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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오늘 Nov 21. 2021

사당동 더하기 25

조은 지음, 또하나의문화, 2012

미국의 인류학자 오스카 루이스는

1951년 멕시코 외곽의 테포스틀란이라는 빈민지역을 역학조사한 후

가난한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빈곤의 문화’가 존재한다고 정의했다.

이들 빈민 집단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공통의 특징이 존재하는데,

   

1. 효율적인 참여를 하지 않고

2. 조직이 발달되어 있지 않고

3. 유년시절이 결여되어 있으며

4. 남존여비 경향이 있고

5. 언어사용에 특징이 있고

6. 자아에 대한 관념이 발달해 있지 않으며

7. 남녀간 구분이 불명확하고

8. 충동을 자제할 힘이 없고

9. 소비 지향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며

10. 미래에 대비하는 마인드가 없고

11. 모든 종류의 심리적 압박감에 대한 강한 인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11번(이것도 좋은 말인지는 모르겠지만)을 제외하면

대충 인간에 대해 내릴 수 있는 모든 안 좋은 평가는 다 모아놓은 듯한 이 특징이

‘빈곤의 문화’라고 그는 분석한다.


그는 도시 빈민에 대한 적대감이 아니라

깊은 연민을 가지고 이 연구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의 연구는 역설적으로

‘가난한 사람은 게으르다’라는 편견을 양산하는 데 일조를 한 듯 보인다.



이 책 <사당동 더하기 25>는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인 조은 교수께서

1988 사당동 4-2 철거지구에 살던 정금선 할머니 4대를 25년간 추적해 완성한 한국형 빈민 구조 르포이다.

책의 1차적 연구 주제는 ‘주거 문제가 안정될 경우 빈곤 재생산의 고리는 끊어질 수 있을까’인데,

다양한 세대가 모인 한 가족을 25년 추적한 결과를 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산업화 현대화가 진행되며 나타난 도시 빈민 문제의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난은 빈곤을 양산하는 사회적 구조의 결과이지

원인이 될 수는 없다.

개인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가난할 수 있는 구조에서는 가난할 수밖에 없다.




책의 194쪽에는 금선 할머니의 아들 수일 아저씨가 막노동한 노동일이 나오는데(1986.3~1987.2),

1년 동안 그는,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날 일했다.

그가 고물장사까지 해서 벌어들인 총수입은 연간 228만 2,500원이었는데

월평균 수입 19만 208원에 비해

월평균 지출은 30만 원이었다.

자식이 셋이라, 식비가 월수입의 절반이 넘었다.

부족한 돈은 금선할머니가 파출부 해 번 돈으로 충당했다.

뼈빠지게 일해도 먹고 자는 데 들어가는 돈 쓰기에도 빠듯했던 것이다.


빈곤이 안기는 물리적 고통도 고통이지만

빈곤의 구조가 가진 것 몸뚱아리뿐인 빈민에게 강요한

온갖 심리적 정서적 고통도 읽고 있기 괴롭다.

엄마는 탁아소에 아이를 맡기고 파출부로 나가고

혼자 남겨진 아이가 철거가 진행되는 동네에서 멀리 나가 놀다가

집에 오는 길을 잃고 울며 돌아다니기도 한다.

철거된 집들 사이에서 길을 못찾고 돌아오지를 못하는 것이다.  


아, 게다가 당시는 얼마나 빡센 시대였나. 1988년 사당 4구역 철거가 진행되었을 때, 가난에 몰려 이 불량 주거지에 정착한 사람들 대부분이 마추진 철거반원들은 소위 말하는 백골단 즉, 무술 유단자들로 구성된 사복 경찰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1980~90년 주요 노동 운동 시위 현장이나 철거 재개발 반대 시위 현장에 빠짐없이 등장한 독재 정권의 상징이었는데,

철거 기간에 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보이는 족족 죽였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단다.

시위하던 여성의 다리를 벌리고 음부를 불로 그을린 대목에서는 눈을 의심..  


‘유형적 사례’란 <한국사회학> 제39집 3호에서 이희영 선생님이 언급한 개념이라고 하는데,

특정한 시공간에서 살아온 구체적인 개인의 사례인 동시에 이 사례의 복합적인 행위의 전개 과정이 다른 개인의 생애사에도 발견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례라고 한다.


금선 할머니네가 빈곤 구조의 유형적 사례로 보이는데,

내 눈에는 그냥 우리 사회가 지닌 슬픔의 유형적 사례로 보인다.

최근 흙수저 갤러리를 넘어..반출생 갤러리가 나타났다고까지 하는데,

키울 능력이 없으면 싸지르지를 말았어야 한다는 말이

이 갤러리의 최고 개념글이라고..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이 책에, 20만 원이 없어 아이를 지우지 못하고 낳은 사례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빈곤이란..

개인이 선택할 수도, 탈출할 수도 없는 구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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