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최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우주산업의 역할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는 문장이다.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구의 어느 지역에서 어떤 대기오염물질이 언제 얼마나 발생하는지 구체적인 정보가 필수적이다.그 결과 어떤 문제가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필요하다. 그래야 신속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 지구를 대상으로 이런 관찰과 분석을 상시 진행할 수 있는 도구는 인공위성이 유일하다.
우주개발 분야를 선도하는 여러나라 가운데 일본은 세계 최초로 온실가스 모니터링을 위한 지구관측 위성을 발사했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개발해서 2009년 1월 발사한 고셋(GOSAT) 위성은 현재 고도 670km 지구 저궤도를 돌며 대기권에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위성이 수집한 정보는 일본 환경부를 통해 다양한 국가에 공유되고 있다. 2018년 10월 일본은 고셋 보다 관측 성능이 향상된 고셋-2(GOSAT-2)를 고도 610km 지구 저궤도로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외에도 미국과 유럽, 캐나다, 중국이 온실가스 모니터링용 인공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산화탄소 모니터링 위성인 마이크로카브(MicroCarb)를 올 연말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국가 차원을 넘어 민간기업들의 진출도 증가하고 있다. 아직은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 보니 기업이 단독으로 추진하기보다 정부의 파트너 형태로 진출하고 있다. 각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기업의 첨단기술과 인력을 활용해서 보다 좋은 분석체계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기업은 새 비즈니스를 개척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11월에 발사된 센티널-6 미카엘 플레일리히(Sentinel-6 Michael Freilich) 위성은 대표적인 사례다.
센티널-6는 1300km 떨어진 지구 저궤도에서 해수면의 높이와 온도, 공기의 품질,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 그리고 지표면 식생 상태를 관측하고 있다. 위성은 유럽우주국(ESA)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세계적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SAP는 위성이 지상으로 보내는 관측 빅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가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았다.
ESA의 지구관측 프로그램 담당 국장이었던 조세프 아쉬바허는 한 인터뷰에서 “그간 위성의 관측 데이터를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로 가공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SAP와의 협력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됐다”라고 밝혔다. 같은 인터뷰에서 SAP에서 사업개발을 책임지는 카스텐 린즈는 “이번 협력으로 공간정보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영역에 알게 되었다”며 “지구관측에 사용되는 우주기술은 향후 디지털 농업과 가스관 관리 그리고 스마트 도시를 보다 효과적으로 설계하는데 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현재 민관 공동으로 20여 개의 인공위성으로 구성되는 온실가스 모니터링 전용 지구관측 위성 군집을 구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비영리 민간단체 ‘카본매퍼’가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2023년 첫 번째 위성을 발사하고 2025년까지 위성 군집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든 위성에는 NASA가 개발한 정밀 지상관측을 위한 고해상도 카메라와 센서, 분광기가 장착될 예정이다.
최신 장비를 실은 위성 20여 기가 동시에 관측에 참여하기 때문에 일반 관측위성보다 훨씬 넓은 지역을 모니터링할 수 있어 대기오염 물질의 정확하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에 사용될 위성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소형위성 군집 운용회사 플래닛이 제작을 맡았다. 필요한 자금은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세계적인 금융데이터 제공업체인 블룸버그, 하이타이드 재단 등이 지원하고 있다.
카본매퍼의 대표인 라일리 듀란은 지난달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책을 세우기 위해선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시설이나 장비처럼 가장 작은 단위까지 세세하게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만 시민사회 전체에 제대로 된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