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사 3. 아리스토텔레스

by 박제원

플라톤이 특유의 이원론으로 세상 밖에서 진리를 찾으며 철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세상 안에서 진리를 찾으며 철학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또한 그는 형이상학 말고도 논리학이나 생물학, 정치학 등 여러 분야에서 위업을 남긴 바 있다.


1. 논리학

술어의 바탕이 되는 주어를 기체라고 부른다. 사물을 아우르는 범주, 즉 유가 있으며, 그 유들의 차이성을 종이라고 부른다. 종의 차이는 종차다. 모순과 반대는 다른 것이며 한 사물 안에서 중복으로 있을 수는 없다. 반대는 대립하는 성질 들 중 하나일 뿐이다. 모순되는 사물은 동시에 존재할 순 없다. 이것이 바로 무모순율의 원리이다. 추론은 총 세 항이 존재하면 성립할 수 있다. 술어이자 대항인 P, 주어이자 소항인 S, 매개항이자 중항인 M. 항 두 개가 모여서 전제가 되며 전제 세 개가 모여서 추론이 된다.


2. 형이상학

우선 훗날의 철학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형상-질료를 언급해야 한다. 인식 너머에 이데아가 있다는 플라톤의 주장과는 다르게,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물 안에는 형상과 질료가 내재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변하지 않는 형상과 변화하는 질료는 실체와 양태, 주어와 술어, 본질과 속성 등 다양한 형태로 이후의 형이상학의 기초가 되었다.


그는 실체를 유와 종으로 나누어 사유했다. 유는 더 넓고 상위의 범주 개념이고, 그 하위의 구체적인 개념을 종이라고 칭했다. 가령 유가 동물이면, 동물의 유에 인간이나 호랑이의 종이 속하는 식이다. 종끼리 구별되게 만드는 차이를 종차라고 칭했으며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분할될 수 없는 최후의 종이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종차와 우유성(우연적 속성)은 구분해야 된다.


삼단논법에서 양 항의 추론을 중항이 성립시키듯이, 존재를 존재하게 하는 중항과 같은 원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먼저 논리학에서 언급한 무모순율의 원리가 제일전제로서 작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후 제일실체와 제일원인들을 탐구해 나간다.


사물의 원인에는 작용인, 목적인, 형상인, 질료인이 있다. 지혜는 최고선이자 제1의 원인으로서의 작용인이다. 원리는 인식에 앞서 존재해야 한다. 실체는 일차적인 것이다. 원리나 원인은 사물과 떨어져 있으며 사물 내부에는 가능태가 내재하다가 사건이 터지며 현실태로 전환한다. 가능태에서 현실태로의 전환의 원인은 사물의 능동자, 즉 ‘있다’이며, 이것이 사물의 본질이다. 따라서 최고의 개념은 모든 각각의 개념들의 개체성이다. 그리고 이 개체성은 형상에서 비롯된다. 가능태는 현실태와 함께 존재하며, 최후, 최근의 주어나 기체가 실체이다. (최후의 현실태)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현실태(에네르게이아)와 최종 현실태(엔텔레케이아)를 구분할 필요가 있을 듯싶다. 질료=가능태, 형상=현실태라고 보는 게 편하다.


술어의 형태들 중 제1 의적 존재는 실체로서, 사실상 주어다. 질료와 형상의 결합체가 기체가 된다. 사유는 질료가 없는 실체, 즉 형상이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나오는데, 형상과 본질은 질료에 내재한다. 최하위의 종차가 사물의 본질이자 실체인데, 형상이 곧 실체이기 때문이다. 즉 종차 = 형상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유는 보편자이며, 사물을 사물로서 만드는 것은 형상이다. 제1의 실체는 가능태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와 존재는 보편적이기 때문에 실재일 수 없다. 존재는 개체성에 앞서며, 개별자 안에서의 형상의 실현 원인은 최상위의 영원실체다.


