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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자의 썰 Jul 22. 2019

한국 / 일본 여행


거의 이방인들이나 마찬가지인 내가 이번 여름휴가를 통해 경험한 한국과 일본은 많이 달랐다.  쉽진 않지만 덴포 라인의 지면을 통해 내가 느꼈던 것들을 솔직하게 한번 정리해 보기로 작정했다.*    



이번 여름, 아마 내 평생에 가장 긴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나에게서는 가장 먼 두 개의 나라를 방문했었다. 다름 아닌 한국과 일본이었다.  이민생활 30년 넘게 미국 살면서 한국을 두 번 밖에 나가보지 못했으니, 나에게는 한국은 정말 가깝고도 먼 나라이고, 이제 그곳에 아무 연고도 없으니 나는 이방인에 가까운 셈이었다.  이제 대학생이 되는 내 아이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해서, 오피스에서 2주를 빼게 되었다 (거의 불가능했지만 YOLO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멀리 가는 여행이라 돌아오는 길에 일본에 잠깐 들러서 오는 일정을 정하게 되고, 우리는 처음으로 일본을 경험하게 되었다.  시국이 시국이라 요즘 같으면 일본 여행이 눈치가 보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분쟁은 우리가 다녀온 후에 시작된 터라 친구들 표현으로 기똥찬 타이밍이었다. 



내가 한 경험들은 극히 제한적이고 절대 일반화할 수 있지 않지만, 피부로 느꼈던 것들이라 한번 지면으로 옮기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의 일정은 당연히 모든 해외 여행자들이 그렇던 고궁, 박물관 중심이었고,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 위주였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하지 마세요”라는 말이었다. 고궁에서 잠시 어디에 앉거나 기대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어디서 나타난 어르신들이 무서운 목소리로 “앉으면 안 됩니다, 눕지 마세요,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말이었다.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기념품 쇼핑을 가면 한두 군데만 가면 끝이었다, 왜냐면 어디서든 기념품의 종류들이 다 천편일률적이어서.  



반면 일본에서는 기념품의 종류와 그 질에 벌써 압도당했었다. 유명 관광지를 돌아서 그렇겠지만 재미있고 보기 좋게 만들어 놓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 나름 전통 있는 맛집처럼 생긴 식당들도 지천이었다. 대중교통이 복잡하다고 하나 한자를 좀 읽는 나에겐 이틀이면 다 파악되고 힘들지 않았다.  며칠 떠돌아다니는 여행자들에게는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 곳임에는 틀림없었다. 



돌아오는 14시간의 비행기 안에서 난 생각이 많아졌다.  나름 세계의 안 가본 곳이 별로 없는, 여행에서는 베테랑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몇 가지 단어를 떠올린다면 한국은 많은 것이 ‘허접’했고, ‘거칠’ 었다.  반면 일본은 ‘질서’의 교과서였고, ‘디테일’의 끝판왕이었다.  힘들지 않게 바로 정리할 수 있었고, 아이들이나 와이프도 백퍼 동의했다.  그리고 나니 내 마음은 뭔가 불안하며 찜찜함이 해소가 되지 않는 것이다.  뭐지 이 느낌은? 



며칠을 걸려 한번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눈에 보이는 것들과 짧게 피부로 경험한 것들은 내가 앞에서 좀 '과감'하게 표현한 것들이 맞을 것이다.  두 번 생각해보고 또 만약 내가 그곳들에서 매일을 산다고 상상해보면 보이는 것들이 다르게 보일 것 같았다. 판에 박히고 늘 제한이 있는 환경에서 아무리 디테일을 멋있게 한다고 한들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는 희박하고, 편하게 살기 위한 환경으로 질서가 존재하는 것이지 그 질서가 우리를 컨트롤하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  일본의 경우이다.  반면 다소 거치더라도 우리의 목소리를 소신 있고 고집 있게 내고, 허접하게 보일지라도 그로 인해 늘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며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한 다는 것은 더 매력적이라고 결론지었다.  어설픈 애국심에서 나온 생각인가 다시 곰곰이 생각해 봐도 같은 결론이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대륙적인 것과 섬나라의 한계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아이들에게 2주 여행 동안 뭐가 제일 맛있었냐고 물었다.  대답은 뜻밖에 었다.  ‘허접’하게 보이는 광장시장 안에서 쪼그리고 먹었던  ‘부대찌개’라고 한다.  일본에서의 맛있는 라면집이라고 예상했었는데.  ㅎㅎ 




서대문 독립공원 / 북촌
서대문 형무소 / 부산 감천마을 / 삼천포
교토 / 오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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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달 덴포 라인에 실으려고 하는 원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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