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ke Jun 11. 2024

뭐가 다를까?

알 수 없는 여유로움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다.


이건 내가 낸 결론이다.

군대에 가면 처음엔 갑갑하고 도저히 못 견딜 것 같지만 시간은 흐르고 어느새 그곳에 적응한 나를 볼 수 있다. 직장도 마찬가지로 여기가 더 좋고 나쁘고 따지지만 결국 3개월 정도 지나면 그곳에 적응해서 일을 한다. 또한 어느 집단, 어느 환경이든 사람끼리의 문제가 가장 복잡하면서 당연스럽다. 호주에 와서 일을 하면서, 집을 셰어 하면서 사람 사이에 여러 문제로 힘들지만 결국엔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한국이 더 편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지만 문뜩 "왜 마음이 여유롭지?" 하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한 번은 이 이유를 알 수 없는 여유로움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생각해 보았다.


1. 땅은 넓고 사람은 적다.

한국, 호주 모두 사람은 많다.

사람들은 대부분 도시로 몰려 살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인구가 고르게 분포하기는 어렵다. 같은 도시로 두고 봐도 사람 간 부대낌이 덜한 느낌이다. 어느 시간대에 트레인을 이용해도 큰 어려움 없이 좌석에 앉아 갈 수 있고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대중교통에 사람이 몰리는 일이 거의 없다. 수영장에 가봐도 우리나라처럼 한 레인에 30명씩 사람이 들어가서 수영을 하지 않는다. 보통 정식 규격을 갖춘 수영장을 운영하면서도 레인 하나당 이용 분포가 현저히 적다. 생각나는 2가지를 예를 들어 보았지만 이 외에도 같은 조건에 그걸 이용하려는 사람이 적다 보니 싸우지 않는다.


2. 일은 있는데 하려는 사람이 적다.

같은 맥락 일 수 있는 부분인데 호주에서는 할 일은 늘 있는데 사람이 늘 부족하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무슨 일을 해도 편견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직업 군에 있든 여기서의 삶을 살아가기 충분하다. 돈을 더 잘 벌면 더 윤택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지 돈을 좀 덜 번다고 거리에 나앉지는 않는다. 내가 일할 의지만 충분하고 노력만 한다면 무슨 일이든 해서 집을 빌리고 밥을 먹고 옷을 입는 일지 크게 어렵지 않다.


3. 시간적 여유가 있다.

호주라고 조금 일 하고 돈은 많이 주고 그런 일은 없다. 하지만 토, 일은 무조건 쉰다거나 휴가를 쓰는데 어려움이 없다거나 일찍 일을 시작하고 일찍 끝난다거나 하는 조건들이 시간적 여유를 만들어주고 가족이나 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취미 생활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일에 더 몰입할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돈을 더 벌어야 하고 일이 많아 늦게 일을 마치는 조건이라면 알아도 취미 생활은 꿈꾸기도 어렵다. 내가 운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바다에도 가고 좋아하는 운동에 더 몰입을 해보기도 하고 글을 써보기도 한다.



지금 이야기하는 것들이 호주를 살아가는 사람들 전부에 해당하지는 않겠지만 한국에서 30년을 살아온 나에게는 엄청난 여유를 갖게 해 줬고 생각이 많은 나에게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든 행복하게 살고 싶지 불행하게 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행복이라는 건 어쩌면 금전적 자유, 시간적 자유, 공간적 자유를 모두 얻어야지만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 하나만 충족이 돼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세상을 넓게 보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