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가지 역사적 협상의 순간. 그리고 삶
'전략’을 직설적으로 알려줄줄 알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역사책이었다.
협상이 역사를 바꾼 스무가지 순간을 자세히 설명하는 책이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유럽 석탄철강공동체조약을 이끈 ‘장 모네’라는 사람이었다.
그를 다룬 6장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는 문제를 대할 때 이론보다는 실용적 접근을 선호했으며,
모두가 현실의 장애를 이유로 불가능하다고 할 때
그는 자유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자신의 숭고한 이상을 밀어붙였다.’
정말이지,
내가 배우고 싶은 균형감각이다.
균형감각 뿐만 아니라,
으르렁하는 두 측을 설득해 다시 협상장으로 불러내는
장 모네의 인내도 인상적이다.
국가와 민족 사이에서만 그렇겠는가.
사람 간의 관계 혹은 풀기 힘든 일 앞에서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 때면
이 책에서 마주 했던 인물들이 기억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자기 계발서 같기도 하다.
협상의 전략에서 끌어올린 몇 가지 문장을 소개한다.
상대의 의도를 읽고 협상의 쟁점을 조율하려면 비밀채널이 반드시 필요하다.
(2장 벼랑 끝에도 대안은 있다, 쿠바의 미사일 위기)
통일의 꿈이 악몽으로 변한 것은 너무 서둘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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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으로만 이루어진 통일은 얼마나 허망한가? 사람과 사람 사이, 부족과 부족 사이, 그리고 지역과 지역사이, 분열의 골이 더 깊어졌다. 분단 시대에 통일은 희망이었다. 그러나 통일 이후 아무런 희망이 없음을 확인했을 때 느낀 절망은 치명적이었다.
(4장 서두르면 망한다 : 예멘 통일 협상)
모네는 전후 유럽 질서의 변화를 읽고, 유럽 석탄 철강 공동체를 만든 사람으로서 '유럽통합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모네는 '무엇이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를 이루려는 사람'의 전형이다. 모네는 지위를 탐낸 적이 없고, 명성을 추구하지도 않았으며, 대중의 평가에 연연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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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그는 문제를 대할 때 이론 보다는 실용적 접근을 선호했으며, 모두가 현실의 장애를 이유로 불가능하다고 할 때 그는 자유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자신의 숭고한 이상을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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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전략은 바로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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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와 만나기 전에 서로 공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모네의 설득 요령이었다.
(6장 적을 동업자로 만들어라 : 유럽석탄철강공동체)
스탈린은 전쟁 중인 한반도를 '미국의 발목을 잡고 늘어져 힘을 빼는 공간'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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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입장에서 볼 때 한국전쟁은 국공 내전의 후유증을 해소하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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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은 자신의 의지대로 전쟁을 종결할 수 없음을 알고 낙담했다.
(7장 총은 내려놓고 만나라 : 한국전쟁 휴전협상)
독립 당시 인도에는 500여개의 토후국이 있었다. 식민지 시절 영국은 외교,국방,통신을 장악하고, 토후국의 내정을 전통적인 왕에게 맡겼다. 영국의 마지막 인도 총독인 마운트배튼 경은 토후국들이 인도와 파키스탄 중 하나를 골라 편입하도록 유도했다. 또한 토후국이 독립을 선택하더라도 인정하지도 지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공포했다. 토후국 대부분은 지리적 위치와 종교 분포에 따라 인도와 파키스탄 중 하나를 선택했다.
(8장 만만한 상대는 없다 : 타슈켄트 정상회담)
협상에서 개인적 친분과 상호 이해는 매우 중요한 변수다.
(9장 고집부리다 발목 잡힌다 : 레이캬비크 정상회담)
민주화는 시작일 뿐이다. 과도기라는 특성 때문에 과거의 관성과 미래를 향한 노력들이 충돌하고, 민주화와 내전을 부추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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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과정은 새로운 정치 경쟁의 공간을 만든다. 열린 공간에는 언제나 미래 뿐 아니라 과거의 낡은 것들도 고개를 디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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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것'과 같아서 일단 민주화 과정이 시작되면, 다시 말해 호랑이가 달리기 시작하면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다. 즉 권위적인 개입을 통해 민주화 과정을 후퇴시킬 수는 있지만, 변화의 흐름을 조정하기는 어렵다.
(10장 소수파를 배려하라 : 미얀마의 소수민족 평화협상)
매듭짓지 못하는 역사는 예기치 않은 시점에 훨씬 악화된 형태로 삐져나와 반드시 복수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11장 쉽게 타협하면 역사가 복수한다 : 한일협정)
민주화의 길에서 과거 청산은 미래를 향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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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는 상처를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무언의 공감대를 재확인하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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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때가 되면, 내가 조국의 배신자가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으면 좋겠다. 나는 평화를 원했고, 진리를 사랑했으며, 민중의 삶이 나아지기를 바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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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는 기억이 아니라 망각을 말하며, 불행했던 과거를 잊고 미래를 위해 협력하자고 한다. 그러다가 현재의 권력을 차지하면 과거의 기억을 장악해서 현재의 불의를 유지하고, 미래의 권력을 독점하려 한다. 그러나 망각은 영원하지 않고, 망각의 땅 위에 세워진 화해는 허약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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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성찰을 강조하는 이유는 불행한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다.'
