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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열 Feb 22. 2022

한국의 웨딩시장에서 신혼부부는 약자다.

- 돈을 쓰는 사람이 약자가 되는 이상한 시장

난 최근에 결혼 준비를 하고 있고, 한국의 웨딩시장은 일반적인 물건과 서비스가 거래되는 다른 시장과는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마트를 가서 라면 하나를 사더라도 "돈을 쓰는 손님이 왕"이 되는 반면에, 웨딩시장에서는 내가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왕의 입장인데, 희한하게도 철저한 약자이다. 


얼마전, 스튜디오 촬영을 위해 미리 예약한 웨딩 스튜디오를 찾아서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우리 커플은 액자 2개만 하는 것으로 예약을 한 상태에서, 촬영 후 액자에 넣을 사진 2개를 고르고 있는데, 스튜디오 측에서 액자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을 추천하면서, 대형액자 1개를 업그레이드 하면 40만원 중형액자 업그레이드를 하면 30만원을 이야기하면서, 업그레이드 한 액자와 기본 액자를 서로 비교하면서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봐도 기본 액자보다는 업그레이드 한 액자가 나은 건 사실이었지만, 액자를 업그레이드 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정말 많지 않을 걸로 보였다. 솔직히 말해서, 액자를 저 비용주고 하는 건 "호구나 하는 짓"으로 난 생각했다. 그러나, 예비 신부의 생각은 좀 다른지, 눈빛이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하게 보였고, 직원이 다른 일로 나간 사이에 조용히 대화해서 겨우 업그레이드 욕구를 진정시키기는 했다. 


만약, 내가 예비신부의 욕구를 누르지 못했다면, 적어도 30만원에서 많게는 70만원 가까운 돈이 추가로 지출되었을 것이다. 주변 결혼한 지인들이 어떠한 경로로 스튜디오 사진에 120만원 이상의 돈을 썼다고 했는지, 그제서야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그 지인들 상당수는 그 비용 쓴 것에 대해서 후회를 하고 있다.)


사실, 스튜디오 촬영 계약을 하면서 액자 업그레이드 부분에 대한 건 사전에 설명도 없었고, 당연히 기본 액자와 업그레이드 액자의 실물을 본 적도 없다. (예비 신부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했을지도 모르지만.) "생애 한번 뿐일 수도 있다"는 결혼의 특수성과 웨딩에 환상을 가지고 있는 신랑신부, 남 눈치와 체면을 꽤 보는 한국인의 특성이 결합되어서, 평소라면 절대로 저러한 지출을 하지 않을 사람들도 충동적 지출에 대해서 관대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로 한국의 웨딩시장은 판이 짜여져 있다.  이 시장의 한복판에 있는 신랑 신부는 이 시장에 돈을 공급하는 수요자이지만, 이상하게도 갑이 되지 못하고 "을"이 되는 희한한 상황인 것이다.


한국의 위정자들이 진정으로 출산율을 높일 의지가 있다면, 이런 소비적 웨딩문화를 타파하기 위한 캠페인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한국의 웨딩은 돈이 많이 드는 소비적 풍조를 짙게 가지고 있고, 이러한 모습은 결혼 자체를 주저하게 만듬과 동시에 결혼한 신혼부부에도 시작부터 경제적인 부담을 지우게 된다. "어려운 문제의 해결은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이지만, 이런 간단한 진리도 깨닫지 못하는 한국 사회와 정부를 보면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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