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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hwan Feb 22. 2016

유학생활 2년차

in New York


약 8년정도 몸담았던 회사를 그만두고 뉴욕으로 온지 거의 2년이 되어간다.  


2014년 6월 30일에 퇴사를 했었고, 퇴사 이후 늦으막한 여름 즈음에는 수영을 배워보고자 스포츠센터를 들락거렸었는데, 아마도.  난생 처음 배워보는 수영을 잘 할 수만 있다면, 난생 처음 하는 유학생활도 잘 할수 있을거라는 자기 최면을 걸었던것 같다.  출국 전에 짧은 기간동안 수영을 배웠던 것이 쉽지 않았듯이, 짧은 2년 동안 Intensive하게 진행되는 유학 과정도 마무리 되어가는 지금, 실제로 겪어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좋았던 점과 여러모로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혹시 나이 들어서 더 힘든걸지도...  모든 일들과 생각들이 case by case라고 하지만, 어쩌면 앞으로 뉴욕으로 디자인 관련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글이 조금 더 현실적인 조언이 되면 좋겠다는 바램.



A. 기대 이상의 이점들


A-1. 기회


내가 학교를 결정하기 전에 여러가지를 함께 고려했지만, 지금 다니는 학교가 가장 크게 어필했던 부분이 ‘뉴욕’이라는 장소였다.  디자인 분야는 ‘좋은 학교’ 이외에 ‘좋은 비즈니스 환경’도 중요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뉴욕은 가장 핫(hot)한 인프라들을 누릴 수 있고, 학교 내외에서 좋은 기회들을 꽤 많이 접할 수 있는 무척 흥분되는 장소이다.  여러 기회들을 통해서 취업이나 창업같은 것들을 자연스레 알아볼 수 있고, 반대로 재미삼아 한 일들이 흥미진진한 사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주변에 적잖게 있었다.  내 경우에는 Google 이 주최하는 Street Fair라든가, 뉴욕시에서 주최하는 Interactive Show 등에서 내가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을 선보이면서 이런저런 방문객들과 socializing하며 인맥과 필요한 경력을 쌓아갈 수 있었다.  또한, 포트폴리오 사이트나 블로그에 게시한 작업물을 살펴본 이가 연락이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기회들은 분명 다른 지역에서는 누리기 쉽지 않기때문에, 잘 살펴서 전략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A-2. 다양한 협력자


요즘의 디자인분야는 단지 얼마나 포토샵을 능숙하게 다루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디자이너만 뽑는게 아니라 아티스트, 프로그래머, 댄서, 작가, 방송 디렉터, 뮤지션 등등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뽑아서 그 안에서 발생하는 시너지를 기대한다.  이전의 회사에서도 무척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이 배웠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여기서는 그 다양함의 스펙트럼이 실로 엄청나다.  내가 영향을 받고 배우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나로부터 영향을 받고 배우는 - 서로 연결된 관계.  내가 그들의 지식과 노하우를 모두 배울 필요는 없다.  함께 생각하고 참여하여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 만으로도, 과거에 경험해 볼 수 없었던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A-3. 경력이 깡패


만약에 본인이 몇년간의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는 분명 +a의 요인이 된다.  특히 스킬적인 측면에서는 대개 그렇다.  ‘동양인’에 대한 이들의 스테레오타입은 ‘동양인은 기본적으로 skillful 하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한국인이라면 태권도를 조금씩은 다 할 수 있다는 선입견과 비슷하다.  본인 능력을 어필할 수 있는 경력의 내용을 잘 구성한다면, 이곳에서 본인의 Key-role을 포지셔닝하기에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예를들어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링크드인(linkedin)의 내 프로필에 거주지를 서울에서 뉴욕으로만 바꿨을 뿐인데도, 이메일로 한달에 한두번씩은 리쿠르터로부터 인터뷰요청 이메일이 들어온다.  그만큼 디자인 관련한 분야에서 유경험자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



A-4. 돈


사실 이부분이 의외로 가장 놀랐던 부분이다.  이 곳 대기업 인턴의 월급이, 내 또래가 한국에서 받던 대기업 대리급의 월급보다 많다.  게다가 월급 이외에 집세를 금전적으로 보조해준다던가, 타지역에서 오는 경우 왕복 비행기 티켓도 제공해주며, 회사와 집의 거리에 따라서 법인 차량이나 자전거 같은 이동수단을 제공해 주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곳 에서도 간혹 '열정페이’가 존재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갑질로써의 열정페이를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스타텁(Start-up)에서 일을 배워나가는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존재하며, 대부분의 스타텁에서도 인턴 월급은 평균 $10~15/hour (약 월180~270만원)정도를 준다.  기본적으로 ‘노동’에 대한 가치가,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높게 평가되는 느낌이다. 

