙하산을 무분별하게 내려보내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전에 일하고 있던 사람의 옷을 벗기려면 소위 말해 명분을 줘야 한다. 명분이 없으니까 기존 사장이 본인에 대한 해임에 납득을 못하는 것이고 정부를 상대로 한 해고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만 발생한 일이 아니다. 과거 지적 공사로 불렸던 국토정보공사에서도 발생했다. 소송에서 승소한 구본환 사장은 김경욱 사장과 행정고시 33회로 동기다. 사무관 시절부터 30년간 공직생활을 같이 했던 동기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색한 사이가 돼 버렸다. 오호 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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