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gital wanderlust Jan 31. 2021

22. 미디어의 행보

또는 OTT의 진보

1. 콘텐츠

JTBC사의 <비긴 어게인> 이탈리아 편을 빠짐없이 시청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 다녀온 시칠리아와 너무나도 유사한 바닷가 절벽 마을 아말피, 포지타노, 친퀘테레의 배경 때문이기도 했지만 멤버들이 전부 노래도 잘하고 내가 좋아하는 이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 편을 관심 있게 지켜본 시청자라면 저처럼 한 번쯤 분노를 했을 법한 일이 발생하게 되는데 바로 박정현이 노래한 '샹들리에' 편 때문입니다.

비긴 어게인 프로그램을 마칠 때마다 예고편에 박정현의 '샹들리에' 버스킹 장면을 마치 다음 편에 보여줄 것처럼 방송을 해서(다음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그 짤만으로도 다음 편이 너무나도 보고 싶어 손꼽아 일주일을 기다리게 됩니다. 포르투갈 편에서 박정현의 'Someone like you'가 감동적으로 먹히다 보니 이 곡도 킬링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걸 이미 직감한 제작자들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시청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지요.

 https://youtu.be/byumNPxw4ag

심지어 이탈리아 편을 하다 말고 독일 편(전혀 다른 가수들 편)을 몇 주 방송하고 거금의 PPL이 들어온 건지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출연진들과의 콜라보 방송 편까지 내보내다 보니 난생처음 <비긴 어게인> 시청자 게시판이라는 곳까지 들어가 봤는데 역시나 시청자들의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라(배우들이 무슨 잘못이라고;) 분노의 게시글이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이 모두가 박정현이 부른 '샹들리에'라는 곡의 콘텐츠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주간 아랑곳없이 <비긴 어게인>의 독일 편이 방영되다 보니 '샹들리에' 곡에 대한 기대감이 시들해질 때쯤, 드디어 그 명장면을 유튜브(Youtube)로 보게 되었는데 영상 사이사이 삽입된 두 번의 광고 본 끝에 '샹들리에' 노래를 다 들을 수 있었습니다. 조금은 어이가 없었지만 이게 바로 콘텐츠 파워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유튜브 프리미엄 회원이라 광고 없이(끊김 없이) 다 볼 수 있긴 합니다.

https://youtu.be/-6tTv68xBhE


당시 유튜브로 볼 수 있었던 공식 채널은 JTBC Voyage였고, 구독자수가 200만이 안 되었던 것 같은데 그 새 <비긴 어게인> 단독 채널이 생겼고, 구독자수가 현재 기준 92.5만 명입니다. SBS의 스브스 뉴스 문명 특급은 100만 명을 넘어섰는데(EBS 자이언트펭tv도 100만은 넘을 것으로 아는데 지금 보니 구독자수를 가렸네요) 이는 방송사에서 제작한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태생이 유튜브 플랫폼을 겨냥한 콘텐츠라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서두가 너무 길어졌는데 핵심은 콘텐츠라는 것입니다. 박정현이라는 가수가 부른 노래 두 곡의 콘텐츠가 시청자(또는 구독자)들에게 끼치는 여파는 실로 어마어마했으며,(노래 관련 포스팅 글: https://bit.ly/3hKJaCK) 더 이상 TV 앞에서 본방사수를 하지 않는 시청자들을 위해 방송사는 유튜브라는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영상 콘텐츠 제공) 플랫폼의 여러 채널을 통해 고객 접점을 확보하여 콘텐츠를 재생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매출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2. 플랫폼

어느 날 지인들 모임에서는 한국에 상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 있는 미드 얘기가 한창이었습니다. 한 달간 무료이니 꼭 봐보라고 다들 추천해서 넷플릭스 App.을 설치해 보다가 재밌길래 PC 모니터 큰 화면으로 끝까지 시청한 후 또다시 추천받은 이탈리아 드라마, 영국 드라마까지 보기 위해 결재를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시작은 분명 입소문에 의해 추천받은 콘텐츠를 보기 위한 것이었으나 그 콘텐츠를 보기 위해 제가 찾은 곳은 플랫폼이었습니다. 2020년 10월 기준 넷플릭스 국내 총 이용자 수는 362만 명, 월 결제액은 514억 원으로 약 4년 만에 국내 1위 OTT 플랫폼 사업자가 되었습니다. 국내 기업이자 2위인 웨이브(Wavve) 사용자수는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결국 콘텐츠의 양과 질을 다 갖추고 있는 넷플릭스를 따라잡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심지어 공중파 방송사나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 재산권) 제작사들이 고객 접점을 늘리기 위해 넷플릭스 플랫폼 입점을 바라는 상황까지 되다 보니 이제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고르고, 본인들에게 더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성사시키는 '갑'의 위치가 되었습니다. 절대적으로 양질의 콘텐츠가 있어야 플랫폼을 찾게 되는 게 이치인데, 볼 만한 콘텐츠가 차고 넘치다 보니 게다가 넷플릭스는 초창기 시절부터 위에서도 언급했듯 이용자들이 보고 싶어 할 만한 콘텐츠가 있어야 플랫폼에 찾아온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직접 제작에까지 뛰어들어 이중으로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제가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플랫폼 사업자라고 그저 껴맞추기식으로 콘텐츠를 입점시키기에만 급급한 게 아니라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그래서 이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라도 플랫폼을 찾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콘텐츠 제작사가 되어 과감히 투자했다는 점입니다. 시국이 이렇다 보니 사용자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되었고, 영화 개봉까지도 영화관이 아닌 넷플릭스로 상영관을 옮기고 있어 이미 거대해진 이 공룡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몸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국내 서비스 웨이브(Waave)도 과감히 투자하여 자체 IP를 확보 중이며 티빙, 왓챠 플레이와 더불어 카카오TV, 쿠팡에서도 OTT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 이보다 마블, 디즈니, 픽사 등의 IP를 가지고 있는 디즈니 플러스가 상반기 내 국내 시장 진출을 확정했다는 소식이 더 이목을 끕니다. 이미 레드 오션이 된 이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진화되어 갈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건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넷플릭스를 포기하고 겨울왕국이 있는 디즈니 플러스로 갈아탈 확률도 무시 못 하기 때문이지요.


