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터울 둘째 맘의 어린이집 선택 과정

지나고 보니, 첫째가 다녔던 어린이집만 한 곳이 없더라..

by 박노멀

우리 둘째 기특이는 24년생이다. 내년이면 우리나라 나이로 3살.


요즘 낮잠이 줄다 보니 내가 집에서 일할 시간이 없고, 또 워낙 에너제틱해지다 보니 나의 체력에도 슬슬 한계가. 특히 길고 길었던 추석연휴에 두 아이들에게 체력을 바치다시피 하다 보니, 둘째를 어린이집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났고 난 그 길로 세 군데 어린이집에 대기신청을 걸었다.


지금 6살인 첫째가, 총 2년간(3-4세) 가정 어린이집을 다녔던 것을 경험으로 둘째의 어린이집을 선택하게 된 과정을 기록하려고 한다.




A어린이집 (같은 동, 옆라인 1층. 전세로 사용 중인 26평 가정어린이집)


- 대기신청을 하자마자 바로 전화를 주셨다. 대기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상담하러 오라는 내용이었다. 원장님 목소리는 높은 톤의 밝고 쾌활한 느낌이었다.


- 입소 희망 시기로 작성해 둔 내년 3월 전에도 입소가 가능하다고 설명하셨다. 지금 0세 반의 아이가 생일이 빠른 편이라 형님반으로 올리면, 0세 반에 자리가 나니 우리 기특이를 받아줄 수 있다고 했다. 오 마이갓, 이 어린이집은 안 되겠다 싶었다. 나중에 다른 아이를 입소시키기 위해, 우리 아이 또한 갑자기 반이 바뀌고 담임선생님이 바뀔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 같은 동이다 보니 아이들이 산책을 나갈 때나 등하원할 때, 선생님이 청소하려고 베란다를 열어둘 때 등 이래저래 한 번씩 들여다보게 될 때가 있다. 어느 날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 우연히 내가 본 장면은 이 어린이집을 완벽하게 배제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마 원장님이 잰걸음으로 주차장으로 내려가시는 걸 보니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는 것 같았고, 한 선생님은 아이 4명을 데리고 산책을 출발하셨다. 선생님은 조금 큰 아이 3명을 서로 손잡게 하셨고, 작은 아이 하나는 선생님이 손잡고 계셨다. 첫째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배워온 건데, 세 친구가 손을 잡으면 가운데 친구가 넘어질 때 얼굴을 다칠 수 있으니 두 명씩 손을 잡아야 한다. 선생님의 한 손이 비어있는데도 큰 아이 3명을 서로 손잡게 하신 것을 보고는, 이 어린이집에는 이렇게 작지만 필수적인 규칙들이 없구나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 상담을 갔다. 우리 집이랑 같은 평수다 보니.. 아이들 생활하기에는 확실히 좁다 느껴졌다. 원장님은 같은 평수의 가정집 대비해서는 가구가 없어 커 보인다고 설명하시던데, 솔직히 우리 집이 더 커 보였다. 가정 어린이집은 확실히 평수에 따라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희실(거실)에 미끄럼틀 같은 대근육 놀이기구도 없었다. 사실상 놓을 만한 자리도 없고.


- 반 구성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원아 모집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대부분 연령 혼합반으로 구성되어 있고, 절대적인 인원으로는 0세 반이 가장 많았다. 0세라면 돌 전후의 아이들이라 손이 가장 많이 가는데 기관 대부분을 0세가 차지하고 있다면 선생님들 피로도가 높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 방학도 없고,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돌봄 가능하다고 설명해 주셨다. 대신 선생님들 연차는 자유롭게 사용하시고 대체선생님을 부른다고 하셨다. 방학도 없고 돌봄시간이 긴 만큼 경제적인 보상이 있긴 하겠지만, 선생님들 근무 환경이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들이 피곤하지 않아야 아이들에게 더 다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B어린이집 (옆 동 1층, 원장님 소유의 31평 공공형 가정어린이집)


- 입소 상담을 위해 전화 달라는 문자를 받아, 전화를 했다. 원장님의 목소리는 차분한 업무톤이라고 느껴졌다. 딱 필요한 대화만 짧게 나누고 끊었다. 원장님이 선생님들 통솔을 잘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왠지 모를 리더십이 느껴졌달까.


