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고 싶은 시드니
한국으로 돌아온 지 어느새 두 달 가까이가 흘렀다.
한국에 돌아오면 꼭 다시 보고 싶었던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봤다. 영화를 다시 보니 왜 이 영화를 보고 싶었는지 느껴졌다.
아주심기
더 이상 옮겨 심지 않고 완전히 옮겨 심는다는 의미이다.
아주심기를 하고 난 다음에 뿌리가 자랄 때까지 보살펴주면
겨울 서릿발에 뿌리가 들떠 말라죽을 일도 없을뿐더러
겨울을 겪어낸 양파는 봄에 심은 양파보다 몇 배로 달고 단단하다.
영화 마지막에 배우들의 내레이션으로 깔리는 대사인데 난 이 부분을 제일 좋아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사실 아주심기를 해야 하지 않나 싶다. 무엇이든 익숙해진다는 것은 좋지만 더 단단해지고 알차게 되려면 시련이나 역경을 겪고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아주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주심기를 하기 위해 겨울을 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 우리 부부는 다시 시드니로 돌아갈 계획들을 세우고 비자 신청도 마친 상태다.
원래는 호주에서 새로운 환경을 겪어내면서 한국에 아주심기를 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지금 한국에서 다시 호주로 가서 아주심기를 하려는 상황이 되었다. 한국에서 보내는 시간들도 헛되지 않게 보내고 싶고 후회 없이 살고 싶어서 일도 잔뜩 구해서 하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어려움도 있고 내 맘대로 되지 않은 것들도 있지만 이제는 이런 것들 대부분이 별일 아니고 다 지나갈 일들이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우리가 시드니의 생활이 너무 즐겁고 좋았던 것뿐이지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워홀러나 한국 이주자들에게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두 나라 중 어느 나라가 더 좋고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사회 안에서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갈 의지가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호주에서 만난 20대 초반인 워홀러 친구가 있는데 호주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힘들고 적응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 앞에서 많은 말들을 아꼈지만 속으로 진심으로 해주고 싶었던 말은 한국 사회도 호주만큼 힘들고 어쩌면 잘 알아서 더 힘든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그 친구에게는 낯선 땅에서 이겨내면 오히려 한국은 쉽지 않을까?라고 짧게 조언을 해줬다.
비자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 어정쩡한 상태를 충분히 즐기고 열심히 해보고 싶다.
혹시나 호주에 있거나 갈 계획이 있는 누군가가 글을 보게 된다면 힘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