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는 수치스러운 운동이다
필라테스는 수치스러운 운동이다.
일단 남녀노소 상관없이 쫄쫄이를 입고 만난다. 그리고 다 같이 기구에 매달려 온갖 적나라한 포즈를 취한다. 쩍벌, 오리궁둥이, 점프 등등. 게다가 미친 듯이 힘들다. 하다 보면 얼굴은 시뻘게지고, 온몸에서 땀이 줄줄 새고, 여기저기서 “악” “으악” 같은 신음 소리가 들린다. 50분이 끝나갈 때쯤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반쯤 넋이 나가 있다.
특히 나 같은 저질체력 왕초보에게는 더욱더 수치스러울 수밖에 없다. 필라테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1대 1 레슨을 받았었다. 꽤 여러 명의 선생님을 거쳤는데, 모든 선생님들로부터 ‘기초 근력이 이렇게 부족해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니!’ 식의 말을 한 번씩은 들었다.
그리고 1대 1 레슨에서는 선생님의 밀착 지도를 받기 때문에, 잘못된 자세를 어물쩍 숨기기가 쉽지 않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캐딜락’이라는 기구를 처음 써 본 날이었다. 캐딜락은 침대처럼 생긴 기구인데, 철제 프레임에 스프링이 달린 손잡이가 달려 있다. 그 손잡이를 잡고 투명 의자에 앉듯이 스쿼트 자세를 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내 골반에 손을 대고 자세를 약간 바로잡더니 다음 동작을 주문했다.
“여기서 대둔근에 힘 좀 더 줘 볼게요. 엉덩이 근육을 힘껏 조이는 느낌으로, 하나 하면 시작.”
그때까지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엉덩이를 조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어디에 힘을 주라는 건지 감이 안 잡혔다. 다만 언젠가 운동 유튜버가 ‘엉덩이에 힘을 주는 건 똥 참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 일단 내가 아는 느낌대로 힘을 줘 보았다. 선생님이 엉덩이를 만져 보더니 피식 웃었다.
“회원님, 그건 엉덩이 근육이 아니라 괄약근이에요.”
덕분에 엉덩이에 힘주는 법은 지금까지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살면서 여러 운동을 해 봤지만, 조금이라도 지속적으로 다니고 있는 것은 필라테스밖에 없다. 너도나도 못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는 운동이어서 그런 것 같다. 스스로를 예쁘게 꾸밀 필요도, 그럴 체력도 없는 50분. 요즘 세상에 흔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이따 필라테스를 가려니 귀찮음이 몰려오지만… 나 자신을 내려놓는 마음으로 오늘도 쫄쫄이 레깅스를 꺼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