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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박 Dec 13. 2018

'검은 머리 외국인'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직장인들이 많이 모이는 익명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다. 사관학교 출신 장교 부부가 미국에 유학하고 있는 동안 사내 아이를 임신했고 졸업을 했는데, 출산을 하기 위해 미국에 재입국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 내용이었다. 댓글은 온통 “부럽다” “못하는 게 병신” “이게 무슨 문제가 되냐”하는 반응이었다. 댓글의 핵심 주장은 “너는 헬조선에 살고 싶냐”는, 한마디로 헬조선에서 못 떠나는 사람이 바보라는 내용이었다. 


검은 머리 연예인들을 비판하는 각종 댓글들이 도배를 하고 있다. 최근 부모의 사기 혐의가 언론에 보도된 마이크로닷이 대표적이다. 그의 부모가 충북 제천에서 동네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고 뉴질랜드로 도피했다는 게 언론 보도의 내용이다. 댓글에는 “군대도 안 가는 놈, 첫 인상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검은 머리 외국인들 한국에서 돈 못 벌게 하는 방법 없나”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에게 마블리로 알려진 배우 마동석(본명 이동석)씨도 같은 악플이 많다. “덩치는 그렇게 큰데 군대도 안 갔냐” “니네 나라로 돌아가라” 등의 내용이 많다. 꼭 이런 댓글에는 데니안, 손호영, 박재범 등 외국 국적을 갖고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연예인들의 이름이 따라붙는다. 


참으로 이율배반적이지 않나. 나는 이 헬조선을 너무도 떠나고 싶은데, 적어도 내 아이만큼은 미국 국적을 얻게 해주고 싶은데. 우리가 갈구했던 선택을 실제로 실천(?)했던 위의 연예인들을 실제로 마주하면 그렇게 기분이 나쁘다는 사실. 

혹자는 이렇게 반박할 수 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모두 ‘국방의 의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바로 거기에 답이 있다. 위의 사람들은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된다. 

 또 왜 같은 잣대를 미국 시민권을 가진 여자 연예인들에게는 들이대지 않는지도 궁금하다.  다니엘 헤니도 할리우드와 한국을 오가며 돈을 버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지만 군대가라고 말을 하지는 않는다.


그들을 보는 불편한 시선은 비단 국방의 의무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내가 그렇게 돈을 많이 투자했어도 해결하지 못했던 영어를 그들은 모국어로 한다. (물론 영어를 거의 못하는 인물들도 더러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와서 많은 돈을 벌어간다. 이 돈은 결국 자국으로 가겠지. 미국 사람이면 미국에서 살지 왜 한국에서 돈을 버냐..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나도 사실 20대 때는 어떤 연예인들이 TV에 나왔을 때 “군대도 안 다녀온 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다. 그렇다. 대한민국 남자는 모두 ‘군대 부심’이 있다. 인생의 2년 안팎을 나라에 바쳤는데 그거라도 자부심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남자들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이 외국 시민권자가 된 것은 그들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들 부모의 선택(이민)에 따른 결과에 불과하다. 모든 사람들에게 2PM의 옥택연처럼 군대에 가라고 강요를 할 수는 없다. 

태국엔 국방의 의무가 있다. (추첨제이긴 하지만) 만일 태국 사람들이 우리 남자 아이돌들에게 의무 복무도 하지 않으면서 왜 우리나라에서 돈을 벌어가지 말라고 하면 어찌할텐가? (우리나라는 분단 국가라고?)

물론 나도 한국 남자이고 국방의 의무를 했기 때문에 그들을 볼 때 불편한 감정이 느껴지는 게 1도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상품과 서비스의 거래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자 

나는 ‘검은 머리 외국인’을 보는 불편한 시선을 그냥 단순히 ‘재화와 용역’의 거래 관점으로 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재화와 용역에는 국적이 없다. 내가 칠레산 포도를 먹고 싶으면 마트에서 사 먹는 것이고, 내가 아이폰을 쓰고 싶으면 쓰는 것이다. 요즘 길거리에 널린 게 아우디, 벤츠 등 독일차다. 그 연예인들을 국적으로 구분 짓는 게 아니라 그냥 단순하게 우리가 사용하는 재화와 용역으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국적에 따라 상품을 가린다면 우린 미국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유럽연합(EU) FTA, 한·칠레 FTA 등도 맺어선 안 됐다. 우리가 그렇게 좋아하는 마블 영화를 비롯한 할리우드 영화도 보면 안 된다. 아이폰도 쓰면 안 된다. 싸이와 BTS가 빌보드 1~2위를 다투는 것은 자랑스러워 하면서 어떻게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것은 반대하는 지 이해가 안간다. 그들을 그냥 외국인으로 받아들이자는 거다. 


가장 좋은 것은 시장에서 평가를 받게 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그 연예인이 싫으면 그 사람이 나오는 방송·영화를 안 보거나 음악을 듣지 않으면 된다. 50줄이 다된 사람을 쫓아다니면서 ‘군대에 가라’고 댓글을 다는 것보다 훨씬 멋있는 행위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그들을 소비하면서 그들이 한국에서 버는 돈에 걸맞게 제대로 세금을 내는지, 또 음주운전 등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지 와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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