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라는 놈을 대하는 법

by 이담파르크


계속 그 고민을 붙잡고 흔들어 대며 빨리 답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고, 자리 깔고 옆에서 기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일상이 망가지고, 스트레스도 대단할 것이다. 회사 다닐 땐 고민이라는 놈이랑 항상 다투었다.

"박이담, 사업 계획안 세웠어?"
"박이담, 이거 이거 어떻게 처리할 거야? 해결하고 있어?"

타임 리밋이 생겼다. 고민이란 놈과 한바탕 싸워서 해결책을 얻어내야 했다.



요즘은 좀 다르다. 고민이라는 놈과 밀당을 한다. 녀석이 말을 잘 안 들으면, 그냥 딴 일을 한다.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한다. 아예 소설책을 읽으며, 그 녀석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기도 한다.

녀석이 똑똑 거리며, '너 나는 잊은 거야? 뭐해~?'

그 녀석을 무시하고 하던 걸 계속한다.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자전거 페달을 더욱 밟거나, 가보지 않았던 작은 골목길로 접어든다. 소설 속 주인공에게 더욱 깊게 감정이입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고민이 안달을 내다가 결국 해결책을 툭- 던져준다.




언제부턴가 아버지가 주말에 등산을 오래 하셨다. 오랜 취미로 등산을 하신다는 게 아니다. 말 그대로 하루 온종일 아침에 나가 저녁까지 등산을 하셨다. 거진 6~8시간을 하신 것이다. 회사에서 높은 직급에 올라가고부터 생긴 일이다. 8시간 산을 타시면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기도 힘드실 터이다. 하루는 궁금해 여쭤봤다.

"인마, 높은 자리는 큰 결정할 게 많아."

터벅터벅 등산하며 결정을 내리신다는 거였다. 아버지가 8시간 내내 고민만 하셨을 리 없다. 고민과 밀당했으리라. 고민의 크기만큼 무척 긴 밀당의 시간을 보내신 거다. 고민은 등산 내내 아버지 곁을 맴돌다, 산을 내려오는 아버지에게 두 손 들고 해결책을 내놓았을 것이다. 그러니 아버지가 매번 고민만 생기면 등산을 가셨을 테다.





고민 중 악질 중의 악질은 우리의 사고를 뱅글뱅글 도는 쳇바퀴의 감옥에 가두는 놈이다. 그 감옥을 끈적하고 기분 나뿐 부정적 액체로 가득 채워 숨 막히게 한다. 이런 놈을 그대로 대적했다간 큰일 난다. 더구나 이런 놈은 해결책이 따로 없는 경우가 많다. 고민을 위한 고민인 경우가 많다. 이런 놈한테 손 냅다 줄행랑을 쳐야 한다.

"이 사람이 나한테 왜 이러지? 나한테 마음이 식었나?"
"왜 이 시간까지 전화를 안 받아,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딴 여자 만나는 거 아닌가"
"취직이 왜 이렇게 안되지? 나 무슨 문제 있나? 나 영영 취직 못하는 거 아냐?"
"저렇게 공부 잘하는 애들이 많은데, 나 이 시험 붙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의 늪에 빠진 사람을 왕왕 볼 수 있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가 악질 같은 고민의 피해자로 고통받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고민은 상대할 가치가 없다. 친구를 얼른 고민으로부터 격리시켜줘야 한다.




고민은 참 어렵다. 아무리 멱살을 붙잡고 흔들어대도 순순히 해결책을 던져주지 않는다. 우리 아버지처럼 힘겹게 8시간씩 등산을 하며 밀당을 해야 겨우 말을 듣는다. 어떨 땐 악질로 변해, 우리 정신을 망가뜨린다.

불가의 스님들은 말한다. 가슴 아픈 일, 힘든 일로 마음이 힘들 때 한 발자국 떨어져서 그 마음을 응시하고 관찰하라고. "아, 내 마음이 아프구나.. 이별해서 아프구나.."

고민이란 놈이 마음속에 스멀스멀 올라오면 바로 맞붙어선 안된다. 그 녀석의 꾐에 빠져드는 일이다. 먼저 녀석의 상대해줄 만한 놈인지, 아닌지 사이즈를 재보라. 상대할만하면, 녀석에게 제대로 된 밀당을 시전해 순순히 해결책을 내놓게 하라. 상대할 가치가 없다면 없는 사람 취급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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