학비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워낙 비싸긴 하지만, 본인의 학업성취도, 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기여도 여하에 따라 다양한 장학금들이 있으며, 적게는 몇십만원부터 몇백만원까지, 외부 펀딩을 받아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도 흔하다.  나 역시 적잖은 장학금 및 Part-time으로 일하면서 받는 급여를 통해서 경제적인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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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에 이렇게 좋은점만 있다면 누가 미국행 비행기 타는 것을 마다하겠느냐마는, 위에서 언급한 이점들을 뒤집어 엎을만한 어려움들도 많으니 간과해서는 안된다.



B. 여전한 어려움들


B-1. 밥을 떠 먹여주진 않는다


미국에서, 특히 뉴욕에서의 유학이 많은 기회를 제공해준다고 위에서 언급했으나 그 기회가 내게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다.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정보에 깨어있어야 하고, 인간관계에 깨어있어야 하고, 관련 업계의 동향에 깨어있어야 한다.  학교에서 그냥 주어진 과제만 묵묵히 성실하게 해낸다고 능사가 아닌 것이다.  본인이 관심있어하는 분야에는 눈과 귀를 항상 열어놓아야 하며, 본인이 진행했던 프로젝트도 영상, 사진, 스케치 등으로 잘 정리해두어야 한다.  보통은 학교 과정 이외에도 한두가지 관심가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기때문에, 학기가 시작되면 한국에서 회사 다녔을때 이상으로 바쁜 생활이 시작된다(게다가 다 영어다!!). 학과 과정에서도 정해져있는 수업루트가 있지 않고, 본인이 생각하는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미리 생각해두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여러모로 힘빠질 일을 줄일 수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본인이 찾아보고, 물어보고, 선택하고, 책임져야 한다.  미국에서는 우는 아이 젖 한번 더 준다. (정말이다) 



B-2. 다양한 경쟁자


아티스트, 프로그래머, 댄서, 작가, 방송 디렉터, 뮤지션 등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하면서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는 장점의 이면에는, 경쟁자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이야기도 된다.  내게는 디자인이 Core Capability이고 Coding이나 Physical Interaction같은 영역이 더하여져서 나만의 강점을 만들어 갈 수 있지만, 동시에 예를들어 프로그래밍에 능숙한 이에게 디자인 영역이 덧붙여진다면 그는 내가 범접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게된다.  실제로, 나와 친한 미국인 친구중에 연극 작가가 있는데, Physical Computing 스킬을 배운뒤 그가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훨씬 매력적이 되고 강력해지는 것을 본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은 나에게만 주어진 특권이 아니라 모두에게 동시에 주어진 기회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B-3. 영어, 영어, 영어


나 역시 아직 너무 부족하지만 -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바로 영어이다.  디자이너가 영어가 무슨 소용이냐-라고 말 하는 것은, 미국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말이다.  여행을 오는 거라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박물관 티켓을 구입하는 정도의 영어만 할 수 있다면 상관없지만, 이곳에서 공부를 하고 일을 하려면 일상적&전문적인 대화를 하고 정보를 습득해야 하는데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해야한다가 아니라 잘 해야 한다.  스스로 잘한다라고 생각이 되어지더라도, 여전히 그들에게는 ‘이녀석 어느정도 하네’정도의 수준밖에 안되니까.


위에서 동양인들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이 ‘skillful’하다고 언급하였는데, ‘skillful’하다는 것은 단지 ‘기술이 좋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본인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명확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똑같은 작품을 두고도 한쪽은 ‘기술이 좋네’로 머물지만, 또 다른 한쪽은 ‘생각과 표현이 끝네주네’라고 엄지손가락을 추켜 드는 것이다.  한가지 명확한 것은 이곳에는 기술이 좋은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는 점이다.  그렇기때문에 비어있는 캔버스에 선 하나를 긋고도 10분 이상을 본인의 생각으로 채워나갈 수 있을정도로 영어에 대한 걸림돌을 최대한 줄여야한다.  게다가 위에서 말한 무수한 기회들도 영어를 못한다면 기회가 기회인줄도 모르고 스쳐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의사소통 수단으로써의 영어는 반드시 극복해야할 대상이다.


내가 예전에 미국인 친구한테 농담삼아 물어봤던 건데, “영어 잘하는 홈리스(homeless)에게 디자인을 가르치는 것과, 디자이너인 나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중에 어떤 것이 효과적/효율적일까?”  이 질문을 본인에게 해보라.  만약에 자신있게 대답하기 망설여진다면 유학을 재고해보기 바란다.  물론 영어가 반드시 수준급으로 필요한건 아니다. 정말 끝내주게 스킬이 좋다면 말이다. 



