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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나비 Sep 04. 2024

9월은 선선하게 뜨겁습니다.

8월은 끝모르게 뜨거웠지만.

8월은 끝모르게 뜨거웠지만

9월은 선선하게 뜨겁습니다.

아직 한낮은 8월과 마찬가지로 뜨겁지만

아침, 저녁으론 제법 기온이 선선합니다.


새벽이 되면 설핏 잠에서 깹니다.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도록

잠결에도 감은 눈에 힘을 줍니다.

그렇게 눈을 꼭 감은 채로,

발 밑에 구겨져있는 여름 이불을

발 끝으로 감아올립니다.

감아 올린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린 다음,

다시 잠을 청합니다.



8월은 습하게 뜨거웠지만

9월은 건조하게 뜨겁습니다.

한낮이 뜨거운 건 매한가지지만

전 달보다 확연히 건조해진 9월의 한낮은

그래도 견딜만합니다.


아무리 뜨거워도 여름은 가기 마련이고

아무리 막아봐도 가을은 오기 마련입니다.


지금은 조금 선선해진 9월이 좋지만

눈 몇 번 감았다 뜨면

이제 곧 10월이 올 테죠.


그렇게 9월이 가고 10월이 오고,

또 11월이 가고 12월이 올 테죠.


반팔에서 긴팔로,

긴팔에서 패딩을 준비할 때쯤이면

눈 예보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11월이 가고 12월이 오면  

그다음은 눈이 오기 마련이니까요.



한동안 끝 모를 추위를 견디다 보면

아침저녁으론 아직 으스스하게 추울 테지만

한낮은 포근한 날들이 종종 걸음으로 올 테고,

한낮의 포근함이 아침저녁으로 퍼질 때쯤이면.


봄,

그 싱그러운 계절이 다시 올 테죠.


이렇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다시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올 테죠.


그러면 마침내.  

봄,

그 싱그러운 계절이 오기 마련입니다.



그러고 보니 40번이 넘는 9월을 보냈음에도

한 번도,

9월이 유한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제 인생에 9월은 아무리 많아도

100번이 채 되지 않을 텐데 말이죠.


9월,

멍 때리기 좋은 달이고,

자전거를 타기에도 좋은 달입니다.

책을 읽기 좋은 달이고,

벤치에 앉아 줄지어 이동하는 개미떼를

관찰하기에도 좋은 달입니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즐기기에도 좋은 달이고,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즐기기에도 좋은 달입니다.

선풍기를 틀기에도 좋은 달이고,

불어오는 바람을 맞기에도 좋은 달입니다.


유한한 9월,

어떻게 보내고 계시든

즐겁고 행복한 9월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제 곧 10월이 올 거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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