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캘리박 May 20. 2019

'생각의 탄생' 저자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인터뷰 후기

‘생각의 탄생’ 저자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대 생리학과 교수

지난주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가장 큰 행사인 00포럼을 진행했다. 갑작스레 포럼팀장이 돼서 몇몇 후배들에게 기사를 맡아달라고 부탁을 하고, 또 내가 기사 몇 개를 담당하게 됐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교수의 인터뷰도 그 중 일부였다. 

지난 14일 잠들려고 누워있던 밤 11시가 넘은 시간, 회사 선배가 내일 9시 루트번스타인 교수의 인터뷰를 맡아달라는 전화를 했다. 머리가 멍해졌다. ‘루트번스타인이 대체 누구지?’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때부터 졸음을 떨치면서 한 시간 넘게 그와 관련한 이전 기사를 찾아보면서 인터뷰할 포인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집에서 포럼 장소까지 이동하기 위해서는 거의 1시간 40분 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에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어쩌지’라는 푸념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는 15일 당일 일찌감치 포럼장에 도착했다. 질문 내용을 좀 숙지한 후 Q&A를 받아칠 후배와 함께 8시 50분쯤 인터뷰 장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헉! 루트번스타인 교수가 이미 통역사와 도착해 있는 것이 아닌가. “Sorry, I‘am late”이라고 말했다. 출근하며 외운 문장인 “교수님과 같은 세계적인 석학과 인터뷰를 하게 돼 매우 영광”이라는 말과 함께. 그래도 올해 아침마다 전화영어를 했던 게 조금은 긴장감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인터뷰에서 나의 주된 질문은 기초과학을 부흥할 수 있는 묘안과, 어떻게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천편일률적인 암기 위주 공부를 강요하는 한국의 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천착해 보기 위해 애썼다. 다소 이번 포럼과 핀트가 어긋난 질문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도 자녀가 2명인 가장인데다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 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에 몇 가지 Q&A를 소개한다. 

Q: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의 시대가 됐다. 이런 세상에서 필수 덕목은 뭐라고 보나. 상상력 키우기 위해 필요한 특별한 훈련 같은 게 있는지

A: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선 두 가지 이상의 학과목을 접목해야 한다. 우선은 한 분야의 전문가로 키우는 훈련을 멈춰야 한다. 한 가지 이상을 잘하면서도 그 여러 가지 재능을 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Q: 한국에선 천재라고 하면 창조적 사람이라기보다 다른 아이들보다 어린 나이에 수학·과학 잘하고 영어 잘하는 아이들을 꼽는다. 그래놓고 왜 우리나라에는 스티브잡스 같은 창조적 인재 없나 한탄한다. 한국 사회 이런 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시험을 잘 보고 남들보다 더 잘 빨리 배우는 사람들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을 잘하는 것이다. 창의적 인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걸 아는 사람들이다. 제 발표의 중점은 새로운 문제, 새로운 가능성을 어떻게 탐구할 수 있을지와 관련된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매우 공감했다. 남들이 다 알고 있는 지식, 구글링을 하면 다 나오는 지식을 남들보다 먼저 외우고 있는 게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앞으로는 기존에 알고 있는 것을 융합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Q: 한국에서는 부모들이 창조적인 인재를 키우기보다는 의사나 변호사가 되길 원한다. 결국 훌륭한 인재들도 성형외과 의사가 되길 바라다 보니, 기초과학 연구가 기근을 빚고 있다. 그러면서도 왜 노벨상을 받는 인재가 한국에는 없을까 한탄한다. 기초과학을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A:사실 미국도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기초과학자의 임금을 올려주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다. 탐구할 수 있는 자유, 직업적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연구에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연구에 몰입하기보다 의사 변호사 돼서 수입 올리기를 선호한다. 아니면 연구에 펀딩을 받아서 자금을 끌어모아야 하는데 많은 노벨 수상자들은 이게 확실히 틀린 방법이라고 얘기한다. 성과 이루기 위해서는 10~15년 탐구의 자유 주어져야 하는데 이런 환경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직업적 안정성 보장해주면서 인프라나 환경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초 과학자들의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훌륭한 인재들이 굳이 의사 또는 변호사라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도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직업적 안정성을 보장해 주고, 임금도 올려줘야 한다는 요즘 표현으로 하면 ‘신박한’ 주장이었다. 또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 과학자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세상 만사가 그렇지만 결국 ‘돈’ 문제다.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에 직면해 있다. 정부 예산은 한정돼 있다. 과학자나 벤처창업가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하는 연구나 사업이 대박이 날 것이라며, 정부에게 마중물을 부어달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 보면 곳간은 한정돼 있다. 이미 곳간이 부족해 적자국채를 찍어서 예산을 마련하는 형국이다. 앞으로 고령화가 가속화되면 더욱 국가 재정은 부족해 질 수밖에 없다. 돈을 버는 사람보다 돈을 받아야 하는 노인들이 늘기 때문이다. 자율성을 위해서는 돈이 많이 필요하고, 정부는 소위 가진 돈이 얼마 없으니 참으로 딜레마인 이슈가 아닐 수 없다.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 대상으로 연구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신선한 주장도 덧붙였다. 장기간 정부 예산을 지원 받는 과학자의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Q: 정부는 성과가 바로 나오는 것을 선호한다. 특허를 바로 낼 수 있거나, 국제 연구지에 실릴 만한. 어떻게 해야 기초과학 연구가 활발해 질 수 있을까. 