B-4. 돈


맨하탄에 살고 있는 중국인 친구가 예전에 홈파티를 한다면서 나를 초청한적이 있었다.  맥주와 와인을 사들고 찾아간 그의 방 2개짜리 집은 한 4명의 중국인 유학생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  고시원만한 크기의 조그마한 방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었는데, 싱글침대 옆에 책상을 놓으니, 의자를 뒤로 빼기에도 만만치 않은 공간이 나오는 정도? 이정도 크기의 방인데도 한국 돈으로 월 100만원씩 이상은 기본으로 나가는 곳이 뉴욕이다.  물론 좀 더 좋은 환경의 집도 있겠지만, 당연히 그만큼 가격은 올라간다.  나 또한 처음에 뉴욕으로 오기전에 ‘잠은 그래도 좀 편하게 혼자 자야지’라는 생각으로 스튜디오(원룸 오피스텔 같은 형태)를 구했었는데, 월 $2000 ~ $2500정도씩 하는걸 보고 마음을 접은적이 있다.  뉴욕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살 수 있겠지만, 주중에는 학교에서 작업을 하고 밤늦게 잠만 잘 학생인데 그렇게까지 많은 돈을 써야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수의 유학생들이 집을 하나 빌려서 각자 방을 쓰는 형태로 생활하는데, 그마저도 월세가 한국과는 비교가 안된다.

학비 역시 살인적이다.  장학금을 받거나 학기중에 일을 하면 그나마 도움이 되겠지만(그래도 여전히 비싸다), 그 마저도 못하는 많은 수의 학생들은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특히 외국인신분으로 이곳에서 받을 수 있는 경제적인 도움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B-5. 사다리 치우기


뉴욕에 오기전에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고, 요즘들어 점점 심화되는 이야기다.  앞으로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 뿐 아니라, 현재 유학생들에게도 가장 큰 어려움이 되는 부분 일 것이다.  본론 전에 배경을 잠깐 설명하자면, ‘우리 외국인 안받음’이 미국의 기본 이민 정책이다.  그래서 F-1 비자를 받을때에도 대사관에 가서 ‘나 공부 마치고 다시 돌아올 거임’이라고 인터뷰 해야하는 것이다.  다만, 미국에서 학업을 마친후에 '나를 필요로하는 곳'이 있다면, 미국이 H1B라든가 더 나아가 영주권을 허가하는 것이지, ‘나’를 보고 허가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나마 OPT 기간이 1년, STEM OPT 기간이 2년인 것은 좋은 일이다)


몇 년 전만해도, UX 디자인관련 쪽은 거의 미국인의 불모지였다.  대부분 아시아인, 인도인들이 많은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기회가 무척 많았다.  때문에 인턴십 뿐만 아니라 취업후 H1B를 받기도 수월한 편이었다.  그러나 2년전 부터, 미국 정부와 뉴욕시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하여, 디자인 및 IT 관련업종에도 미국인들이 경쟁력을 갖추어 진출할 수 있도록 교육시스템을 정비하고 여러 기회들을 마련하였다.  그러한 예로 ‘무료 code academy’같은 비 영리 교육 기관들을 여럿 세워서, 미국의 청년 실업자들 혹은 재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온오프라인으로 무료 프로그래밍 강의들을 열어주고, 몇개월간 과정을 이수하면 관련 업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수료증(certificate)을 주었다.  불과 재작년에 시작한 일이었는데 이제 슬슬 그 열매들이 사회에 진출하고 있으며, 몇년전까지 아시아인들, 인도인들이 다수 차지했던 일자리들에 자국민들로 대체되기 시작하였다.  업계에서는 이걸 두고 ‘인터네셔널들(외국인들)의 사다리가 치워지고 있다’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주변의 실제 예를들어, 이번 여름방학에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인턴십 자리를 구하는데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미국 대기업중의 하나인 A라는 회사는 아예 ’no-international’이라는 문구를 모집요강에 넣기도 하였다.  물론 내가 미국인이었다면 환영할만한 정책이겠지만, 외국인 신분으로써는 안타까운 형국이다.  한마디로 ‘우리 외국인 안받음’이라고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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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것들을 얻고싶으냐에 따라, 유학생활의 (본인이 느끼는)성공 여부가 매일매일 냉정하게 결정된다.  현지에서 (겪은 굉장히 사적인 경험을 바탕으로한) 정보들은 추후 별도의 내용으로 써볼까 한다.


빅리그 입성은 여러모로 어렵다.



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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