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에 제법 굵은 빗방울이 내려온다. 음악을 들으며 가는데 카톡이 온다.
"그런 날 있지...세상한테 내가 항상 삐져있는 느낌. 왜 맨날 나만 이래? 뭐 이런 생각...ㅎ"
가슴이 저릿하다.
친구는 지금 어려운 선택을 했고, 힘든 시간을 홀로 묵묵히 잘 견뎌내면서 지내고 있다는 걸 알기에.
통화가 필요한지 물어보았으나 예상대로 됐다고 했다. 그냥 잠시 수면 위로 숨을 토해내듯 가쁜 숨을 몰아쉬는 한 마디였을 테다.
너무나 틀에 박힌, 흔하디 흔한, 그래서 공허한 위로의 말을 나또한 친구에게 해 주기가 싫어서 그만두었다.
세상이 나한테만 윽박지르고, 나만 구박하는 듯한 느낌....죽어라, 죽어라 내게 꾹꾹 머리를 눌러대는 듯한 느낌...
그래서 정말 내가 죽어버리면 세상이 속이 시원해 할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어둡고, 끝날 것 같지 않은 긴 터널의 시간을 보내고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세상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사람들도 자기 사느라 바빠서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관심이 없다.
그저 내가 못 살겠어서 한 번씩 사람들에게 악소리 지르고 싶어서 한 번씩 불어댈 뿐 그들은 결코 자의로 나를 불러내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렇다. 다시 말하지만 세상은, 사람들은 나에게, 내 인생에, 내 결정에 관심이 1도 없다. 그냥 세상은 세상대로 흘러갈 뿐이고, 사람은 자기 숙제 하느라 여념이 없이 그저 바쁘게 나를 지나치기도 하고, 잠시 돌아보기도 하면서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그래서 외로운가?
그래서 억울한가?
그래서 외톨이고, 왕따같은가?
아니다....
나는 오히려 그래서 더 제멋대로다.
그 누가 뭐라해도 나는 제멋대로 산다. 남에게 피해 안 주고, 피곤하게 하지 않고, 이런저런 요구하면서 떼쓰지도 않고 그냥 순하게 혼자 밥도 챙겨 먹고, 혼자 술도 잘 먹고, 혼자 딩굴딩굴 잘 놀고 그러다 졸리면 또 안 징징대고 잔다. 순한 아가처럼.
그리고 혼자서 아무도 모르게 미친 짓도 가끔한다.
왜?
세상은, 사람들은 내게 관심이 없으니까.
세상이, 사람들이 가끔씩 생각이 나면 나를 찾아내어 술도 마셔주고, 좋은 말도 해 주고, 놀아주기도 하지만 거기까지다. 결국 내 문제는 내 것이다. 그래서 누구의 말이나 생각은 내게 참고사항일 뿐이지, 내 결정에 결정적인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결국은 모두 내 책임이고, 내가 선택해야 하고, 내가 수습해야 한다. 그 누구도 내게 결정을 하라고 강요할 권리는 없다.
내가 누구한테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나또한 세상이나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거나 구애받지 말자는 이야기다.
어떤 문제이든 결국은 내가 알아서 해야하는 일. 그러면 최대한 내가 즐겁고, 내가 자유로워지는 것이 맞다.
나를 불편하게 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 자꾸 눈총을 주는 것 같고, 잔소리를 해댈 것 같다면 그냥 무시하자.
잘 살든, 못 살든 내가 내 결정대로 살 자격이 있고, 권리가 있다.
눈치보지 말자.
괜히 미안해 하거나, 자책하지 말자.
아무리 대충 살려고 노력해도 자꾸만 치열하게 살게 마련이고,
아무리 세상과 사람을 밀어내며 살아가려 해도 자꾸만 그들 곁으로 비비적대게 되는 게 인생이며,
심드렁하게, 시시하게 살다가도 자꾸만 재미있어 지는 게 인생이다.
가끔 그렇게 세상이, 사람이 멀어 보이고, 홀로인 것처럼 보이는 시간이 오면 혼자의 시간을 즐기면 된다.
그리고 다시 그들의 품이 그립고, 그들의 온기가 필요하면 그들에게 다시 마음을 열면 그 뿐이다.
그 누구도 혼자이지 않은 사람이 없고, 혼자라고 느껴질 때가 많은 게 인생이다.
어둡고, 음습한 기운이 내 주변에 맴도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세상이 따사롭게 보이는 시간이 다가오게 마련이다.
단지 어둠의 지속시간을 본인이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