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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하 Jan 31. 2020

포르토 아이스크림 인증샷

포르투갈 젤라또, 소르베 아무튼 아이스크림 

2020년 1월 30일 저녁 사진이다. 냉온탕을 오가는 오늘 하루 노숙인 아저씨가 안내해 준 무료(사실은 무단)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카톡이 왔다. 


"아빠 젤라또 집으로 와"


아베이루와 코스타 노바에서 비만 보고 돌아온 뒤 포르투 숙소 근처에 있는 핑고 도스(Pingo doce) 슈퍼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기로 했다. "주차하기도 편하다고 하네." 핑고 도스 리뷰에 나온 한국어 평. 구글 지도는 여행의 풍경을 바꾼다. 구글 평점, 리뷰 확인이 기본이 되었다. 안 좋으면 명확하게 평점과 리뷰로 응대한다. 


핑고 도스에 도착했지만 주차장이 보이지 않는다. 


"주차장이 없는데." 

"그냥 가."


대충 요약하면 이런 대화. 분위기가 싸해진 것을 보니 어느 지점에서 내 단어 선택이나 톤이 좋지 않았나 보다. 집 근처에 내려주고, 차를 세우고 나니 젤라또 집으로 오라는 톡이 온 것. 


난 '아이스크림 집'이라고 부르고, 딸은 '젤라또 집'이라고 부르는 가게는 리스본에서 두 곳을 들렀다. 맨 처음 들린 집은 Amorino, 두 번째 들려서 몇 번 더 들린 집은 Santini. Amorino는 프랑스 오를리에 본사를 둔 (검색해 본) 이탈리아 젤라또 집이다. 아이스크림을 시키면 콘에 꽃잎처럼 데코레이션을 해 준다. 포르투갈 아이스크림을 검색하면 틀림없이 꽃잎으로 데코된 아이스크림을 든 인증사진이 나온다. 그 집이 바로 Amorino다. 달콤하지만 빨리 녹았다. 두 번째로 간 집은 Santini. 가게 안에 1948년 포르투갈 이스토릴 Tamariz Beach에 문을 열었다. 

1948년 포르투갈 이스토릴 Tamariz Beach에 문을 연 Santini

리스본에서 두 곳의 Santini 지점에 들어갔는데 모두 동일하게 붉은 스트라이프와 흰 벽에 오래된 가게 사진과 창업주 Attilio Santini의 사진이 걸려있다. Attilio Santini(1907-1995)의 할아버지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면서 역사가 시작된다. Attilio Santini는 밀라노에서 아이스크림 사업의 첫 경험을 하고 아내와 결혼 한 뒤 스페인으로 이주했다가 포르투갈로 다시 이주한다. (모두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 아이스크림 제조에 대한 가문의 비법을 지닌 이탈리아인이 오스트리아에서 첫 가게를 열고, 그 손자는 밀라노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스페인으로 이주했다가 최종적으로 포르투갈에서 가게를 연다. 뭔가 유럽 대륙의 스케일을 느끼는 부분이다. 아무튼, Santini 아이스크림은 Amorino와 달리 끈적거리지 않고 상큼했다. 


"샤베트 같은데!"

"샤베트가 아니라 소르베야."


알고 보니 Amorino에서는 젤라또를 골랐고, Santini에서는 소르베를 골랐던 것. 


아이스크림, 젤라또, 샤베트, 소르베가 다 틀리다. 집합으로 보자면 아이스크림과 젤라또가 좀 유사하고, 샤베트와 소르베가 유사하지만 분명 각기 다른 음식이다. 아이스크림과 젤라또는 크림의 함량이나 난황(계란 노른자)의 함유, 공기 함량, 유통 온도가 다르다. 샤베트와 소르베도 과일이나 크림의 함량이 다르다고 한다. 하지만 확실하게 입맛으로 구분되는 건 아이스크림, 젤라또 / 샤베트, 소르베다. Amorino에서 먹은 건 젤라또, Santini에서 먹은 건 소르베. . 


그런데 딸아이가 오라고 한 Cremosi도 젤라또, 소르베를 다 팔았다. 거기에 크레페와 스무디까지 팔았다. 우리 둘은 어제저녁 Cremosi에 들러 한 컵씩 맛을 봤던 것. 차를 세우고 Cremosi에 들렀다. 어제 먹은 크림-진저-라임 대신 탠저린을 골랐다. 귤 맛이 상큼한 아이스크림. 매번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들이 하듯 인증샷을 찍어 보려 했다. 

내 참사. 분명 마음은 아래 인증샷처럼 찍으려고 했지만, 내가 찍은 인증샷은 위의 사진. 필기체 멋진 사인과 깔끔한 아이스크림 부스가 함께 나오려고 한 노력은 허무하게 흔들린 인증샷으로 마무리되었다. 아저씨가 할 수 있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는 걸 명확하게 인식시켜 준 사진이다. 

출처 : https://livinginiberia.com/2016/09/10/cremosi-porto-portugal/

이 사진을 찍고 핑고 도스로 쇼핑을 갔다. 장을 보고 나오면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을 찾는데 반대로 가려던 아이에게 "이쪽으로 가면 나와"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그냥 이쪽으로 가면 나온다는 이야기였는데, 나머지 가족들은 "왜 짜증이야"라는 반응이 왔다. 억울함과 의아함이 뒤섞인다. 역시 문제는 내 반응과 톤이다. 


위 두 개의 아이스크림 인증샷이 다르듯 내 마음은 아래 사진이지만, 분명 들리는 사람들에게 위의 사진 같은 것. 이 두 사진의 이미지는 중년 남자라면 교훈처럼 간직해야 한다. 내 마음은 아래이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 사진을 본다는 걸. 


아무튼, 포르투갈 아이스크림 3대 맛집은 Amorino, Santini, Cremosi. 리스본이나 포르투에서 검색하면 바로 나오니까 쉽게 갈 수 있다. 포르투에는 Cremosi 근처에 하겐다즈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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