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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벌머니 박타 Apr 20. 2023

EP8. 왜 그 당시 어른들은

만화보다 글로 된 책을 읽으라셨지?


일요일 아침에 디즈니 만화를 틀어줬던 방송이 있었는데, 매일 늦잠을 잤던 터라 정말 가끔 그 만화를 보곤 했다. 만화를 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게으름 피우느라 늘 그 기회를 놓치곤 했다. 어른들은 “TV는 바보상자라서 계속 보다간 바보가 된다.”곤 하셨지만 TV 속에는 정말 재밌는 것들이 많았고 그중 만화는 내 유년기의 대부분을 함께 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그 바보상자가 바보를 양산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보고 자란 세대들이 영상 매체가 대세를 이루는 세상을 열고 있다. 지면으로 된 책들이 점점 스크린으로 옮겨가고 있다. 디자인을 전공한 친구도 자신의 여자친구와 함께 웹툰을 그린다고 한다. 만화를 본다고 바보가 되지 않고 만화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한 반례가 아닐까 싶다.


또 서점에서 만화로 된 전래동화를 많이 사서 봤었다. 확실히 글로 된 것에 비해 이해하기도 쉽고 빨리 읽을 수도 있어 종이를 넘기는 재미가 있었다. 어떤 사람은 만화책을 읽는 것보다 글로 된 책을 읽어야 상상력이 풍부해진다고 했지만, 아예 안 읽는 것보단 그거라도 읽는 게 낫다고 생각하며 하나 둘 만화책들을 섭렵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이미지로 스토리를 기억해서 그런지 나는 텍스트형 인간보다 이미지형 인간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이렇듯 100% 안 좋은 것은 없다. 그저 어떤 것을 함으로써 쌓이는 능력치가 달라질 뿐이다. 예를 들어 만화 같은 메이플스토리 게임에서도 각자 다른 “직업”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나. 모두가 전사이거나 궁수라면 재미없을 것이고 다 각자가 똑같은 스킬만 써야 한다면 이보다 지루한 게임은 없을 것 같다.


스토리에는 힘이 있다. 똑같은 내용이라도 이야기를 담아서 하는 말은 확실히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만화는 매우 힘이 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그 만화가가 그려 놓은 세상을 꿈꾸게 한다. 대학에서 함께 경영을 전공하던 동기 형은 최근에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 형은 원래부터 경영학과를 오고 싶었을까? 아니면 부모나 타인에 의해 경영학과를 오게 된 것일까.’ 30세가 넘은 지금에서야 자신이 진정으로 가고 싶은 길을 찾았다는 것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무수히 많은 세월 동안 “만화책 말고 글로 된 책을 읽어라, TV는 바보상자니까 보면 안 된다.”와 같은 타인의 말을 듣고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길을 걷고 있다기 보단 남들이 보기에 이상해 보이지 않는 평범한 길들을 걸어가고 있다. 사람 일은 모른다고 해도 결국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길을 걷기 마련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웃프게도 요즘에는 만화를 잘 보지 않는다.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 만화를 통해 타인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싶기보다는, 그저 내가 그 만화의 주인공이 되어 직접적으로 그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이 해주는 조언은 감사히 받아들이되 내 인생을 좌지우지할 순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더 이상 타인의 말에 따라 흔들리는 팔랑귀가 되어선 안 된다. 세상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이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기존의 성공방식에만 국한해선 안 된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서 나의 방식을 하나 둘 입증해 나가리라. 계속해서 변화하며 발전해 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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