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나는 다른 이의 꿈에 몇 번이나 등장할까.
꿈속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며칠 전 만났던 사람이 찾아올 때도 있고,
몇 년간 한 번 보지 못한 사람이
뜬금없이 찾아올 때도 있습니다.
꿈속에서 나는 거짓말을 하지 못합니다.
누가 무엇을 물어보아도 솔직하게 답을 해줍니다.
그래서 꿈에서 깨고 나면 한동안
'아무리 꿈속이라지만,
이렇게까지 다 얘기해 줘도 괜찮은 건가.'
라며 후회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 제게 알고 싶은 게 있는 분들은
제 꿈속으로 찾아오시면 됩니다.
무엇을 물어보시든
꿈속의 제가 솔직하게 답해드릴 테니까요.
어제는 제 꿈속에서,
다른 이의 꿈속으로 들어가는 꿈을 꾸었습니다.
어떤 이유로 아주 오랫동안 볼 수 없는 이였습니다.
내 꿈에서 다른 이의 꿈으로 들어가다니!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꿈이란 그런 거죠.
너무도 황당한 일들이
지극히 당연하게 느껴지는.
그래서 저는 아주 덤덤히 꿈의 주인에게
제가 궁금했던 모든 걸 물어보았습니다.
- 제 꿈이긴 하지만 제 꿈속에서 그 사람의 꿈속으로
들어간 상황이니 그 사람을 꿈의 주인이라 칭해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
숨 쉬는 것조차 잊은 듯 쏟아내는 제 물음에
꿈의 주인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친절히 다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그이의 대답이 끝나고,
그이와 나는 눈물이 날 정도로 박장대소하였습니다.
그랬었습니다.
그래서 그랬던 거였습니다.
저만 그랬던 게 아니었습니다.
이제야 그이가 왜 그랬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가슴 한 구석에 매달아 두었던
큰 바위 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기분입니다.
깨어난 아침에,
간밤의 제 꿈에서 그이의 꿈으로 들어갔던 건 기억이 났지만.
그리고 마침내!
그이와 마주 보며 크게 웃었던 건 기억이 났지만.
제 물음에 그이가 뭐라고 답을 해주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꿈의 기억이란 게 다 그런 법이지’ 하며
털고 일어나기엔 너무도 아쉬운 아침입니다.
침대 머리에 등을 기대고 앉아
가만히 간밤의 꿈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감고
어제의 꿈속을 뒤집어 보아도
그이가 뭐라고 답을 했는지는
단어 하나 제대로 기억나지 않습니다.
길게 숨을 한 번 몰아쉬고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나서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평생, 나는 다른 이의 꿈에 몇 번이나 등장할까.
하면, 그 꿈속에서의 나도 내 꿈속에서의 나처럼
모든 물음에 솔직하게 대답을 해주고 있을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