3. 온라인 미디어

2006년 구글이 유튜브를 약 2조 2천억에 인수했을 때만 해도 적자를 면치 못 했던 유튜브는 찬밥(?) 신세였고, 2008년도에 유튜브는 한국어 버전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제 기억으론 기업에서 지적 재산권이 있는 콘텐츠를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법 규제가 나름 철저했고, 당시만 해도 청정 지역이었던(저작권에 접촉되는 콘텐츠가 없었던) 유튜브는 공중파 방송 콘텐츠(Full ver.은 아니고 주로 하이라이트 영상)를 방송사들과 계약해서 돈을 주고 사와(IP가 아닌 기간제로)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플랫폼의 시작이 다 그렇듯 볼 만한 콘텐츠(게임, 뉴스, 다큐 등도 마찬가지)가 있어야 방문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다 네이버가 동영상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시점에 공중파 방송사들이 전부 유튜브와 손절하고 네이버와 독점 계약을 맺어 유튜브에서는 방송사들에서 올린 동영상들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시기가 있었습니다. 기왕이면 해외보단 국산 서비스에 힘을 실어주자 그런 취지가 아니었나 또는 돈을 더 준다고 했나 예측해 볼 수 있지요. 그러나 오늘날, 네이버와의 독점 계약도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유튜브에서도 하이라이트 영상 방영이 가능해짐) 굳이 돈을 받지 않고도 방송사들은 스스로 유튜브에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최근에 방영된 인기 프로그램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내보내는 중이지요.

요즘 주말엔 우측 추천 영상으로 뜬 동영상이 현재 공중파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또는 방영되었던 예능 프로그램 대여섯 편을 실시간 스트리밍 중입니다. 모두 같은 방송국의 콘텐츠라 전략적인 건지, 실험적인 건지 흥미가 생겼습니다. 본방사수의 저하로 시청률이 떨어진 것이 기정사실이며, 유튜브 플랫폼에서의 조회수와 비례하는 광고 수익이 분명 뒤따를 것이긴 하나 이 전략이 언제까지 통하게 될까요? 콘텐츠 제작사들은 셀럽들을 데리고 촬영한 콘텐츠를 방송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유튜브에 업로드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플랫폼 사업을 저는 저 나름대로 레거시 플랫폼(Legacy Platform)과 뉴 플랫폼(New Platform)으로 나눠 보는데 레거시 플랫폼은 유저, 플랫폼 사업자, 광고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표적으로 Kakao, Facebook, Instagram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뉴 플랫폼 다시 말해 OTT Media Platform은 또 두 갈래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유저, 플랫폼 사업자, 광고주, 매출을 일으키는 콘텐츠 제공자(미디어사, 유튜버 등)로 즉 4각 구도로 재편성된 Youtube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유저, 플랫폼 사업자, IP를 가지고 있는 콘텐츠 제공자(미디어사 또는 자체 제작)로 구성된 넷플릭스, 웨이브, 디즈니 플러스 등이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현재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되는 플랫폼은 유튜브입니다. 레거시 플랫폼 시절이던 때 유저, 플랫폼 사업자, 광고주(또는 콘텐츠 제공자)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에코 시스템((Eco System: 생태계)을 형성하는 게 플랫폼 사업자의 목표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광고주가 만족하면(돈을 벌면) 유저들이 불만이고, 유저들이 만족하면(무료이면) 광고주(또는 콘텐츠 제공자)가 불만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현재 우리는 레거시 플랫폼인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타임라인을 보다 보면 의도치 않게 광고를 봐야만 합니다.

