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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크 Sep 14. 2022

스웨덴엔 갑자기 왜?

스웨덴 이야기 1. 어쩌다 이케아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게 된 이야기

우리 가족이 스웨덴에 가게 되었다고 하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반응과 질문은 "네? 스웨덴이요...?"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하면서도 미스테리와 환상이 가득한 곳,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기록해 본다.




때는 작년 봄, 별 생각 없이 링크드인 피드를 보고 있었는데 나의 지인 중 한명이 공유 한 글이 내 눈에 띄었다. 그건 "UX Designer at IKEA" 채용 글이 였는데, 이케아에서 어떤 UX일을 하지? 궁금해 하며 잠시 멈칫 하게 되었다. 그 당시 그 글을 클릭했는지 아니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링크드인을 닫고도 한참 생각이 났다. 당시 나는 회사에 다니면서 꽤나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었고, 이직 생각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었던건 아니였다. 가끔 다른 스타트업들과 이야기 하며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보았지만 막상 회사를 떠나라면 슬플것 같을 정도로 회사가 좋았다. 


그런데 어떤것이 나의 마음을 끌었을까, 나는 그 포스팅을 다시 찾아 보았고 읽어보기 시작했다. 다시 보니 이케아의 커머스 앱이 아니라 홈스마트라는 IOT분야의 일이였다. 내가 딱히 IOT에 열정이 있었던것도 아니였지만 다루고 있는 문제점이 아주 흥미로웠다. 스마트홈 기기를 멋지게 만드는것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스마트홈을 Democratize 하고자 하는 목표, 즉 누구나 손쉽게 집이라는 공간을 스마트 하게 만들수 있다는것? 왠지 이케아라면 다르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IOT분야가 기술은 좋지만 사용자에게 다가가기에 너무 허들이 높고 대중화 되기에는 갈길이 남았다는것도 나에게 좋은 도전이 될수 있을것 같았다. 그리고 스웨덴 이라는 여행으로도 한번도 가본적 없는 나라이지만 뭔가 믿음이 가는 나라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딱히 스웨덴은 복지 천국이라던지 하는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것 같다. 특히 인터뷰 진행하면서 스웨덴에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실에 대해 잘 알게되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자세히)


아무튼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과거 나의 경험에 따르면 이렇게 잡 포스팅이 열리고 지원해서 합격까지 되는 확률은 아주 아주 낮다는걸 알아서 별 생각 없이 지원은 해보기로 했다. 남편에게 지원하기전 "이케아 스웨덴에 지원해보면 어떨까?"라고 했을때 "뭐 한번 해봐 ㅋㅋ" 라고 가볍게 답했던것도 아마 남편도 같은 생각이였을것이다. '설마 되겠어?' '되고 고민해도 늦지 않지 뭐' 라는 생각 이였다.


그렇게 어쨌든 지원을 하고, 한달 정도가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중이였다. 내가 너무 늦게 지원해서 이미 채용을 완료 했거나, 내가 좋은 핏이 아니였나보지뭐. 예전에 내가 경력이 별로 없고 채용을 해보는 입장이 되어보기 전에는 인터뷰 연락이 안오면 그저 나의 무능으로 생각 했지만, 내가 채용하는 입장이 막상 되어보니 능력도 중요하지만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는것을 깨닳았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다른곳에 일하고 있으면 안되는거고,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을 채용해버렸으면 안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이케아와 스웨덴은 우리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있었고 그냥 평소랑 비슷한 하루를 보내고 있던 저녁이였다. 


그날 일을 마치고 남편과 아이들과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메일을 체크해야 할 일이 생각나서 이메일을 열었는데, 이케아에서 온 이메일이 눈에 띄였다. 인터뷰를 하자고, 가능한 시간을 알려달라고. 나의 첫번째 반응은 "헉, 이케아 연락왔다"였다. 인터뷰를 시작하고 불합격이 될 확률도 높지만, 서류를 통과할 확률이 더 낮기에, 인터뷰 과정에서 내가 딱히 실수하거나 못하지 않는다면 합격할 확률은 있다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머리가 좀 복잡해졌지만, 이때까지도 '설마 되겠어?' '되고 고민해도 늦지 않지 뭐' 라는 생각이 더 컸다. 남편도 "한번 해봐 ㅋㅋ"라고 응원 반 장난 반의 말투였고 나도 "그래, 뭐 ㅋㅋ" 라며 답장을 썼고, 그 다음주 즈음 첫번째 인터뷰가 잡혔다. 