- 상담을 갔다. 들어가자마자 집이 전체적으로 어둡다고 느꼈다. 햇빛이 쏟아지는 날은 아니었지만. 베란다는 블라인드로 쭉 막아 짐을 보관 중이고, 거실 큰 창은 프라이버시 때문인지 어두운 검정 실드를 붙여두었더라.


- 한 아이가 짜증 섞인 울음을 울고 있었다. 조금 늦게 하원하는 것에 적응 중이라며, 별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셨다. 한 아이는 한쪽에 이불 덮고 누워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은 다른 한쪽 구석에서 뭔가를 가위로 자르며 (아마 수업준비?)를 하고 계셨다. 나는 왠지, 이 장면이 굉장히 불편했다..


- 거실에 큰 장난감 집이 있었는데 지붕에 아기의자 몇 개가 올려져 있었다. 청소 때문에 잠시 올려둔 것일까? 떨어지면 위험할 것 같은데.


- 상담 중에 '아 둘째예요?'라고 하셨다. 사전에 어떤 아이가 상담을 하러 오는지 잠시라도 확인하지 않으셨나 보다.



C어린이집 (옆단지 1층, 원장님 소유의 37평 가정어린이집. 이 자리에서 이 이름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한 지 10년 이상됨)


- 살짝 사투리 억양이 섞인 게, 첫째 어린이집 원장님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괜히 반갑달까. 그런데 솔직히 쓸데없는 인사와 설명이 너무 길었다. 그 중년 특유의 같은 말 반복하기..


- 낮잠시간에 상담을 갔다. 우리가 가니 앞으로 우리 둘째 담임이 되실 선생님을 불러주셨고, 거실에서 잠시 적응할 시간을 주셨다. 아이가 공간을 살피는 모습을 멀리서 잠시 지켜보셨다. 그러다 아이가 살짝 경계를 내려놓자 한쪽에서 상담을 시작하자고 하셨다. 좌식상에 앉아 원장님의 설명을 듣는 동안, 담임(예정) 선생님께서 아이에게 장난감도 가져다주시고, 경계를 좀 더 풀 수 있게 다정하게 대해주셨다. 덕분에 우리 둘째는 처음 간 장소인데도 불구하고, 혼자서 미끄럼틀을 타러 올라가기까지 했다.


- 선생님들 중에 원장님의 혈육이 있는지 물었다. 나는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학대나 사고는 동료선생님이 절대 모를 수 없으며 그것을 모른척해주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원장님과 선생님이 혈육관계인 것이 싫다. 문제가 보이면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일종의 '일로 엮인 사이'인 것을 선호한다. 원장님께서는 선생님들이 함께 일한 지는 꽤 됐지만 혈육은 없다고 대답하시며, 지인의 경우 딸과 엄마가 함께 어린이집을 운영하는데 서로 얼마나 책임감 있게 하는지 모른다며 혈육관계가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하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지 모른다며 굳이 선입견 가질 필요 없다고도 덧붙이셨다. 물론 그 설명으로 내 생각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원장님의 설명이 마음에 들었다.


- 방학은 여름, 겨울로 각 1주일씩 있고 그때 선생님들이 대부분의 연차를 소진하니 꼭 방학을 지켜달라고 하셨다. 그리고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담임선생님들이 상주하시니 자유롭게 등하원하면 되고, 연장보육교사는 쓰지 않으니 5시까지는 꼭 하원시켜 달라고 당부하셨다.





이렇게 나는 C어린이집으로 확정했다.


솔직히 어린이집은 100% 마음에 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이나 친구엄마가 하는 지나가는 말도 불편할 수 있고, 아직 자기표현을 확실히 못하는 아이다 보니 혹시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엄마이기보다 커리어우먼인 나를 위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니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기관에서 무탈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또래와 즐겁게 어울리는 시간을 가지며, 엄마와 둘이 있을 때보다 다양한 활동을 해볼 수 있음에 감사해야지. 우리 아이라면 잘 적응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기특이 첫 기관생활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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