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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차영수증 Nov 07. 2024

졸업축사

(모임에 있던 사람을 위하여)


졸업축사 (모임에 있던 사람을 위하여)


1.


__님을 처음 만난 것은 갓태어난 매미들이 황혼기를 맞이하는 8월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버거운 인간관계에 시달리다 지쳐, 서로가 손님이 될 수 있는 곳을 찾다 한 모임의 문을 열었습니다. 환영하는 존대의 말씨 가운데, __님은 저를 그림으로 맞이해주셨습니다.


“여기는 제 블로그인데, 한번 와서 구경해보시겠어요?”


마우스로 한 손짝 내딛어 들어간 곳에서, 수많은 캐릭터 가족 그림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말갛게 그려진 사람들을 보다가, 저의 삶을 지나갔던 사람들의 이름이 하나씩 떠올랐습니다.



2.


여름의 미련의 끝나가던 어느 날, 밤새 이어진 배탈로 고생을 하다 날밤을 샌 적이 있었습니다. 빈속과 하반신이 저려와 바들바들 떨다, 문득 산책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전기자극을 가할 때 다리 두 짝을 부르르 떠는 해부한 개구리를 보며 생명의 원리를 깨닫듯, 경미한 경련을 일으키는 육체를 움직여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을 겁니다.


새벽 4시, 검푸른 공기에 취침등은 깊게 잠겨 흐느적거리는 흔적으로 남아버리고, 나의 전화기 액정불빛은 심해 속 미끼가 되어버린 시간. 그 위, 맑은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떠있었습니다. 



“아름다워라.”



육신을 한껏 새벽에 맡기고 호흡을 잊은 채 하늘을 바라보다 윤동주 시인처럼 별 하나에 이름을 떠올리며 불러보았습니다.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 윤동주, 별 헤는 밤


저는 사랑했던 사람들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3.


사람들의 이름이 밝아오는 하늘 속으로 사라져간 후, 사랑했던 이들을 헤는 날이 그리울 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__님의 집에, 생명을 이룩하며 느꼈던 뿌듯함으로 가득한 그 곳에 들어가가족들을 보면서, 제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다시 떠올려볼 수 있었습니다. __님은 참으로  사랑스러운 가족분들을 두셨습니다.


저는 __님의 가족들이 더 늘어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들을 다른 곳에서 마주쳐,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다시 떠올려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졸업 축하합니다.

- 주차영수증 드림



추신 : 세탁기 창법 및 ‘I Control’ 마음챙김 심화과정을 수료하셨으니, 적어도 창조의 고통을 마주할 때는 심신의 동요가 없을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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