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소설 쓰기 수업을 잠깐 들었었다. 수업을 듣는 12주 내내 주변 사람들에게 쓸 말이 없다고 징징거리고 다녔다. 그 말을 제일 많이 들은 건 엄마였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잘 생각해 보슈.”라고만 하고 명확한 답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글감을 하나 던져줬다.
“술 먹으면 등산하는 딸과 집착하는 엄마 어때?”
“....!”
여기에는 에피소드 두 개가 얽혀 있다. 첫 번째는 작년 11월 중순쯤이었다. 기아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념해 잠실새내 근처에서 동기들과 소갈비를 구워 먹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이라 꽤 신이 났다. 그날따라 맥주도 왠지 맛있었다. 2차로 칵테일바에 갔고 거기서도 온갖 술을 연달아 마셨다.
내 기억은 여기까지다. 필름 속 다음 장면에서 나는 깜깜한 등산로 어딘가를 헤매고 있다. 엄마랑 통화하면서. 뭐라고 했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엄마! 이 산만 넘어가면 우리 집인 거 같아. 가만 기다리고 있어! 내가 갈게!”
당연히 그 산은 우리 집과 아무 상관없는 곳이었다(정확히 말하면 서울 서초구 우면산 도시자연공원 초입이었다). 통화 도중 어찌어찌 그 사실을 깨닫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 등산로 입구로 나왔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속도로 한복판이었다. 그제야 위기의식이 약간이나마 들었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새벽 2시 허허벌판에서도 카카오택시를 부를 수 있는 나라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가 잡혔고 나는 무사히 본가로 갈 수 있었다. 가는 내내 기사님을 붙잡고 술주정을 부렸다. 뭐라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내리기 직전에 기사님께서 “학생, 집 들어가면 제일 먼저 부모님께 죄송하다고 말해!”라고 했던 건 기억난다.
그 말대로 나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죄송합니다~~~!”부터 박고 들어갔다. 의외로 엄마는 별다른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이고, 오셨습니까. 걱정했어요.”라고 농담을 던질 정도였다. 나도 피곤해 죽을 지경이었던지라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약 14시간 후 엄마와 나는 치앙마이행 비행기 이코노미석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4박 5일의 모녀 동반 여행 동안 엄마는 그날 일어났던 일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