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20년 뒤 선택받을 브랜드는 과연 무엇일까?
얼마 전 도쿄에 있는 Tamiya Plamodel Factory (타미야 프라모델 플래그십 스토어)를 방문했다.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모터카와 다양한 조립식 탱크, 비행기들이 슬슬 지름신을 불러 내기 시작했다. 매장을 돌아보면서 한 가지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당시 매장에는 10여 명의 고객이 있었는데 그중 80%가 50~60대 남성이었다. 다들 수수한 차림이었다. 하지만 눈빛만은 10대 시절의 호기심 가득한 순수함 그 자체였다. 아마도 이 아재들에게는 이 곳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놀이터임이 분명했다. 40~50년 전에는 생각해 볼 수도 없던 꿈의 놀이터 말이다.
일본은 2016년 이미 고령화율이 30% 이상 되었다. 현재는 무려 약 3,500만 명의 노인 인구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나라이다. 츠타야의 마스다 무네아키 회장은 이미 젊은이들이 계속 줄고 있는 일본의 인구 계층 유형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었다. 프리미어 에이지로 일컫는 60세 이상의 고객이 츠타야를 찾게 하려고 다이칸야마에 티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멋진 라이프스타일 공간의 핵심 타깃이 노인이었다니, 그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일본 대표 리테일 브랜드인 Aeon mall 역시 얼마 전부터 아침 일찍 활동하는 노인들을 위해 일부 매장의 오픈 시간을 오전 7시로 조정하여 쇼핑 외에도 그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에 진입을 한 상황이다. 국내외 인구학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역시 일본의 전처를 유사하게 밟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 말은 즉, 현재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접하는 수많은 브랜드에서도 인구 계층 유형 변화로 인한 변화가 있을 거라는 것이다.
액티브 시니어들이 많아진 우리나라. 우리는 주말, 주중을 가리지 않고 아웃도어 룩의 베이비부머 세대와 어르신들을 참 많이 만난다. 집 근처에서도, 마트에서도, 심지어 공항에서도 대한민국 대표 패션으로 착각할 정도로 현재 아웃도어 룩은 대세이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반응은 그리 달갑지는 않다. 10~20년 뒤 이들에게 지금과 같은 아웃도어 룩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노령화 인구의 증대와 함께 한편으로 저출산이 나라의 큰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유아동 패션, 생활용품, 교육 브랜드에 있는 사장님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귀한 자식에게 더 비싸고, 좋은 교육 환경을 마련해 주기 위해 힘겹게 달려왔다. 덕분에 유아동 프리미엄 브랜드와 교육 관련 시장은 크게 성장해 왔다. 하지만 가성비와 워라밸 그리고 ‘나’ 다움을 중시하는 최근 밀레니얼 세대 부모들에게는 이것들은 모두 비합리적인 사치일 뿐이다. 불과 20년도 안되어 생긴 변화이다. 이런 변화는 빙산의 일각일 뿐 인구학이 다양한 산업 내 브랜드에게 주는 파장의 폭과 깊이는 상상 그 이상이다.
시대 변화에 따라 무조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거나, 기존 브랜드 리뉴얼을 하는 일반적인 접근은 버려야 한다. 이제는 전략적인 브랜드 관리를 위하여 인구학적 관점을 활용해야 한다. 인구학적 관점은 단순히 인구 변화 현상을 수치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인구의 변화에 어떤 특성이 있으며, 이후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특히 다양한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기업에게는 인구학적 관점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아시아 인구학회 이사이자,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인 조영태 교수는 인구학 관점의 통찰은 크게 3가지 측면에서 기업의 의사결정에 반영될 수 있다고 했다. 3가지 측면은 바로 미래의 수요, 미래의 시장 개척, 미래의 조직이다. 이를 브랜드 관점에서 살펴보아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여전히 크다.
첫째로 미래의 수요 측면에서 기업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이 바로 “앞으로는 어떤 브랜드가 많이 팔릴까?”이다. 한 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새로운 수요 창출은 신규 브랜드만의 역할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의 Aeon Mall은 노인층의 증대에 맞춰 기존 업장들의 영업시간을 오전 7시로 변경하고 새로운 경험 요소를 제공하며 프리미어 에이지 층의 수요를 새롭게 창출했다. 이렇듯 기존 브랜드 안에서의 운영 등의 변화를 통해서도 새로운 수요는 창출될 수 있다. 또한, 인구 구조에 따른 세대별 특성의 이해를 통하여 향후 어떤 브랜드를 새롭게 개발하고, 기존 브랜드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준비해야 한다.
둘째로 미래의 시장 개척 측면이다.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브랜드를 지향하며, 중국과 미국을 대상으로 존재감을 키워 가려고 한다. 인구학적 관점은 현지에서 생산한 물건이 바로 소비까지 가능한 시장을 발굴하라고 한다. 예를 들어 베트남은 총인구 9,400만 명에 중위연령이 27세이다. 참고로 대한민국은 44세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베트남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젊은 국가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주변의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까지 합치면 1억 7,000만 명으로 한류로 분명한 지지도를 얻은 대한민국의 브랜드들은 인구학적 관점에 믿음을 갖고, 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조직 측면이다. 사회가 고령화가 되어 가는 만큼 기업 조직도 함께 고령화가 되어갈 것이다. 기존 직원들이 나가지 않으면 회사 규모가 계속 성장하지 않는 한 젊은 직원은 찾기 어려워질 것이다. 한 회사가 지속적으로 고령화가 되어 간다면 그들이 소속 또는 맡고 있는 기업 브랜드와 제품 브랜드 역시 같은 수순을 밟을 확률이 높다. 브랜드는 이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브랜드에게도 엄마, 아빠가 있다. 엄마, 아빠가 교육받은 2010년대 방식으로 2030년의 소비자가 사랑하게 될 브랜드가 나타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조직 구조 상의 문제로서 이는 다루기 어려운 이야기이다. 분명한 것은 기업 내부의 조직 문화 혁신과 업무 개선 노력은 우리 브랜드가 생명력을 지속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브랜드와 인구학.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이는 두려움으로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두려움 속에서 분명한 기회를 찾아낼 것이다. 그 분명한 기회는 예측 가능한 인구학적 관점에서 시작된다. 지금부터 인구학이라는 색안경을 써 보자. 그리고 수많은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는 시장을 바라보자. 무엇이 보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