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유치원이 개학하자마자 원격수업으로 전환되었다. 지난달에도 폭발적으로 늘어난 코로나 확진자로 유치원에 몇 번 가보지도 못했는데, 이번 방학이 끝나고는 원격수업으로 전환되었다. 물론 긴급 돌봄이 필요한 가정은 등원 수업이 가능했다.
그렇게 원격수업과 퇴소의 기로 앞에 서게 되었다. 어떻게 할까? 남편과도 이야기를 나누어봤지만 쉽사리 결정이 나지 않았다.
당사자인 둘째에게 물어보았다. 유치원 졸업까지 2달 남았는데, 끝까지 다니고 싶냐고. 딸이 그랬다.
엄마, 근데 유치원은 졸업하고 싶어. 중간에 그만두면 뭔가 아쉬울 거 같고 마무리가 안 되는 느낌이 들어.
사실 딸이 많이 망설이면 안 가는 쪽으로 설득해 볼 요량이었다. 원래는 유치원 원비로 나갈 비용으로 네가 사고 싶은 시크릿 주주 핸드폰을 사줄 수 있다고 설득해 볼 참이었다. 하지만 딸아이가 말한 그 '마무리'라는 단어에 그냥 보내기로 했다. 사실 첫째도 아빠 직장 때문에 유치원 졸업을 하지 못하고 이사를 했었다. 그때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겨우 유치원 졸업일 수 있으나 아이에게는 내가 그동안 즐겁게 다녔던 유치원과의 잘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었던 거다.
그렇게 유치원 원격수업을 결정했다. 하지만 하루 약 30분 정도의 원격수업에 원비를 다 내기에는 다소 아까움이 있었다. 하지만 많은 엄마들의 문의가 있었는지, 유치원에서는 절반만 받기로 했다.
아이도 마무리를 잘하고 싶고, 유치원에서도 반값으로 비용을 낮춰졌지만 원격수업으로 마음을 굳히게 된 데에는 더 큰 이유가 있었다.
바로 유치원이 오래 버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였다.
딸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유치원이다. 딸아이가 입학할 때만 해도, 치열한 추첨을 통해서 들어가야 할 만큼 인기가 좋은 곳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로 많이도 어려웠다. 얼마 전에는 정부의 추가 지원금이 없어 어려움에 처해 교직원을 줄이기로 결정했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다.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가정 경제를 생각한다면 그냥 퇴소하는 게 맞았다. 이제 졸업까지 두 달 남았는데 굳이 남아 있을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뱅크런처럼 엄마들이 줄줄이 퇴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냥 다니기로 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이, 좋은 선생님들이 오래오래 버텨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에 들어올 아파트 단지 내의 5, 6, 7살짜리 아이들도 편하게 이 유치원을 다녔으면 했다.
아주 작은 보탬이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아이들에게 나의 선택이 아주 작지만 선한 나비의 날갯짓이 되기를 소망했다. 하지만 나만이 아니었다. 좋은 유치원들이 오래오래 버텨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퇴소 대신 원격 수업을 선택하는 엄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물론 어떤 누군가에게는 퇴소가 맞을 수도 있다. 있는 자리에서 아이에게, 사회에, 이웃에게 할 수 있는 형편껏 하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