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의 문제인가, 정답의 문제인가

-독일 통일 25년 후를 읽고

by 박지익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바라던 통일' 어릴때 배우던 동요다. 통일은 가족을 되 찾는 일이다. 아픈 대한민국의 역사이고, 찢어진 살을 봉합하는 일이다. 통일이 언젠가는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하지만, 통일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 져야 하고 통일을 위해서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는 지는 심도있는 논의가 부족한게 현실이다.2014년 대통령의 신년담화에서 '통일 대박론' 이 언급되었다. 끊임없는 대북정책들, 각 정권의 프레임으로 사용되어온 통일 문제. 정말로 우리가 통일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면 통일을 먼저 이룩한 나라들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보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독일은 통일의 대명사이다. 유럽의 리딩국가로서 독일은 1990년에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림으로서 통일을 이룩했다. 동독과 서독은 통일의 프로토타입으로 종종 언급되곤 한다. 그렇다면 독일통일은 지금 독일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고 문제점은 없는가. 독일통일 25년 후(저자 이기식, 고려대학교 출판문화원) 는 저자가 독일에 대한 연구를 행하면서 쓴 통일독일에 대한 글이다. 오랜기간 유학생활을 하고, 독일에 대한 연구를 끊임없이 하면서 대한민국의 통일을 위해서 고려해야 할 시사점까지 끌어내고 있다. 몇가지 주요 내용을 짚어보고자 한다.


1.경제통합

통일이 되면 언급되는 가장 첫번째 이슈다. 동독과 서독은 '화폐, 경제 및 사회통합'이라는 조약을 토대로 통합작업에 철수 했다. 그중 두가지가 중요한데 하나는 화폐통합이었다. 동독화폐는 서독 마르크로 통합되었다. 교서독이 상대적으로 부유한 국가였기 때문에 교환비율을 정하는 것이 중요했다. 당시 공식 교환 비율을 4.4:1이다. 즉 동독 마르크 4.4는 서독 마르크 1마르크에 해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화폐교환의 암시장시 형성되고 10:1까지 거래되기도 했다. 자연스레 동독마르크는 가치가 땅에 떨어졌고 서독으로 대규모 인구이동이 염려되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에는 일정금액은 1:1로 교환해주게 하는 공약을 토대로 상황은 수습되었다.


두번째로는 '신탁청'이 수행했던 기업정리 작업을 살펴봐야한다. 통일독일은 신탁청을 통해서 동독의 여러 기업들을 자본주의 체제에 적절하도록 정리작업을 수행했다. 사유화 하거나, 가치가 형편없는 것은 매각하기도 했다. 일종의 배드뱅크(Bad Bank)의 기능이었는데, 처음에는 수익금을 많이 남겨 통일비용에 사용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각종 비리가 터졌고 그 과정에서 비용손실도 많이 일어나게 되었다.


2. 사회통합

통일이 되면 기존의 지역주의와는 차원이 다른 지역주의가 발생할 수 있다. 독일 통일에서 사회주의 국가였던 동독은 애초에 토론 이라는 것이 없는 문화였다. 그러다 보니 극우단체가 득실했고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 분위기가 넘쳐났다. 자연스레 이는 극단적인 인종주의로 발전하게 되었고, 외국인에 대한 테러가 현재 동독에서는 끊임없이 위험요소로 발생하고 있다. 또한 서독인에 대한 동독인의 열등감은 새로운 갈등을 유발했다. 처음에는 환상만이 가득할 것이라고 했던 통일이 닥치자 빈부의 격차와 실업률의 발생이라는 여러가지 사회현상을 경험하게 되었다. 열등감이 서로의 이질감을 증대시켰고 한지붕 두가족 마냥 암묵적인 갈등상황이 계속된 것이다.


독일은 통일 이전에 지속적인 교류가 진행되고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전쟁을 겪지도 않았다. 피를 흘리지도 않았고 상대적으로 분열되어 있던 시기도 길지 않았다. 그럼에도 통일후유증은 여러가지고 나타나고 있다. 물론 통일이 가져다준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지나치게 통일에 대한 환상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통일독일이 당면한 문제를 쉬이 여길 수 없을지 모른다.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만으로는 부족하다. 수많은 과제들을 미리미리 준비할때 우리는 통합의 역사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통일에 대한 논의가 우리나라에서 좀 더 활발하게 일어났으면 좋겠다. 통일에 대한 내용이 여태까지 '왜 일어 났는가' 에 대해서만 중심적으로 논의 되었다면, 앞으로는 '왜,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지도 모른다.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인지,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일인지에 대한 의견도 조율되어야 한다. 어디까지 통일은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에 주체적으로 결과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이상 통일은 정답을 찾는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통일은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문제이고,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진지한 의견을 다양하게 들어보는 자리가 많아져야 할 것이다. 꿈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통일에 좀 더 활발한 이야기들이 오고갈때 , 꿈에도 그리던 통일이 손에 잡히는 실체로 다가오기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독일통일 25년 후는 진지한 생각의 발판을 마련해 주기에 좋은 지침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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