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의 조각이 맞춰지는 밤
다음 날 아침, 현관 벨이 울렸다.
모니터 속엔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진실의 순간’ 촬영 현장에서 마주쳤던,
카메라를 메고 다니던 젊은 여성.
은채는 문을 반쯤 열었다.
“기억 못 하실 수도 있어요.
그때 팀 막내였어요.”
그녀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때도, 당신 편이 되고 싶었거든요.
지금도 괜찮다면… 그 이야기를,
다시 함께할 수 있을까요?”
은채는 문을 조금 더 열었다.
그건 누군가가
‘기록자’가 아닌 ‘사람’으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세상이 다시 다가오는 걸
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성은 얇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이건… 예전에 ‘진실의 순간’ 팀에서
은채님 인터뷰 준비하면서 정리한 자료예요.”
종이엔 제목이 있었다.
‘채로운 하루 채널 타임라인’
2022.7.15 — 첫 영상 업로드
2022.11.02 — 협찬 시작
2023.3.21 — 하윤 첫 등장
2023.12.09 — Judge99 첫 후원 (₩9,900)
마지막 줄에서 은채는 숨을 멈췄다.
그날이었다.
그녀가 채널을 닫을까 고민하던 날.
그날 밤, 은채는 다이어리에 이렇게 썼다.
“그만하고 싶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몇 시간 후,
Judge99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이런 영상이 요즘도 있다니 놀랍네요.
계속해주세요.”
그는, 무너지려는 그 순간에 나타났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혹시 이분, 팀 안에 계셨던 분인가요?”
은채의 질문에 여성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우리 쪽엔 그런 이름 없어요.
근데 이상한 건,
그분이 메일로 제보를 자주 보냈어요.
편집 전 컷, 편집본 일부…
내부 접근이 가능했어요.”
은채는 숨을 삼켰다.
편집. 원본. 사라진 사람.
기억 저편에서 오래된 얼굴 하나가 떠올랐다.
하윤의 돌잔치 영상부터 함께했던,
첫 브이로그의 공동 촬영자.
그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전화도, SNS도 닫힌 채로.
“설마…”
입안에서 말이 새어 나왔다.
은채는 노트북을 켰다.
Judge99가 남긴 과거의 댓글들을 열었다.
하윤의 첫 소풍 영상 아래,
이상한 문장이 있었다.
“저는 그 공원 알아요. 그날 날씨 참 좋았죠.”
하지만 그날, 비가 내렸었다.
비를 피하며 멘트를 바꾸고,
녹음된 소리를 편집해 잘라냈던 그 장면.
그날의 날씨를 아는 사람은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뿐이었다.
은채는 모니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퍼즐 한 조각이,
드디어 맞춰지는 소리가
조용히 — 그러나 분명히 —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