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내게 말을 건넵니다 ‘출처-꿈을 기록한 메모’
처음 기억나는 건 처음 보는 방입니다
그 방에 나와 노부인이 있습니다
내가 나인지도 모르는데
노부인이 누군지 알리가 없습니다
너무도 자연스레 말이 이어집니다
일상의 얘기들이 들려옵니다
내가 나인지도 모르는데
노부인의 얘기가 이해될 리 없습니다
갑자기 사방이 고요해집니다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내가 나인지 노부인이 나인지
이제는 그것조차 모르겠습니다
그녀가 또는 내가 나를 안아줍니다
괜찮다고 잘 살아왔다고
내가 또는 그녀가 나를 다독입니다
이만하면 잘 견뎌냈다고
눈물을 흘리는 게 나인지 그녀인지
이제는 그것조차 모르겠습니다
나는
태초부터 입이 없는 사람처럼 아무 말이 없습니다
그녀는
태초부터 귀가 없는 사람처럼 아무 말이 없습니다
나는
그녀는
얘기도
침묵도
포옹도
다독임도
입도
귀도
없습니다
마지막 기억나는 건 마지막 그녀의 모습입니다
그곳은 처음 보는 꽃밭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꽃들이 한 마장 가득했고
처음과는 너무도 다른 그녀가 한가운데 서있습니다
나보다도 어려 보이는 그녀가
처음 봤던 그 노부인이 맞는지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왜인지 그녀도 나를 한참을 들여다봅니다
문득, 그녀의 눈에 비친 내 머리칼이 하얗습니다
놀라, 그녀를 밀치고 내손과 내 팔을 바라봅니다
깊게, 파인 주름이 짓무른 눈에 흐릿합니다
일어나 거울 앞에 섰습니다
소년도 청년도 아닌 중년의 한 남자가 보입니다
손과 팔에 깊게 파인 주름은 없지만
두 눈의 눈가는 아직 짓무르지 않았지만
소년도 청년도 아닌 중년의 한 남자에겐
입과 귀가 없습니다
아직 꿈인 모양입니다
*사진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