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Y는 피부가 시커멓다. 그래서 가까이는 동남아시아부터, 멀리는 아프리카까지 여럿 인물들이 그의 별명으로 오르내렸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녀석의 검은 피부가 부러울 때가 있었다. 이유인즉슨, 좀처럼 늙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여럿 인종 중에 노화가 가장 빠른 것이 백인 아닌가. 가장 느린 것은 흑인이고. 그처럼 Y는 노화가 느렸다. 적어도 시각적으로나마, 탄력 넘치는 그의 피부는 여전히 젊음을 뽐낸다.
내 관찰력 하나는 자타 공인이다. 관찰력은 개그의 기본이다. 매섭게 특이한 포인트를 찾아 여러 수식어구를 덧붙여 재미난 말을 던져, 여럿의 웃음을 사냥하는데 성공한다. 내 주변인들은 항상 내 관찰력의 용의선상에 있다.
Y도 내 먹잇감 중 하나다. Y는 걸을 때 뒤꿈치를 퐁퐁- 드는 버릇이 있다. 작은 키를 어떻게든 크게 보이려 노력한다. 이를 따라 하며, 많은 웃음 사냥에 성공한 적이 있다.
얼마 전 Y와 만두전골을 먹을 때였다. 녀석은 목이 짧다. 짧은 목과 어깨를 웅크리며 호로록- 만두전골 국물을 마시는데,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남북을 가르는 휴전선처럼, 그의 목을 가르는 목주름이었다.
내 눈을 의심했다. 처음 봤다. 감히 놀릴 생각을 못했다. 갑자기 만두를 퍼먹는 Y가 애잔해졌다.
'저 녀석도 늙었구나...'
안타까운 마음에, 국자로 만두를 한가득 떠서 그 녀석의 앞접시에 덜어주었다.
'만두 많이 먹고 늙지 마... 내 친구야....'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며, 내 목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다행히 아직 주름은 없었다. 하지만, 턱 쪽에 지방이 몰리며, 턱살이 불룩해졌다. 턱 바로 아래쪽에 살이 접혔다. 마냥 수수방관할 상황은 아니었다.
그 후로 사람을 만날 때마다, 목에 관심이 생겼다. 함께 사는 Y형은 동안 끝판왕이다. 아무도 그 나이로 보지 않는다. 피부도 하얗고, 탄력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목에 선명히 주름이 있었다. 여자애들도 마찬가지다. 누가 간밤에 장난이라도 쳐놓은 것처럼, 모나미 펜으로 목을 반으로 갈라놓았다.
비상이다. 나는 아직 목주름 없음에 감사하며, 나만의 대응책을 고심했다.
매일매일 나만의 리추얼이 있다. 바로 샤워다. 하루를 첫 시작과 끝마무리를 샤워로 한다. 아침에 이불 속에서 나오자마자 샤워를 한다. 밤에도 샤워를 하고 나선 바로 이불로 직행이다.
샤워할 때 뜨거운 물로 몸을 지진다. 이를 목에 활용하기로 했다. 고개를 뒤로 젖혀 목의 피부를 치즈처럼 쭉- 늘린다. 늘어난 치즈에 샤워기 헤드를 대고 뜨거운 물을 투하한다. 치즈가 녹기 시작한다. 푼푼해진 치즈를 고개를 숙였다 뒤로 젖히며 쭉쭉-펴준다.
고개를 젖힐 때 팁이 하나 더 있다. 그냥 고개만 뒤로 젖히면, 목 피부가 많이 안 늘어난다. 샤워기 헤드를 잡고 남은 손으로, 쇄골 사이 피부를 잡는다. 그리고 고개를 젖힐 때 턱을 하늘 위로 쭉 내민다. 목 피부가 크게 소리를 지른다.
"주인님 그만해요, 이러다 제 몸이 찢어지겠어요."
그 녀석의 몸을 30번을 찢어준다. 턱 근육이 얼얼하다. 목 피부는 파스를 붙였다 뗀 것처럼 얼얼하다. 아침저녁으로 60번을 찢으니, 확실히 목이 다르다. 탱탱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