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피하지 않고 추억하기

마크 포네의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 리뷰 4

by 바다에 지는 별
그러나 한때 우리 경험의 토양을 경작하던 느낌과 기억들을 정리하지 못하는 것이 살아 있음의 본질이고, 오랜 상처를 계속 살아 있게 놔두는 것이 우리의 저주다.

중략

내가 당한 일들에 초점을 맞추면 비극은 계속 살아남고, 그 일들의 결과를 받아들이면 평화가 되살아난다.

-마크 네포의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 242-243 페이지 중 발췌-

50년 넘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오만가지 기억과 느낌들이 '나는 살아있다'라고 늘 펄떡펄떡 뛰어오른다.

그것이 살아 있음의 본질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신선한 발상이 놀랍다.


살아 있음을 나는 너무 자주 느끼고, 그것의 강도는 좀처럼 옅어지지 않는다.


한 일례로 많이 좋아했던 친구들과 헤어지게 되었는데 여러 가지 일상적인 일들과 겹치게 되면서 감당 못할 상황이 되어 병원치료를 받게 되었다. 그런다고 내 슬픈 마음이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잠이라도 청할 수 있었고, 그러면 또 일어나서 밥벌이를 하러 나갈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오히려 내가 반대로 다른 친구와 별다른 이야기도 없이 멀어지게 되었고, 그 친구는 내가 미웠는지 SNS에 나를 차단한 상태에 놓였다.


오랫동안 그 두 상처를 방치했고, 그 상처들은 만성 통증이 되어 나를 괴롭혔다.


좀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한번 용기를 내어 생각해 보기로 한다. 나는 이 두 일들을 통해 통증 말고 어떤 것을 느끼고, 느껴야 하는지......


좋았던 시절을 우리는 함께 했고, 세상에서 흔히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하고 귀한 서로가 되어 주었다. 그렇게 가슴 뛰게 좋아해 본 적이 없는 사이.... 그 속에 많은 감사가 있었고, 큰 치유와 성장이 있었다. 아쉬울 것이 없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서로의 시간이 다 되어 인연의 문이 닫혔다.

그 이후의 시간들 안에는 내가 사랑했던 만큼 큰 후회도 있고, 미련도 있고, 추억도 있으니 깊은 상흔으로 오랫동안 아픈 것이 온당하다.


다양한 감정들에 대해 당연히 여기기. 절대적으로 좋은 일과 절대적으로 나쁜 일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아는 우리이기에 감정의 종류에 가리지 않고 응당히 맞이하기.


사랑도, 이별도, 아픔도, 미움도 내 마음에서 자라나는 다양한 감정들이다.

다양한 감정들로 만나고 헤어지는 게 삶이고 인연이란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펼쳐진 손을 감싸 쥘 뜨거움이 남아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