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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박 Aug 23. 2018

기자 업무의 핵심, 브리핑

브리핑은 기자에게 숙명과 같다. 정부부처와 기업, 시민단체, 정치권 등은 자신들의 정책이나 실적, 비전 등을 기자들에게 알린다. 이 작업을 브리핑이라고 한다. 

↑위 사진은 기획재정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는 김동연(왼쪽 세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모습이다.

브리핑 때면 기자들은 기자들은 정책 담당자들의 멘트를 또씨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녹음기를 켜두기도 한다. 브리핑이 1시간을 넘기는 것은 기본이다. 질의 응답이 길어지면 2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정부부처 기자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부처 공무원들이 불친절하다는 것이다. 일단 보도자료 내용이 너무 어렵다.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는 보안을 이유로 꽁꽁 감춰뒀다가 발표 당일에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나눠주고는 그 자리에서 읽어버리고(국어책을 읽듯이 그냥 읽는다) "질문 있으십니까?"라고 묻는다. 그 자리에서 기자들은 말 그대로 벙 찔 수밖에 없다. 내용 자체를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날카로운 질문을 할리 만무하다. 일단 기자들은 비전문가다.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맡은 업무에서 정책, 예산, 세금을 틀어쥐고 있는 전문가기 때문에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는 자의식이 매우 강하다. 그러니 기자들로부터 곁다리를 짚거나 보도자료의 일부 문구에서 시비를 거는 질문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책 발표시 본인들이 세일즈하고 싶은 정책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언론사의 기사가 집중적으로 나갔을 때 공무원들은 "우리가 팔고 싶은 정책은 A인데 B로 된통 얻어맞았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물론 정부 정책이 가지는 파급력을 감안했을 때 철통보안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5월 취임한 후 처음으로 내놓은 8.2 부동산 대책 후 상승세를 이어가던 주택시장은 급랭했다. (요즘 다시 급등하고 있지만) 그만큼 정부 정책은 국민들을 울릴 수도 있고 웃게 할 수도 있다. 정책 하나로 수십억에서 수조원이 움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안을 너무 강조해 예측력을 떨어뜨리다보니 공무원도 힘들고 기자도 힘든 일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브리핑 자리에서 기자들은 처음 본 정책에다 궁금한 게 많으니 계속해서 질문을 해댈 수밖에 없고, 고위 공무원들은 다음 일정이 있다며 급하게 자리를 뜬다. 결국 보도자료 맨 뒤에 붙어 있는 담당자 전화로 전화를 걸면 자리에 없고 출장을 가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자가 기레기라고 손가락질 받는 상황에서 "국민들을 대신해서 질문을 하는 것"이라는 마지막 자존감마저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자유로운 브리핑이 이어졌을 때 좋은 기사가 나올 수 있다. 좋은 기사가 나올 때 국민들이 그만큼 정책에 대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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