첫번째 인터뷰는 아주 informal한 자리이고 서로 culture에 대해 알고자 하는 자리라고 했다. 이케아는 culture를 중요시 한다고 하면서. 시차 때문에, 그리고 나는 퇴근하면 아이들이 자고 나서야 나의 시간이 있기에 저녁 11시로 인터뷰 시간을 잡았다. 인터뷰를 하는 날도 아이들과 평소처럼 퇴근 후 놀이터에서 놀고 아이들은 9시반, 10시쯤 잠을 잤다. 나는 평소처럼 쇼파에 앉아서 넷플릭스를 하나 볼까 하며 티비를 보고 있었고, 남편은 서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고, 인터뷰는 까마득히 잊은 채 11시가 지나버렸다! 갑자기 인터뷰 생각이 났던건 11시 5분 쯤. 이메일을 보니 기다리고 있다는 이메일이 두개쯤 와있었고 나는 너무 미안한 마음에 부랴부랴 노트북을 열고 인터뷰 링크에 접속했다. 


거기에는 나를 인터뷰 하는 사람이 영국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무엇보다 너무 미안한 마음에 사과를 했다. 그는 그럴수 있다며 우선 해야할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그때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내가 늦어서 미안했다는 생각 밖에는 안들었다. 그래도 그는 정말 친절하게도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줬던것 같고, 나도 이야기를 들으며 좋은 인상을 가졌던 것 같다. 마지막에 콜이 끝나기 전, 다시 한번 늦어서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내 기록에 너는 늦지 않았어 (늦었다고 안쓸게)" 라고 웃으며 대답해줬다. 내가 너무 늦어서 당연히 여기서 끝일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말이 고마워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인터뷰를 마쳤다. 


그런데 다다음날 다음 인터뷰를 하자는 이메일이 왔다. 바로 나의 매니저가 될 사람과, 또 recruiting specialist와의 인터뷰. 믿을수가 없었다. 나의 지극히 인간적인 면 (늦거나 실수 할 수 있다는 점)을 진정으로 넘어가준 첫번째 인터뷰이가 너무 고맙고 이케아의 문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여기서 일하면서 보니, 정말로 여기 문화라면 그런 면을 이해해줬을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 이후로 1, 2주에 걸쳐 몇가지 더 인터뷰와 질문지 작성 등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마지막 관문인 Grandparents Interview가 잡혔다. 스웨덴에서 모두 그렇게 부르는지, 이케아에서만 그렇게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최종 임원 면접 정도가 될 것 같다. 나는 이케아의 임원급 사람들은 어떤 모습이고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게 무엇보다 더 궁금했던것 같다. 전부 금발의 스웨덴 남자들일까? 외국인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인터뷰에 들어갔고, 거기엔 아주 이탈리안 엑센트가 강하고 유쾌해 보이는 여자분과 또 스웨덴 여자분, 그리고 한 분 더 (기억이 잘 안난다) 있었다. 나에겐 우선 전부 스웨덴인이 아니라는 점이 인상적이였고 여자분들이 많다는것, 그리고 무엇보다 이때까지 했던 인터뷰중 가장 캐주얼 하고 기분 좋은 자리였다. 과거에 임원면접이나 인터뷰에서 소위 "압박"식의 인터뷰를 몇번 경험한적 있는데 정말 이해가 안간다. 사람을 궁지로 몰아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자는건데, 회사 생활에서 그럴일이 얼마나 있으며, 그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잘 풀어가는게 사회생활인데 아무런 배경지식이나 상황이 없이 무조건 압박을 하는게 서로에서 무엇이 좋나 하는 생각이다. 아무튼 Grandparent Interview는 즐겁게 마무리 되었고, 이제는 그저 정말 편하게 기다리는것 밖에 남지 않았다. 


나와 남편은 여전히 '설마 되겠어?' '되고 고민해도 늦지 않지 뭐'를 이야기 하고 있었고, 평소처럼 지냈다. 그런데 나의 매니저에게 연락이 왔고, 오퍼를 준비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장문의 이케아 홈스마트에 대한 비젼과 본인의 생각, 내가 가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아주 자세히 적어서 보내줬다. 그 글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너무 신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심란했다. 이제는 정말 우리가 고민을 해야할 때가 된거고, 어떤 선택을 하건 나중에 아쉬움은 남겠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많은 고민해야 할 거리가 많았다. 


그렇게 오퍼를 받게 되었고, 우리에겐 일주일 정도의 고민해볼 시간이 주어졌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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