(13장 잊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 에스파냐 망각협정)
일반적으로 협상의 동력이 떨어지면 협상에서 소외된 사람들 또는 합의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차이를 부각시키고 그 틈으로 증오를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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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싸우다 보면 싸움의 원인을 잊어버릴 수 있다.
(14장 싫어도 서둘러 이혼하지 마라 : 수단과 남수단의 이별협상)
당사자가 화해할 생각이 없으면, 어떤 중재도 성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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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국가에서는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팔아먹고 사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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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둘러싼 투쟁에서 과거는 미래로 달려가려는 발목을 잡고, 화해가 아니라 증오를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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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착의 시간이 길어지면 제도적 분단은 굳어지고, 분쟁 해결은 어려워진다.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수면 아래에 있는 분단의 언어들이 고비마다 고개를 내밀고 있다. 여론은 언제나 흔들거린다. 과거의 증오와 미래의 협력 사이에서.
(15장 의지가 없으면 방법도 없다 : 키프로스 통일협상)
비밀 협상은 신뢰가 없는 관계에서 사전에 미리 협상의 성과를 조율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간의 관계 개선 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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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외교에서 내용만큼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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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기서 말한 것은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우리가 이 곳에서 한 행동만이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
(16장 물밑 협상이 성공하려면, 물 위에서 신호를 보내라 : 미중 관계 개선)
브란트와 바르는 더 이상 통일을 말하지 않았다. 당장 실현하기 어려운 통일보다는 당면한 긴장 완화와 걸린 문제의 해결에 집중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협상을 해야 하고, 그 출발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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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득권과 부딪치고 투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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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치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예술'이라는 비스마르크의 말을 좋아했다. 어느 시대나 사회나 '가능성의 예술'을 보여줄 용기 있는 정치인을 목 놓아 기다린다. 합의를 명분으로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면서, 역사적 책임감을 가슴에 새기고,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그런 지도자 말이다.
(15장 진심만큼 강한 무기는 없다 :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
'만델라는 살아생전에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자신이 속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의무를 다 마쳤다면 편안하게 안식을 취할 수 있다. 난 그런 노력을 했다고 믿고, 그래서 영원히 잠잘 수 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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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는 '인간은 서로 얽혀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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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의 지도자는 자신의 지지자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부여한 역사적 책임에 복무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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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격렬한 토론이 붙으면 만델라는 대체로 듣는 편이었다. 결정을 해야 할 때는 언제나 각 측의 입장을 먼저 정리해 공통점을 찾은 뒤 자신의 생각을 살짝 얹었다. 만델라는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토론을 이끌어나갔다. 특히 만델라는 자기 주장이 아니라 상대의 논리로 설득하는 솜씨가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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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만델라가 말한 시대의 과제. 즉 '억압받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억압하는 사람도 해방되는 세상'에 조금 더 가까이 간 것은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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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언덕을 올라야,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8장 일단 용서하라 : 남아프리카 공화국 민주화 협상)
힘에 의한 평화는 완성될 수도 없고, 오랫동안 지속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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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자는 침묵할 때도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협상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불쏘시개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있다. 협상 과정에서는 의견 차이로 교착 상태에 빠질 때가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비관이 절망으로, 그래서 협상 포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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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이 성공에 가까워질수록 이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협상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평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폭력이 증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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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모호성Creative Ambiguity'는 세가지 뜻을 담고 있다. 첫째는 쟁점에 대한 차이가 크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양쪽 입장을 포괄할 수 있도록 추상적으로 모호하게 규정하는 것이다. 대체로 양쪽의 주장을 포함하기 때문에 관련 당사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로 창의적 모호성은 각 진영의 강경파들을 설득하기 위한 명분이 될 수 있다. 상대에게 양보했다는 내부 비판을 막기 위한 조항이기도 하다. 셋째는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창의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이다. 차이를 좁히는 것은 합의 이후 후속 노력의 몫이다. 물론 모호함은 언제나 갈등의 씨앗이고, 합의를 위협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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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성이 갈등의 씨앗이 될지, 아니면 협력의 과제가 될지는 결국 분쟁 당사자들이 합의 이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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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골이 깊다고, 내전의 역사가 길다고 평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절망의 계곡에서 모두가 주저앉으려 할 때,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 아주 오랫동안 갈라진 틈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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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천천히 오는 것이다.
(19장 길이 막히면 탁월한 중재자를 써라 : 북아일랜드 평화협정)
'백년의 고독'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진정한 소설의 귀환'이라고 칭찬하며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환상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는 마술 같은 묘사는 알고 보면 실성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깊은 슬픔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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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참여자의 의지는 우발적인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증명된다. 의지가 부족하면 쉽게 대결 구조로 돌아간다.
(20장 제도 안으로 초대하라 : 콜롬비아 평화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