실체는 형상과 형상의 결여태(레우키포스 적 공간을 의미하는 듯하다), 그리고 질료다. 작용인은 결과보다 선차적이며, 형상은 결과와 나란하다. ‘하나임’은 선차적일 수 없으므로 제일원리가 아니다. 보편자는 인과능력이 없으며, 모든 사물에는 제1의 사물로서 움직이는 작용인이 있다. 영원히 운동하는 천체에도 작용인이 있다. 이 작용인은 영원하므로 질료도 없고 가능태도 없다. 이른바 ‘부동의 원동자’다. 아까 위에서 질료 없이 존재하는 현실태는 사유라고 언급한 바 있듯이, 부동의 원동자는 지성이자 선이다.


피타고라스 적 수나, 플라톤 적 이데아는 제일원리가 아니다.


그래서 사물을 사물로 만드는 제일원리는 무모순율, 최상위 원인 첫 번째는 복합실체를 하나로 만들고 설명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는 실체의 형상, 두 번째는 순수한 현실태이자 제일실체인 부동의 원동자라고 볼 수 있다.


3. 윤리학

선과 정의는 모두 개인에게 뿌리를 둔 것이다. 목적에는 도구적인 것과 본래적인 것이 있는데, 모든 행위의 궁극적 목적은 선이기에 본래적인 것에 목적을 두고 행위해야 한다. 인간의 영혼은 이성이 특징이며 따라서 삶의 목적도 이성적인 것에 둬야 한다. 즉 덕을 수반한 영혼의 활동을 해야 한다. 도덕성의 일반법칙은 정의로운 이성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며, 비이성은 혼란으로 치닫는다. 덕은 중용에 따라 선택하는 습관이며, 각각의 중용은 상대적인 것이다. 사악함에는 중용이 없다. 덕은 가능태일 뿐, 자연적인 것이 아니다. 따라서 교육과 심사숙고한 선택으로 선을 향해야 한다. 플라톤과는 다르게 무지나 강제, 회피처럼 비자발적이면 봐준다. 최고본성은 철학적 지혜이며, 이에 따라 진리를 관조해야 한다.


4. 예술철학

플라톤은 예술의 인식론적 측면에 집착하여 예술을 비판하고 왜곡하였으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의 보편성을 인정했다. 시는 인간의 근본이며 예술에서 모방의 본능이 나온다고 보았다. 연민과 공포에서 카타르시스가 도출된다고 보았다.


5. 여담

아리스토텔레스부터는 대화편이 아니라 책이 진짜 학술서적처럼 빡세게 나온다. 아니, 애초에 그의 저서는 대체로 각잡고 책을 낸 것이 아니라 강의록 등등이라고 한다. 난해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사실 아테네 출신이 아니라 마케도니아 출신이라고 한다. 알렉산드로스의 스승인 이유가 있다. 물론 그의 조카가 알렉산드로스에게 당하기는 했지만.


또, 개인적으로 스피노자랑 함께 가장 재미있게 읽은 철학자이기도 하다. 논리학에서 중항을 이끌어 내어 제일철학의 필요성과, 거기서 나아가 제일원인에 대한 도출, 그리고 그 제일원인을 향한 윤리학 등 철학이 체계적으로 짜여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형이상학>은 여태 읽은 책 중 가장 난이도가 있던 책이라 꽤나 열심히 읽은 기억이 있다.


읽은 책

새뮤얼 이녹 스텀프,『소크라테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열린책들 (2008)

아리스토텔레스,『 범주들 / 명제에 관하여 / 입문』, 그린비 (2013)

아리스토텔레스,『분석론 전서』, 서광사 (2024)

아리스토텔레스,『분석론 후서』, 서광사 (2024)

아리스토텔레스,『형이상학』, 동서 (2016)

에드워드 C. 핼퍼,『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입문』, 서광사 (2016)

아리스토텔레스,『니코마코스 윤리학』, 현대지성 (2016)

아리스토텔레스,『시학』, 현대지성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