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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hwan Jun 29. 2016

빅리그 입성 스케치

실리콘밸리 회사 문화 적응기

2월에 Offer Letter를 받고 약 4개월간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첫 출근을 하는 날.  차가 막힐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그래도 첫 출근인데 좀 일찍 가서 대기해야지'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마인드로 무장하고 아침 7시 반에 출발.  차가 막혀서 아마도 8시 10분쯤 도착할 거라는 구글맵의 예상과는 달리 7시 50분에 도착했더니 아직 정문 Security도 출근을 하지 않은 상황.  '어디 가서 커피라도 한잔 하면서 기다릴까'라고 둘러보았으나, 내가 다녔던 한동대처럼 주변에는 흙과 풀과 나무만이... 혹시 몰라서 회사 뒤편에 있는 Tesla Motors에 가서 기웃거려 보았으나 거기도 외부에 위치한 카페는 보이지 않았다.  그냥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믿기 힘들겠지만 회사 주변이다


조금 기다리니 1층 안내데스크 직원이 와서 '늦어서 미안하다'며 허둥지둥 Welcome package를 내 손에 챙겨주었는데, 내가 괜히 이국땅에 와서 괜한 직원 스트레스를 주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괜히 일찍 와서 미안했다.  앉아서 책을 읽고 있으니 한 명 두 명씩 새로 입사하는 친구들이 와서 인사를 나누었다.  어떤 이들는 인턴십으로 왔고, 어떤 이들은 신입사원 혹은 나처럼 경력사원도 있었다.  심지어 나랑 악수를 나눈 한 외국인은 악수하는 폼이 좀 어색하길래 '이 녀석 인턴십인가..'라고 생각했었는데, 본인 소개를 '나 상무(Vice President)로 새로 왔어' 라고해서 깜짝 놀랐었다.  한국에서는 직급별로 차수를 나누고 각각의 과정들이 있었는데, 새로 온 사람들을 직급에 관계없이 한자리에 모아서 한 번에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는 것도 굉장히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로벌 기업 오리엔테이션이라기 보다는, 흡사 강남의 영어학원 수업같은 풍경이다.


반나절 동안 진행되는 오리엔테이션도 굉장히 간단하다.  회사 간략한 소개, 회사 포털사이트 사용법, 개인 Laptop을 나누어주고 기본적인 세팅을 하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여러 가지 Benefit 소개 및 등록법들을 설명해주니 당초 계획했던 12시 반이 되자 서둘러 오리엔테이션이 마무리되었다.  이후에는 각자 일하게 될 곳의 직원들이 와서 1:1로 붙어서 함께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가서 인사를 시켜주었다.  그리고는 당황스럽게도 모든 게 종료.  한국에서 새로 입사하면 동기들끼리 팀을 짜고 뭔가 프로그램을 하고 시험도 보는 등 기본적으로 1-2개월은 업무라기보다는 적응하는 기간을 주었었는데, 이곳에서는 바로 반나절만에 업무 시작.  어느 게 더 좋고 나쁘고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곳에서의 문화는 철저히 실용적이고 성과위주의 문화라는 것이 출근 첫날부터 느껴졌다.  '큰돈 내고 널 영입했으니, 빨리 성과를 보여봐'라는 보이지 않는 압박도 느껴졌고.


그런 압박이 느껴지고 나니, 회사 내에 있는 카페테리아, 스낵바, 커피샵등이 모두 무료라는 것이 '다른 곳 가서 먹고 마시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여기서 해결하고 일하렴'이라는 의도가 들어있는 것이 보였다.  실제로도 출근 후 몇 주가 벌써 지났는데, 회사에서 느낀 것은 정말 다들 일을 집중도 있게 열심히 하는 것이 보인다.  한국에서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봤었지만, '집중도'의 차이인 것 같다.  근무시간에 왠만해서는 커피 마시러 몊십분씩 자리를 뜬다던가, 삼삼오오 모여서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모습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불필요한 회의 참석이라던가 1시간 이상 이어지는 회의는 본 적이 없고, 특히 야근이나 주말근무는 생각도 못한다.  얼마 전 다음날 중요한 보고를 위해서 키노트를 작업하느라 저녁 7시 정도까지 작업을 했었는데, 팀장이 오늘 고생 많았다며 내일 나오지 말고 집에서 근무하라는 말에 뭐랄까 알 수 없는 씁쓸함?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이 디자인 팀의 수장.  애플로 치면 조나단 아이브쯤 되겠다.


위의 사진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UX Design Event인데, TED Talk처럼 내외부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15분씩 강연하고 질의응답하며 지식과 인맥을 공유하는 행사다.  회사 근무시간 중에 열리는 행사라 근무하는 와중에 시간표를 보고 원하는 세션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입사 후 얼마 안 있어 행사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 내용들을 두루 접하며 과연 실리콘밸리에서 기술발전의 속도는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시에 이런 open-discussion을 통해서 서로의 지식이 시너지를 이루면서 팽창해가는 모습들이 부러워 보였다.


어마어마한 사람들과 어마어마한 맥주들



입사 초반이라 업무보다는 여러 가지 교육 및 기초정보 세팅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냈었는데, 얼마 전부터 바로 위 팀장에게 회사 관련, 팀 관련, 팀 내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 등의 큰 그림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직은 적응 중이고 다행히 친절한 팀원들 덕분에 어렵지 않게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곳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해야 함은 피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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