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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 먹고 살지?<5>

by 캘리박


기자를 하면서 제일 많이 느끼는 감정은 공허함 또는 자괴감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생각과 입을 빌어서 먹고 사는 사람이다. 물론 어떤 기사에나 기자의 기본적인 생각은 깔려 있지만, 이는 현장이나 전문가의 멘트를 통해서 기사의 방향이 정해지는 것이지, 전적으로 기자가 먼저 방향을 정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내 이름을 걸고 하루에도 몇건의 창착물이 나오지만, 댓글을 보면 온통 욕으로 도배가 돼 있고, 기사의 내용과 정반대로 해석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그렇다. 기자는 네티즌은 무조건 때려 죽여야 하는 직업이며,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쓰레기 같은 직업인 것이다.

그렇다고 배운게 도둑질이라 쉽게 관두기도 어렵다. 딱히 할 줄 아는 것도 없다. 잘 가봐야 기업 홍보팀이다. 예전에는 10년차 기자 정도 하면 대기업 차장(부장) 정도는 갔지만, 이제는 과장으로 많이 다운 그레이드가 됐다. 설사 홍보팀에 가더라도 '저 인간 왜 이렇게 고개가 빳빳해? 기자물이 덜 빠졌네'라는 뒷말을 듣기 일쑤다. 아무리 기자 생활을 할 때 예의가 바르고 겸손하게 행동했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의 눈에는 특유의 기자 행동이 묻어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나도 남에게 그렇게 비출지 자못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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