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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현 Jul 13. 2018

우리 엄마의 꿈은 어디로 갔을까?

여성 노인 인권 ...그 첫 번째 이야기

한 소녀가 살았습니다.


소녀의 꿈은 사범중학교를 졸업해서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늑막염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버지에

6남매 중 장녀였던 소녀는

월사금이 밀려 5학년을 마치지도 못하고

친척집 식모로 가게 됩니다.



소녀의 어머니는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맞딸은 살림밑천이야... 여자애가 무슨 공부야?
얼른 돈 벌어 니 남동생 학교에 보낼 생각이나 해!
장남이 잘되야 집안이 바로 서는 거야..."


의류 공장을 하던  친척집에서

처음에는 그 집 아기를 돌보다가

곧 시다바리라 불리는 수습공이 되었고

손재주가 좋았던 소녀는 3년 만에

상침이라는 그 공장에서 미싱을 제일 잘하는

미싱공이 되었습니다.

1960년 봉제공장에서 미싱을 박던 시절....

미싱공이 되고

한장을 만들 때마다 지정된 금액의  임금을 받는

일명 '돈내기'에서 소녀는 항상 1등을 하였습니다.


아버지 약값과 동생들의 학교 월사금...

집안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소녀는 밤낮없이 일을 했습니다.

쉬는 것은 시간낭비에 사치였습니다.


한장을 완성할 때마다,

손에 쥐는 돈이 달라지기 때문에

식사시간을 아껴 건빵을 보리차에 말아먹으며 

미싱을 했습니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워 미싱 옆에 깡통을 두고

급한 볼일만 해소해가며 일을 하였습니다.


공장에서 만난 재단사와 결혼을 한 소녀는

조그만 집도 사고 가게를 차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편의 사업은 잘 풀렸고

소녀를 닮은 딸을 낳자

소녀는 누구보다 행복했습니다.

1980년...<대한사> 라는 의류 맞춤점을 개업하였다.

하지만 딸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남편의 사업실패로

온 집에 빨간딱지가 붙고 길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지하 단칸방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눈물을 참고 이를 깨물고 일을 했습니다.


소녀는 빚을 갚아야만 했습니다.

노동 3권이니, 근로시간이니, 최저임금이니

다 꿈같은 소리였습니다.


돈내기로 돈을 벌어야 하는데...
데모하러 갈 시간이 어디에 있어?
배부른 소리들 하네...


소녀에겐 1분 1초가 아까웠습니다.

소녀의 딸은 소녀처럼 살면 안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소녀는 딸을 누구보다도

잘 먹이고, 잘 입히고, 하고 싶다는 공부도 다 시켰습니다.

유학도 보냈습니다.

소녀의 딸이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너무 뿌듯했습니다.

소녀가 교수가 된 것 같았습니다.


까맣던 소녀의 머리가 하얗게 되었습니다.

이제 소녀는 약 없이는 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혈압약을 먹고

젊은 시절 미싱으로 혹사당한 다리는

연골이 없어져 걸을 때마다 무척이나 아픕니다.

계단이 두렵습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딸을 대신해

2살, 6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귀여운 아이들을 보면 행복하지만,

육체적으로 너무 지칩니다.

내일은 병원에 가서 무릎 주사도 좀 맞고

한의원에 가서 침도 좀 맞아야겠습니다.


1965년 경북 미싱 수예 학원 제 12회 졸업식 기념


소녀는 바로!!! 제 어머니이십니다.


아동인권이 없던 시절...

교육권...

노동권...

인권...

이 무엇인지 모르시고 보장받으시지도 못하신 삶을

우리 어머니는 살아오셨습니다.


오직 가족들을 위해 헌신과 희생의 삶만 살아오셨고

현재도 그러한 삶을 살고 계십니다.


소녀였던

내 어머니는

이제 백발의 노인이 되셨습니다.


한 번도 제대로 된

인간다운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 소녀

인간다운 삶...

즉, 인권의 삶... 을

꿈도  못 꾸는 삶을 살아야만 했습니다.


소녀에겐 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꿈은 꿈속의  동화처럼 신기루 같은 존재였습니다.


소녀의 꿈은 어디로 갔을까요???


소녀들의 꿈을 여러분들과 고민해 보고 싶습니다.


이제 노인이 된 소녀를 위해

노인의 꿈...

노인 인권에 대해

저와 같이 고민해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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