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스카치 테이프
포스터에 붙인 투명한 스카치테이프를 떼려다가 종이의 살갗까지 떨어졌다.
한 사물이 떼어간 다른 사물이 살점. 내 것이 아니다. 애인에게 간 내 마음은 결별해도 내 것이 아니다. 내 마음대로 어쩌지 못한다. 마음 한 점이 뚝 떨어져 나갔다고 포스터가 사라지지 않는다. 내마음이 무너지지 않는다. 사물에 난 상처를 그대로 두고 산다. 흉하지만 더는 아프지 않다. 괜찮다.
옛 애인은 저도 모르게 내 마음을 달고 갔을 것이다. 그 때문에 맑은 눈빛을 잃지 않기를. 다른 사랑과의 접착이 약해지지 않기를.
이민우의 사물의 사생활 중 발췌
멀어져 간 인연들과의 이별의 시간이 아무런 감정의 요동함이 없을 때 그것이야말로 미움보다 더한 슬픈 감정이 아닐런지....
눈을 떴을 때 바람소리가 윙윙대며 늦가을 추위를 알려주고 있었다.
이불 속에서 그저 천정만 바라보며 무감정의 눈을 껌뻑껌뻑대다 이내 까무룩 또 잠이 들었다.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깊은 단잠에 빠져 들었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떨어져 나간 내 마음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그 어디를 가서 헤매고 있는지 알 수가 없지만 나는 깊은 잠도 잘 들고, 넘치는 식욕으로 밥도 잘 퍼먹으며, 하얗고 둥근 달을 감탄하며 밤운동을 한다.
내 삶의 어느 것 하나 흔들림이 없이 나는 괜찮다.
그래서....더 슬프다...
그래서...더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