그러나 유튜브는 무료로 콘텐츠를 보고자 하는 유저들에게 광고를 보게 하고(광고주도 돈을 벌고), 기꺼이 돈을 지불해서라도 광고 없이 콘텐츠를 보고자 하는 유저들에게는 구독료를 내게 함으로써 유저와 플랫폼 사업자 모두에게 만족감을 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IP를 가진 유튜버들에게 새로운 수익 창출의 장을 열어 주었고 이로 인해 유튜브라는 플랫폼 사업자는 Revenue Share(수익 배분)로 인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는 유저들을 위해 더욱 풍성한 콘텐츠를 이타적으로 생산해 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UCC(User Creative Content)라는 용어는 아주 오래전에 생겼으나 실질적인 자본주의 단어로 재탄생한 건 즉,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게 만든 건 유튜버들의 콘텐츠였습니다. 이미지보다 영상이 더 파급력이 큰 오늘날, 돌이켜보면 UCC가 등장하면서 사진보단 영상 콘텐츠의 비중이 더 커질 것이란 걸 직감한 구글은 당시 적자였던 유튜브가 근미래에 엄청난 효자 노릇을 해줄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겠지요.


4. 공중파 미디어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 공중파 방송사들은 현재 더 이상 돈을 주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유튜브에 방송 콘텐츠를 올리고 있는데 유튜브가 한국에 상륙했을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점점 거대해지면서 일반 개인 유저들이 아주 오래된 레전드급 콘텐츠들(굉장히 저하질)을 업로드 하기 시작했고(광고 수익이 되므로) 조회수 또한 엄청나다 보니 이럴 바에야 방송국에서 고화질의 콘텐츠를 직접 업로드하여 광고 수익이라도 챙기자 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방송사들의 영상 퀄리티가 훨씬 좋은 건 사실입니다.  


여기서 잠시 샛길로 빠져 종이 미디어사들에 대해 언급하고 싶습니다.

종이 매거진들 중에는 폐간을 하거나 적자를 면하기가 쉽지 않고 그나마 상위 0.1%를 대상으로 하는 명품 소개 잡지는 광고주들이 완전히 빠져나가진 않았으나 매거진도 공중파도 아닌 온라인으로 광고 비중을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향의 길을 걷게 된 종이 매거진 산업이 좀 안타까운 건 콘텐츠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즉 디지털 전환을 빠르고 신속하게 그리고 유료화시키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국내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GQ, Vogue, ELLE 등의 매거진을 앱스토어에서 검색해 보면 각 나라별 유료 E-Book이 존재하나 한국어 버전은 없습니다. 매거진 콘텐츠는 온라인 상에서 얼마든지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곳이 바로 잡지사들입니다. 급격히 종이 매거진 판매와 광고 매출이 떨어지자 헐값에 포털에 콘텐츠를 팔기 시작했고, 그럴수록 진짜 콘텐츠가 아닌 Native Advertising(기사처럼 보이도록 만든 광고)이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셀럽, 광고주, 방송사들의 콜라보로 화보 촬영을 하거나 전국에 미용실, 병원, 은행들이 있기에 버틸 수는 있을 것입니다.

종이 신문사들도 과도기가 있었으나 지금은 다시 저널리즘의 본질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 보입니다. 종이 신문 구독자수가 떨어지자 포털에 매달리고 실검에 오르게 하기 위해 낚시질하고, 심지어 신문사 홈페이지는 각종 저질 광고 배너들로 도배되어 기사 보기가 꺼져지던 시절이 있었지요.(지금은 페이스북에 기생하여 낚시성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온라인 미디어사들이 그 시기를 거치고 있습니다) 여하튼 모든 신문사들이 포털만 바라보고 있을 때 가장 먼저 홈페이지를 새 단장하고, 과감히 유료화로 전환한 곳이 중앙일보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메이저 신문사들도 그 길로 함께 들어섰습니다. 스타트업이자 IT 뉴스 전문 미디어사 '아웃스탠딩'은 처음부터 유료화 모델로 시작했습니다. 이 역시 읽을 만한 가치를 주는 콘텐츠를 생산하면 독자들은(수익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팩트를 보여줍니다.


저는 위에 언급한 잡지사가 먼저 거치고 이후 신문사가 거쳤던 길을 지금 공중파 방송사가 거쳐가는 중으로 보입니다. 더 이상 방송사는 미디어를 송출하는 회사가 아닌(유저들은 TV를 통해 넷플릭스를 시청합니다) 콘텐츠 생산 회사로 변해가고 있으며 이마저 IP를 가지고 있는 별도의 제작사 또는 프로덕션을 통해 생산된 콘텐츠는 방송사가 주인이 아닙니다.

사용자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게 만들 만큼 콘텐츠가 매력적이지 않으면 성공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콘텐츠를 강조한 건데 넷플렉스의 경우는 콘텐츠보다 플랫폼의 파워가 더 크다는 걸 위의 언급으로 아셨을 겁니다. 즉, 콘텐츠가 먼저다, 플랫폼이 먼저다의 얘기가 아니라 유저(구독자 또는 시청자)가 먼저여야 된다는 얘기입니다. 시청률 떨어진다고 유튜브 콘텐츠 업로드로 인한 광고 매출은 결코 방송사의 미래가 아니며, 비전도 아닐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1 서비스 오픈과 안정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