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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hwan Jun 01. 2018

제품 및 컨텐츠의 진화 과정

인문학이 기술을 관통한다

개요


얼마 전에 Facebook에서 진행하는 개발자 컨퍼런스인 'F8'이라는 행사가 열렸었고, 구글에서 주최하는 'Google I/O'라는 행사도 지난주에 큰 이슈가 되었었다. 애플도 마찬가지로 이미 오래전부터 WWDC(World Wide Developers Conference)를 매년 큰 규모로 열고 있다. 이 세 회사 말고도 IT 기술, 제품, 서비스를 선도하는 큰 회사들이 이런 비슷한 행사를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첫번째로는 회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할 것인지 로드맵을 볼 수 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많은 개발자들이 회사들이 내놓은 로드맵에 맞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더 많은 고객을 회사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많은 고객의 유입은 많은 이익의 유입을 뜻한다.


두번째로는 제품과 서비스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개발자들이 스스로 그 기술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  이 두 번째의 이유가 첫번째보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미래의 회사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기술의 발전이 빠른 시대에서는 회사가 현재의 먹거리에만 집중하고 미래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한다면 금세 시장에서 도태되어 없어지게 된다. 요즘에는 영원히 망하지 않을 것 같은 회사도 순식간에 없어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제품 및 서비스의 기회를 엿보기 위해서라도 이런 큰 행사에 큰돈을 들여서 참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으응...?? 무료가 아니었어...?!;



그런데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제품 및 서비스가 진화하는 큰 방향은 저런 큰 규모의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도 어렵지 않게 내다볼 수 있다.  이 글도 그런 생각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써 내려가는 것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



역사와 관련한 현대의 명저인 <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에드워드 카(Edward H. Carr, 1892~1982)는 역사를 한마디로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로 규정했다.  역사는 현재의 사람들에 의해서 평가받으며, 그리고 현재 및 미래는 과거의 역사의 거울이라고도 했다. 이렇듯 제품의 진화 및 발전의 과정도 과거 제품의 역사를 보면 어느 정도 흐름을 볼 수 있다.








웹 서비스 및 컨텐츠의 진화


먼저 웹 서비스의 진화 방향을 살펴보면-




지금의 3040 세대라면 하이텔, 나우누리, 천리안, 유니텔 같은 인터넷 서비스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에는 텍스트 몇 줄, 이미지 한 장을 로딩하는 데에도 몇 분씩 가슴 졸이며 기다렸던 시기였었다.  주된 서비스는 채팅방이었고 사용자들은 실명을 사용하지도 않았었는데도 지금의 댓글 문화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서로를 배려하는 존대말을 사용하며 양질의 대화를 주고받았던 기억이 난다.  요즘의 댓글처럼 시시껄렁한 대화가 아니라,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깊이 있게 나누는 1:1 대화나 그룹 대화 등이 주를 이루었었다.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유익한 (혹은 유일한) 재미였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이 시기부터 점차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던것 같다.


대화만 주고받던 웹에서 이제는 음악파일을 주고받는 '공유'의 개념이 생겨났다.  좀 더 일반적으로 설명하자면 내가 가진 것을 상대방과 1:1로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시작되었다(P2P: Peer to Peer). 그리고 많은 야구 동영상들도 1:1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아마 이 시기쯤부터 해서 '공유'라는 개념이 어떻게 확장될 수 있었을까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mp3 음악파일이 대중화가 되면서 다양한 mp3 player 제품들도 시장에서 많이 선보이게 되었다.






우리에게는 애증의 기억으로 남아있는 싸이월드.  한때는 마이스페이스(Myspace)와 페이스북(Facebook)이 넘보지 못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했던 싸이월드.  '미니홈피'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고 '사진첩'을 통해서 서로의 삶을 나누었던 것은 3040대의 한국 사람들은 모두가 갖고 있는 추억일 듯하다. 서비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1:1' 공유의 개념에서 '1:다수'의 공유의 개념이 되었고, 사용자들이 소비하는 매개체는 음악이 아니라 사진이 주를 이루었다.






사진을 제작/소비하던 것이 이제는 영상을 제작/소비하기에 이르렀다.  어떤 스토리를 전달하기에는 사진보다 효과적이고 다양한 교육,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들이 매 순간 전 세계 사용자들과 공유된다. 컨텐츠 서비스의 진화 방향이 어떻게 흐르는지 방향이 보이는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면 오래된 과거의 흐름을 들여다보면 명확해질 것이다.








문학, 음악, 그림 그리고 사진


흥미로운 사실은 아주 오래 전의 예술, 문화 컨텐츠들의 진화되어온 흔적을 보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가 않다는 점이다.  문학 작품은 소설, 수필, 일기, 전기, 종교, 기행문 등등 많은 종류들이 있지만 작가들의 감성과 메세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목적을 함께하고 있다. 문학 작품으로 표현되던 작가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은 음악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15-16세기의 르네상스, 17-18세기의 바로크 시대를 지나면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충만했던 문학작품 상상력과 음악의 발전이 회화(繪畵)로 정의되는 예술영역으로 확대가 된다. 시대가 흐르면서 낭만주의, 모더니즘, 사실주의, 인상파, 팝아트, 포스트모더니즘 등등으로 발전된 회화는 오랜 기간 동안에 예술 컨텐츠의 중심적인 축으로써 지금까지도 역할을 하고 있다. 19세기 초반에 등장한 사진 기술은 회화 사조의 흐름을 바꾸면서 새로운 예술 컨텐츠로서 자리잡기 시작했다. 사진 기술로 인해서 그전까지 지배적이었던 사실주의의 회화기법이 야수파, 인상파 쪽으로 발전되고 사실적인 묘사는 사진 쪽으로 점점 넘어왔다. 이후 20세기 중반에 비디오가 등장한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위의 흐름들을 보면 처음에 설명했던 현재의 웹 컨텐츠의 진화 방향과 거의 일치하는 것이 보인다. 다만 진화의 속도가 이전의 시대에 비해서 점점 짧아지고는 있지만 큰 흐름의 축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을 염두에 둔다면 앞으로의 서비스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섣부르지만) 큰 그림은 예측이 가능하다. 인문학이 기술을 관통한다라는 것은 아마도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s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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