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를 읽고
학창시절 우리반에서 1등을 도맡아 하던 친구의 장래희망은 인류고고학자였다. 애석하게도 순수함 같은건 이미 없었던 시절 인지라 그런걸 공부하면 굶어죽기 쉽상 이라고 핀잔을 주곤 했다. 선생님들도, 부모님들도 모두들 극구 만류했다. 결국 그 친구는 인류학과에 진학했다. 고고인류학 이라는 듣기만해도 따분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그 분야에 진학한 친구가 가끔 생각난다.
역사는 현재를 보는 거울 이라는 E.H 카 의 책을 추천도서 목록에 넣고 열심히 읽었던 경험이 있다. 일단 읽긴 읽는데, 아무래도 역사는 단지 지난 과거일 뿐이고, 더 나아가 봤자 지나간 일들에 대한 참회? 혹은 반성, 그리고 끽해야 지식의 더함? 정도 밖에 안돼 보였다. 하지만, 유명하다는 이유로 책을 읽어 나갔다.
인류의 미래? 라는 대담한 질문을 한번도 한적이 없다. 그냥 난 내 살길만 생각했다. 하루하루 그냥 아무 생각없이 지내곤했다. ‘Carpe diem’ 지금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데카르트의 명언도 그냥 내 SNS의 장식말에 불과했다. 그렇게 난 내 젊을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 인류에 대해서 생각하는게무슨 의미가 있으며, 특히 과거 인류의 조상에 대해 논하는 것이 얼마나 비 생산적인가에 대해서만 열을올렸을 뿐이다.
사피엔스 라는 책은 나에게 인식 그 자체를 바꿔 주었다. 우리가 가끔 학문 으로만 치부하던 모든 인류의 성장과 진화의 과정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성장통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아 챘을 때 이미 세상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었다. 머지않아 사이보그가 나타날 것이고, 사고로 죽지 않는한 현생 인류는 영생의 삶을 살게 될 수도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만화 에서만 보던 세상이 가까워지는 지금 왜 나는 사피엔스 라는 한권의 책에 감동을 받고 있었던가.
삼십년 넘게 살아오면서 ,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고 그냥 지나쳤던 의문들을 가지게 해 줬다. 인류의 삶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산을 누비면서 음식을 구하고, 가족과 부족을 지키던 습성 그대로 우리는 계속해서 살아오고 있다. 단지 변한게 있다면 그 전문화의 폭이 좁고 깊어 졌으며, 단 한사람의 힘 만으로는 삶을 충족 시키기 어려운 다양한 사회가 되었다 점 정도일까?. 인류의 본질은 수만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 같은데 우리는 때론 큰 착각을 하곤 한다.
생명윤리의 중요성을 간과하기도 하고, 지금의 기술로는 모든걸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세계는 상상력의 산물이 신용과 믿음 이라는 연결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몇몇의 진보된 기술들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 이라고 철썩같이 믿고있다. 거적대기를 걸치고 직립보행을 겨우 하던 옛날의 모습을 지금의 인류와는 질적으로 다른 동물 수준이라고 무의식적으로 무시 하곤한다.
인류의 삶은 우연의 연속 이었으면, 순간의 선택 이었다. 그리고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변화는 끊임없이 초래 되었으며, 공동체라는 집단이 커지면 커질수록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농경을 통하여 정착을 하는 순간부터, 수렵 채집인 보다 능력의 범위가 줄어 들었으며 , 자연스레 계절의 주기에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곤 했다. 물음에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 하면서부터 과학과 발명 이라는 분야가 확장되기 시작했고, 신용이라는 상상력의 산물을 이용하는 순간부터 자본주의는 급속도로 삶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동굴에서 태어나서 , 우주의 달까지 가는 동안 인류는 무수히 발전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더 발전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의 인류가 있게 되기 까지의 사건과 순간의 선택들을 인지해야 한다. 인지하고, 지금의 방향성이 옳은가를 끊임없이 질문 해야지 미래를 이끌어 올 지금의 선택을 잘 할 수 있다.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발전 했는가를 아는 것이 주된 목표가 아니다. 지금 현재 어디에 있고,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반문 해야한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단순한 인류역사서 이기 보다는 , 모든 현생인류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끌어 내도록 만들어 내는 하나의 열쇠다.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잠들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처진 사고를 이끌어 내는 하나의 도구이다. 사피엔스가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한단계 도약하는 혁신을 이룰 수 있었다면, 지금 우리가 직면한 상황에서 유발 하라리가 던지는 질문들이 또 하나의 도구가 되어 인류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지는 않을까.
오래전 인류고고학을 열망하던 그 친구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심사 숙고 해야 할 문제에 한걸음 먼저 다가 갔을 거라는 생각이든다. 정답을 찾기전에 ,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과정이바로 사피엔스 가 그토록 세계적으로 돌풍이었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마치 인지혁명이 처음 일어 났을때 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