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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euny Apr 05. 2023

k장녀의 속마음 일기장

특정직 공무원 면직 퇴직 준비

K 장녀는 속마음을 글로 털어놓는다.


내가 특정직 공무원을 합격한 후 타지에 발령을 받게 된 날부터 혼자서 겉으로,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태생부터(?) 자라오면서(?) 무뚝뚝하고 감정을 잘 숨기는 K장녀로서 참다 참다 힘들 때면 말하는 고백이 " 우울하다 "였다. '우울하다'라는 말에 깊고도 깊은 함축적인 의미의 뜻은 내가 아니면 모를 것이다.

타지 발령을 받고 너무 힘들었지만 무덤덤한 척 지내다 보니 내면의 눈물이 가득 차고 말았다. 톡 찌르면 펑펑 터져버릴 것 같은 상태



타지로 올라가기 하루 전 날  

묵묵히 짐을 싸는데 막냇동생이 멀어지면 내가 옷을 다 들고 가서 자기가 입을 게 없다며 짜증을 내더라.

나는 우울함에 둘러싸여 받아칠 힘조차 안 나서 그냥 내 옷이라며 무시했다.

새벽이 찾아오고 가족들 모두가 내가 내일 떠난다는 사실이 실감이 날 쯔음, 막냇동생에게 문자 한 통이 왔다.

고작 옷 때문에 화내서 미안하고 마지막 날인데 화내서 후회된다고 떨어져 있어도 같이 있을 때처럼 힘든 일, 좋은 일, 웃긴 일 다 얘기하며 지내자고

맞다, 원래 나는 무뚝뚝한 장녀지만 동생들 사이에선 좋은 언니, 누나였으며 잘 지내는 우리를 주변인들은 신기하게 여기기도 했다.

저 문자를 받고 내 우울함에 쌓여 잊고 있었던 많은 것들이 실감 나며 펑펑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이었는지 서로 얼굴 보고 울지는 못하고 한 집안 다른 방에서 각자 우는소리를 내며 마지막 밤을 보냈다. 서로 잘 지내자며 그렇게 서로를 보냈다.



저 일이 있고 4개월 정도 지난 지금, 나는 잘 지내자는 말을 못 지킨 건지 우울증, 공황장애가 왔다.

시간이 지나면 다들 적응될 거라고 하던데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이 안 된다.

적응을 하려 할수록 이 환경에 대한, 이 집단에 대한 반감이 생겼으며, 그 반감은 더욱더 커져갔다.

사춘기가 끝났음에도 자아정체성에 대해 혼돈이 왔으며, 이 집단에 파고들수록 나의 비전이 사라지며, 내가 사회에서 도태될 것 같다는 감정이 끊임없이 들었다.

성격이 밝고 사람을 좋아하고 긍정적이었던 내가 무기력감에서 우울증, 공황장애의 구덩이로 빠지는 걸 몸소 느끼니 두렵고 못 견디겠다.

그래서 나는 면직, 이직을 하려 한다.



요즘 내가 어떤 사람 일까? 끊임없이 생각한다.

물론 이 고민을 시험 치기 전에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때의 나는 도피성으로 선택했었기에 더 생각하지 못했다.

고등학교까지 과학을 좋아하고 끊임없이 한 가지에 파고드는 걸 좋아하는 나는 대학에 갔더니 내가 하고 싶었던 일에 이 공부가 필요할까? 생각했다. 3년 동안 공부를 하며 이건 아니다고 생각하며 도피한 곳이 특정직 공무원이었다.

그 시기에 한창 많이 뽑기도 했고, 하기 싫은 공부를 할 바에는 조금이라도 나은 걸 선택해 보자며 특정직 공무원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하는 동안에는 그 공부에 집중하고 파고들며 시험 합격이라는 목표가 있다 보니 나름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기며? 공부를 했다. 그 과목공부가 나랑 잘 맞기도 했으며 공부를 하며 나 자신이 성장해 가는 과정이 좋았다. 모르는 부분을 끊임없이 놓지않고 공부하며 이해해 가는 과정이 좋았고 성취감도 느꼈다.

3개월 정도 공부를 했으며 그 공부를 즐기던 나는 도피성으로 도전해 본시험에 덜컥 합격을 해버렸다.

공무원이라는 타이틀은 부모님, 친척은 정말 좋아하셨고 인생 폈다는 말에 나는 안도했었다.

그땐 단기 합격을 한 내가 대단하기도 했으며 이제 별 걱정 없겠다 라며 또 안도했다.


사실 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나는 처음부터 밝고 활동적이며 수직적인 집단속에는 안 어울리는 사람이었지만 내가 공무원의 특성을 알면서도 잘 맞을 것이라고 합리화한 게 아닐까 싶다.


나를 생각해 보자면 나는 호불호가 확실하며, 안 맞다고 생각하는 건 끝까지 안 맞는 경우가 많으며 어떤 집단에 소속된다면 그 집단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 나는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며,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일의 능률이 더 올라가는 사람이다.



나는 4개월 동안 내가 이렇게 무능력한 사람인가? 쓸모가 없나?라는 생각을 너무 많이 했다.

공무원이라는 그 집단은 비전은 없으며 나라를 형식적으로 뒷받침하는데 급급한 느낌이다.

요즘 자기 계발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 중이며 이제는 도피가 아닌 도전을 해보려 한다.

도피가 되지 않게 신중하게 생각을 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제일 안정적이라는 공무원집단속에서 나는 25년 인생 중 가장 불안정한 마음상태를 가지고 살고 있다.

다시 일을 찾고 구해야 하는 내가 인생의 실패자가 될지 새로운 도전자가 될지는 모르지만 뒤따라올 사랑하는 동생과, 같은 실수를 반복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해라, 해야 하는 일이 아닌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
분위기에 휩쓸려서, 도피성으로 눈앞에 닥친일을 하기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돌아서 가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행복하게 했으면 한다.



정말 흔한 말이지만 우리나라 사회에선 이게 정말 어렵다.

우리나라의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기본적인 공부도 좋지만 정말 성인이 돼서 혼자 길을 나가야 할 때 실속 있는 정보들을 교육시켜 준다면 더 밝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남들 다 공부하니까 공부하는 게 아니고 그게 아니면 과감히 딴 길로 틀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오늘은 이만큼만 적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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