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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노의질주 Feb 11. 2022

메모광의 메모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 쓴 글을 서랍에서 발견했다. 왜 그때 발행을 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첫 글이 이 글이기를 바랐다. 브런치의 시작을 장식하기는 이미 늦어 보이지만 새해를 다시 시작하기엔 기회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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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내 메모는 내 물심양면의 전진하는 발자취이며, 소멸해가는 전 생애의 설계도이다. 여기엔 기록되지 않은 어구의 종류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광범위한 것이니, 말하자면 내 메모는 나를 위주로 한 보잘것없는 인생 생활의 축도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 쇠퇴해 가는 기억력을 보좌하기 위하여, 나는 뇌수의 분실을 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메모광, 이하윤, 1958


문학과 비문학을 가장 골고루 읽던 수험생 시절, 언어 문제집에 이하윤의 <메모광>이 지문으로 나왔다. 스스로를 메모광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메모를 무척 좋아했던 나는 이 글에 끌려 대학생이 되어서도 노트나 다이어리를 바꿀 때마다 이 글을 첫 장에 옮겨 적었다. 그 습관이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 오진 못했지만 여전히 새 노트를 펼칠 때면 매번 떠올리곤 하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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