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 관계는 늘 어렵다
경찰을 돌려보내고 나서 핸드폰부터 충전했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엄마,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상황인지 알기나 해? 자기 딸 집에 경찰을 부르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냐고.” ‘0%’가 찍힌 화면을 붙잡고 전원 버튼만 연달아 눌렀다.
그런데 막상 전화가 연결되자 내 입에서 나온 건 전혀 다른 말이었다.
“엄마,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그 이상은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 번 말을 꺼내면 지금까지 쌓였던 게 와르르 터질 것 같았다. 한 시간 가까운 통화 중에서 기억나는 건 “이건 좀 아닌 것 같아.”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는 사실뿐이다.
그러고 나서 이틀 동안 본가로부터 오는 모든 연락을 씹었다. 셋째 날부터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안부 연락을 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 대화였다.
그렇게 어영부영 몇 주가 지난 시점에 엄마가 뜬금없이 그 일을 꺼낸 것이다. ‘술 먹으면 등산하는 딸과 집착하는 엄마’라는 B급 시트콤 제목 같은 문장으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몇 개월에 걸친 갈등을 저렇게 깔끔한 한마디로 표현하다니. 그것도 적절한 유머까지 곁들여서. 이게 50년 인생 동안 쌓인 연륜인가 싶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 이런 질문이 고개를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게 진짜 그렇게 되나?
저 한마디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도 너무 많다. 깔끔한 갈등 구조에 담기지 않는 자투리들. 예를 들면, 나는 왜 주기적으로 술 먹고 사고를 쳐야 마음이 편해질까? 다 내 안전을 위해서라는 엄마의 말은 얼마나 사실일까? 엄마랑 이야기할 때마다, 해결하지 못한 질문들이 배경에 은은하게 깔려 있는 느낌이다. 그걸 건드리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질 게 뻔하다. 그럼 서로 알고 싶지 않았던 모습도 다 드러나겠지.
나는 그럴 용기는 없다. 결국 그 소설도 쓰지 않았다. 그냥 ‘하지 못한 이야기’ 리스트에 에피소드 두 개가 추가된 느낌이다. 뭐 언젠가는 한 번 제대로 터지거나, 그대로 잊히거나, 둘 중 하나겠지. 어느 쪽일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