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짝 스매씽이 기다려도 떼쓰고 보기.

어른다운 어른은 다음기회에..

by 바다에 지는 별
우주인 연필깎이가 운명을 달리해서 손으로 연필을 깎아주다 생각난 엄마.

신학기다.

아들의 준비물을 준비하면서 하루를 마무리 하고 있다.



깎아준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연필 심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연필깎이에 넣고 돌렸더니

이 녀석도 2년 여를 일했다며 사표를 던진다.

잘 안 깎인다는 말. ㅋㅋㅋ


할 수 없이 칼을 찾아서 하나하나 깎는다.


'참 오랫만이네..연필 깎는 게...'




그러다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늘 엄마가 예쁘지는 않지만 투박한 솜씨로 까만색 도루코 연필칼을 가져와서 하나하나 깎아주었던 일이 기억났다.


엄마는 참 자상하지 못한, 여성스럽지 못한 성격이어서 뭐든 새심하고, 차분히 하지 못하셨다.

늘 대충대충, 후다닥 해치우는 성격이었고, 성격에 거슬리면 상스러운 욕까지 서슴치 않는 성격이었다.




삶의 최전방에서 아빠 대신 가족을 책임지며 살아내야했던 그녀만의 삶의 방식이었던 것이란 건 중학생이 되면서 이해하게 되었지만

어린 마음에는 늘 예쁘게 자동 연필 깎이에 깎아놓은 것처럼 흉내라도 내주었으면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엄마는 늘 대충대충이었다.



그리고 모든 학용품들은 2년이상을 쓰다보니 색깔이 여러개 빠져 있는 색연필과 싸인펜을

몇 년을 사용했고 매년 새로운 것을 살 형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 이후로는 극도로 내 물건에 대한 집착이 심해졌다.



특히나 색깔이 맞지 않으면 사용이 영 불편한 색연필, 크레파쓰, 싸인펜은 하나라도 사라지면 찾아질 때까지 친구들의 걸상 여기저기를 샅샅이 뒤졌었다.



그렇게 어린 기억으로 지금도 내 물건에 대해서는 무조건 챙기다보니 어른이 된 지금도 늘 가방은 멋드러진 핸드백이 아닌, 책가방 크기의 백팩이다.


어떤 물건이든 손에 들려져 있을 때 자주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어렸을 때부터 체득한 이후로 내 가방은 언제라도 집을 나가도 불편하지 않을 물건들이 keep되어 있다.


어린 시절 엄마는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마음도, 몸도, 경제도...




그런 어린시절을 보낸 나는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지만 신학기만큼은 인심 팍팍 쓰는 쿨맘이 되어 있다.




기분이란 건 어린 아이에게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기분내서 새로운 학용품을 준비해 주고, 되도록 자신의 구미에 맞는 물건들로 구색을 맞춰주는 것이 아이에게는 그 신나는 느낌이 어른이 되어서도 오래도록 남는 것이라는 건 사실이니까.



네가 여섯개를 주면 60개를 주고 싶어지는 게 엄마야. 떼 쓸 때는 떼도 써보고 바닥에도 드러누워 봐야해..그래야 어른이 돼서도 떼쓰지 않는 어른스런 사람이 되는 거거든.


요즘 젊은 엄마들은 큰 일이라며 나이드신 분들은 걱정한다.

너무 과하게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갖춰주려 한다고.


물론 정도를 넘어서는 것은 문제가 있겠지만 아이들은 좋은 것, 새 것에 대한 집착이 있는 것 같다.


떨어지는 집중력 때문에 쉽게 싫증을 내고 그래서 새 물건에 대해서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을 어느 정도 이해해주고 적당한 고집이나 요구는 선을 지키면서 들어주는 것도 아이에게는 안정감을 갖게 할 수도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자신이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떼를 쓸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아이에게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떼라는 건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받아주고 자신을 믿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에 있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너무 빨리 눈치가 빤해져서 그 누구에게도 떼 한번 쓰지 않고 순하게 잘 컸던 사람일수록 누군가에게 부탁하고 요구하는 것을 잘 못한다.


자신이 그렇게 모든 사람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있는 것처럼 거절 한 번 하기도 힘들면서도 말이다.


누군가에게 한 번도 떼 한번 , 어거지 한번 편하게 부려보지 못하고 그저 묵묵히 주변의 기대들을 채워가느라 바쁜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들일수록 그런 모습을 많이 보인다.


어렸을 때 충분히 어거지 부리고 드러누워 봐도 자신을 밀어내거나 거부하지 않는 대상이 있었다는 경험은 그렇게 어른이 되어서도 중요한 일인 것이다.



너무 빨리 철 들지 말자.

너무 빨리 착하고 어른스러운 사람이 되지는 말자.


어거지도 부리고,

땅에 드러누워도 보고,

시장 바닥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포효도 해 본 경험을 놓쳤다면 지금부터라도 좀 이기적이려고 노력해보자.


책임질 사람이 아직 곁에 없다면 사고도 쳐보자.

이후에 철들고 어른스럽게 살아도 늦지는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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