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 구엘 공원의 구엘이 사람이름이라며? 더구나 구엘은 안토니오 가우디와 절친 사이였다고 하던데?
이담 맞아. 에우세비 구엘이라고 카탈루냐 지방에서 섬유사업으로 성공한 재력가가 있었어. 가우디가 바르셀로나 건축학교를 졸업하고 어느 명문가의 별장을 지어주고 있을 때, 구엘이 가우디를 눈 여겨 보게 된 거야. 둘은 마치 연인처럼 급속도로 친해져. 특히 구엘은 가우디의 건축적, 예술적 재능을 무척 사랑했다고 해.
성진 부자였던 구엘이 가우디를 팍팍 밀어줬겠는데?
이담 구엘공원도 구엘의 재력과 가우디의 재능이 만들어낸 작품이지. 상류층이었던 구엘은 취향이 고상했다고 해. 특히 영국의 전원도시를 동경해서 가우디와 작당모의를 하지. 바르셀로나에 영국식으로 전원주택을 지어 부유층들한테 분양하자고 말이야. 예쁜 영국 정원도 현실에 구현하고, 돈도 벌 수 있어 일석이조의 계획이었어.
성진 구엘공원이 1900년부터 1914년에 조성되었다고 하던데. 무려 100년 전에 오늘 날 부동산 투자와 분양 개념이 있었다니 신기하다.
이담 하지만, 이들의 사업 계획은 실패해. 만약 성공했다면, 부자들의 집이 되었을 텐데 실패한 덕에 공원이 돼 관광객들에겐 이득이 됐어.
성진 최고의 건축가가 참여했는데 대체 왜 실패한 거지?
이담 가우디는 사업가라기보단 예술가에 가까웠던 인물인 것 같아. 일단 구엘공원의 입지선정부터가 좋지 않았어. 구엘 공원 자리가 경사가 너무 심했고, 돌이 너무 많았다고 해. 그러면 비탈면도 깎고, 돌도 깔끔히 정리해야하는데 가우디가 고집을 부렸다고 해.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다나. 14년 동안 열심히 작업했지만, 자금난까지 겹치면서 제대로 전원주택 단지를 완성시키지 못했어. 몇몇 건물과 광장 등만 남겨놓고 방치돼.
성진 결국 1922년 바르셀로나 시에서 이 미완성된 단지를 사들였다고 들었어. 공원으로 다시 꾸며서, 일반인들에게도 공개했다며.
이담 신의 한수였지. 지금까지 수백만의 관광객도 불러오며 경제적 효과도 톡톡히 보는데다, 가우디의 작품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까지 했으니까.
성진 구엘 공원을 사진으로 보면 정말 형형색색으로 예쁘긴 해. 동화 속 마을에 온 느낌이랄까.
이담 가우디는 이곳에서 온전히 자신의 예술 세계를 마음껏 뽐냈어. 가우디가 곡선을 좋아하는 것 알지?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그가 입버릇처럼 내뱉은 말이 있어. “자연에는 직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구엘 공원의 건물뿐만 아니라 그의 건축물들은 모두 곡선의 형태를 띄고 있어. 거기다 화려한 모자이크로 꾸며놓았으니 더욱 독특할 수밖에. 모자이크 하나하나에 가우디가 엄청난 관심을 기울였다고 해. 모자이크를 붙이는 인부 옆에 앉아 일일이 위치를 잡아줬다나.
성진 공원 입구에 도마뱀? 같은 게 있는 분수대도 핫플레이스던데?
이담 아 그건 도마뱀이 아니고 용이야. 그리스 신화에 아폴론 신에게 죽은 용이 땅에 묻혀 물을 지킨다는 이야기가 있어. 가우디는 그 신화를 따라 구엘공원에 내린 빗물이 수로를 통해 이 용의 입으로 나오게 만들었다고 해. 용이 입에서 물을 얼마나 내뿜는지를 보고 강수량을 가늠할 수 있어. 용이 불이 아닌 물을 뿜다니 신기하지.
성진 와. 정말 구석구석 허투루 만든 곳이 없네.
이담 가우디도 이 구엘공원에 애착이 대단했나봐. 지금 공원 내에 가우디 기념 박물관이 있어. 이곳은 가우디가 직접 살았던 곳이야. 아버지와 조카를 데리고 이 구엘공원에 입주했지. 자연스러움이 넘치는 곡선의 공간이자 자신의 혼을 다한 이곳에 살며 무척 행복해 했다고 전해져. 박물관엔 가우디가 직접 사용한 책상과 의자 등이 전시돼 있어. 직접 디자인한 가구들도 있다고 해. 바르셀로나에 가우디의 훌륭한 작품들이 여럿 잇지만, 그의 숨결을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곳은 아마 구엘공원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