A: ‘많은 과학자가 있어야 많은 발견을 한다’는 것이 언뜻 논리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많은 과학자가 있으면 한정된 자원 갖고 더 많은 단기 경쟁이 벌어져 문제가 된다. (적은 숫자의) 기초과학자 호기심을 충족하고 직업적 안정성 보장하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 15년 후에는 이 차이가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Q:아이들을 창의력 있게 키울 방법은 뭐가 있을까. 

A:아이가 어떤 관심사와 재능을 가졌든 거기에 맞춰서 흥미를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이클 조던은 예전에 ‘어떻게 훌륭한 농구선수가 될 수 있나’에 관한 비디오를 만든 적이 있다. 그 비디오의 결론은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거였다. 훌륭한 운동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경기를 사랑하는 것이 먼저지, 훌륭한 선수가 되는 것을 우선할 수는 없다. 이건 모든 분야에 해당된다. 제일 먼저 할 일은 무언가를 사랑하고 좋아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게 해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발견하고 더 깊숙이 파고들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이가 한 분야를 잘하기 위해서는 속된 말로 그것에 ‘미쳐야 한다’는 것이다. 궁금증 유발->흥미->깊이 탐독->(남들이 말하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였다. 물론 개인적으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본다. 모든 사람이 A분야를 좋아한다고 해서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니까. 특히 운동의 경우 타고난 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Q: ‘생각의 탄생’이라는 명작도 부인과 공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공동연구 중인가. 60대 중반인데 족적 남기고 싶은 분야 있나

A:지금도 아내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른 직업 분야를 이용해 어떻게 유용한 사고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막 마쳤다. 박학다식(polymathy)과 관련된 책도 작업 중이다. 공식적인 연구도 하고 있는데 이는 몇 년이 걸릴 것이다. 

어떤 족적을 남기고 싶은지는 흥미로운 질문이다. 내 과학적 연구에는 두 가지 분야가 있다. 첫째는 관절염과 당뇨병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에 관한 것이다. 어떤 것이 면역질환을 야기하는지 (기존 연구와) 아주 다른 이론을 갖고 있는데 연구가 진행되면 병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 발자취를 남기고 싶은 분야는 최근 작업하고 있는 ‘과학자와 발명가로서 예술가, 뮤지션, 퍼포머’에 관한 것이다. 과학자들이 이를 질투해서 평가절하하기 때문이다.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60대 중반을 넘어섰지만, 본인의 자녀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미소를 짓기도 했다. 부부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쓰고, 공동연구를 통해 주목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일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교수를 인터뷰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 놀고 탐색하면서 호기심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부모는 무한대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조건 밖에서 같이 놀아줘야 된다. 나도 주말에 아이들과 집에 같이 있으면 자꾸 아이들 행동 하나 하나에 화를 내게 된다. 아직 인격 수양이 덜 된 것 같다. 최대한 많이 놀아주면서 스스로 호기심을 찾아서 지적바다에 빠져 들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게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셀프잠금에서 시작된 비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