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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노의질주 Nov 19. 2020

두 번째로 맛있는 떡볶이


   "꼬마 피카소의 기가 막힌 표현력을 보세요."

TV에서 영재발굴단이 방송하고 있었다. 나래이션으로 어느새 어린이는 피카소가 되었고, 기가 막힌 표현력을 갖게 되었다.


    예전에 한 전시에서 들은 오디오 가이드는 나에게 끊임없이 어떤 감상과 감탄을 강요했다. 아직 캔버스 전체를 훑지도 못한 그림에 대해서 해석도 해주었다. "여기 이 아름다운 색깔들을 보세요." "저기 저 초상화의 슬픈 눈을 들여다보세요." 무엇을 보고 느껴야 할지 친절히 귀에 박아주었다.


    오늘의 나래이션들도 나에게 끊임없이 말한다. 이 천재 음악가의 감미로운 목소리 좀 들어보세요. 이 곳들이 대한민국에서 맛있기로 세 번째 안에 드는 감자탕집이에요. 자, 여기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제일 맛있는 떡볶이 좀 보세요.


    멀리 있는 것들을 눈앞에 갖다주고 나의 뇌를 대신해서 판단을 내려준다. 나는 이제 초상화 속 눈빛이 무얼 말하는지,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떡볶이가 무엇인지, 내 머리로는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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