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박나나 May 11. 2022

부자인 티를 안내던 회사선배

몇 달 전 한 유명 유튜버가 방송을 하다 “부자는 기생수처럼 일반인 사이에 숨어있다”라고 농담한 적이 있다. 기생수는 정체불명의 기생 생물이 인간의 뇌와 육체를 차지해 인간인척 사회에 스며드는 모습을 그린 일본 만화다. 기생수를 재밌게 봤던 터라 공감하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회사에 항상 후줄근하게 다니는 A선배가 있었다. 친하게 지내며 알게 된 사실은 A선배가 굉장히 부잣집 딸이라는 것과 30대 초반의 나이에 집을 샀다는 거였다. 그는 30살까지 1억을 모으고 대출을 받아 2017년쯤 왕십리에 갭으로 7억대 아파트를 샀다. 지금은 그 아파트의 호가가 15억 가까이한다.

또 다른 B선배는 대표적인 자수성가 케이스다. 결혼하고 5년 간 부모님 집에 얹혀살며 악착같이 투자금을 모았다. 투자금으로 성수동 트리마제 분양권을 사고 아파트 여러 곳에 투자했다. 지금은 억에 가까운 종부세를 내는 부자가 됐다. 그는 SPA에서 산 셔츠와 바지를 즐겨 입는다. 회사 사람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다른 건물에 포르셰를 주차해놓고 출퇴근을 한다.

‘나 부자예요’라고 써 붙이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마치 기생수처럼 일반인(?) 행세를 하는 부자들도 더러 있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의 부를 내보이는 데 굉장히 조심스러워한다는 것이다.

B선배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동료들이 내가 자산이 많다는 걸 알게 되면 앞에선 티를 안내도 계속 곱씹으며 배 아파한다. 특히 자산이 거의 없는 직장상사라면 나를 괘씸하게 여길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해코지할 가능성이 있다. 넘사벽인 재벌은 인정하면서도 나와 비슷해 보이는 주변인이 부자인 건 참을 수 없는 거다. 굳이 돈 있는 티를 내 그들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아예 모르는 사람이 성공한 건 그러려니 하지만, 내 주변인이 성공하는 건 참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만의 특징은 아닌 것 같다.

조승연 작가의 유튜브에 프랑스인이 출연한 적이 있다. 프랑스인은 “진짜 부자들은 감추려고 해요. 돈 엄청 많은데 한국에서 1990년대에 들고 다닐법한 핸드폰 들고 다니고 자동차도 고장 나지 않는 이상은 30년 전에 썼던 자동차도 가지고 다니고. 옷도 굉장히 남루하게 꾀죄죄하게 입는 경향이 있어요”

​​

이에 대해 조승연 작가는 “왜 그런 전통이 생겼을까?”에 대해 말한다. ​


“다른 프랑스 친구들이 뭐라고 그러냐면 프랑스가 혁명이 워낙 많다 보니까 혁명이 날 때마다 ‘돈 있는 놈들 끌어내려 머리 잘라!!’라는 일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해줬던 프랑스 친구가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미국 사람은 비싼 차가 지나가면 ‘나도 언젠가 돈 벌어서 저 차 살 거야’ 얘기하는데 프랑스 사람들은 비싼 차가 지나가면 ‘저 사람 끌어내려서 같이 걷게 하자’라고 하더라”​


이 말에 프랑스인은 격한 공감을 나타내며 웃었다. 요즘같이 부동산으로 자산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운 좋게 주택 한채 보유했다고 거들먹거리다가는 괜한 미움을 사기 십상이다. 몇몇 부자들조차 남들에게 부를 감추려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볼 때다.

박나나 소속 직업 회사원
구독자 305
작가의 이전글 '욜로'하며 집 못 산다는 30대 부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