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율립 Jun 19. 2018

동산이화원~식물원 산행후기

꽃구경!


계절은 돌고 돌아 또 봄이 되었다. 매년 오는 이때를 사람들은 무지 기다린다. 겨울이 다 가기도 전에 각종 매스컴이 남쪽 어딘가에 숨어 있는 봄기운을 뒤져서 알린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다른 때와 다르게 새롭다는 것을 꼭 붙인다. 새봄,새싹,새단장 등으로 말이다. 그런 만큼 대지는 정말 새롭게 난리법석이다. 시내에는 갖가지 꽃나무들이 다양한 색깔로 핑방(平房)의 담장을 넘어 온다. 물가와 도로에도 잎보다 먼저 나온 꽃이 눈이 부실 정도로 화사하다. 정말로 한송이 한송이 정열을 다해서 피어 난다. 건조하기 이루 말 할 수 없는 이 북경 땅에서 말이다.
[사진]
4월의 등산은 누가 뭐래도 꽃 산행이다. 그래서 째째하게 담장 넘어 오는 것을 훔쳐 보거나 드문 드문 피어 있는 곳에 눈을 돌리는 것은 성에 차지 않아 배낭을 맨다. 버스는 청나라 황제에게 진상 했다는 배 밭이 있는 동산이화원으로 향한다. 군장촌 마을 양쪽 산에는 벌써부터 산살구,복숭아 꽃이 거무틱틱한 산을 하얗게 쓸어 버렸다. 겨우내 한번밖에 오지 않는 눈에 대한 보상인 듯 가지마다 빼곡하게 꽃송이를 달았다. 추운날 물기 하나 없어 댕강 꺽이는 나무였는데, 언제 어디서 빨아 올렸는지 아름다운 꽃송이가 돋아나니 자연은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돌아 간다.
[사진]
차에서 내려 배 밭으로 들어서니 아~~! 이거야 원! 나무 가지에는 윤기가 오르기 시작 했지만 정작 팝콘처럼 터져 나와야 할 꽃송이가 보이지 않는다. 배나무는 이제야 기지개를 펴는 중이다. 생각컨데 조금 지나 산천을 물들인 꽃들이 스러지면 광주리처럼 오붓한 과수원에 그들만의 이야기가 펼쳐 질것이다. 달이 휘영청 밝은 밤! 가지마다 하얗게 꽃송이가 달릴 것이고 정자에는 시대를 초월한 문인들이 둘러 앉는다. 이들은 술잔과 함께 밤새도록 춘야를 공감하며 “이화에 월백하고~~”를 뛰어 넘는 꽃잎보다 아름다운 시어를 가지마다 매달 것이다. 젊은 과수댁은 취기와 달빛에 물들어 더욱 예뻐지고, 지나가던 밤나그네는 음기 가득한 배꽃에 취해 질펀한 밤을 그릴 것이다. 꽃 떨어진 가지에 조롱조롱 돋아난 연두 빛 새순은 달 아래 더욱 앙징 맞다. 이러한 낭만이 있는 동산촌에는 요즘 화제가 되는 미투도 먼 나라 이야기가 된다.
[사진]
잠시 시간을 돌리니 우리 산악회가 몇 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가 생각난다. 꽃밭에서 지애비도 못 알아 보는 낮술에 취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원인은 난생처음 먹어보는 배꽃 안주에 있다. 눈으로 감상하고 입으로 맛을 보니 술은 끝임 없이 들어 갈 수밖에 없다. 그날 한동안 어렴풋한 “이화에 월백하고~~”라는 시를 완전히 외울 수 있었으니 얼마만큼의 서정과 낭만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사진]
다시 현실로 돌아와 다시 발길을 옮긴다. 오래 된 것과 몇 년 안된 배나무가 어우러진 밭은 오를수록 작아지고 길도 좁아진다. 등산로로 접어 드니 멀리서 보던 꽃들은 눈앞에 있고 또 다른 꽃나무들은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유혹 한다. 언제 피었는지 벌써 바람에 꽃잎을 날리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이제 막 봉우리가 맺힌 것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최선을 다해 활짝 폈다. 이런 길을 따라 7부 정도에 오르니 절정으로 만개한 꽃들이 목전에서 어지럽고, 건너편에는 흰 광목을 덮은 듯 빈틈이 없다. 그리고 여기 저기에서 똑 같은 소리가 들려 오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타이!피아오리앙(太漂亮)! 타이!피아오리앙(太漂亮)!”이다. 이 모습에 자동으로 틔어 나온 핸드폰을 들고 근경,중경,원경을 조준성 정열 하듯 올려 놓고 꽃잎 하나 다치지 않게 옮겨 담았다.
[사진]
그런 후 향산 망경대를 지나 콘크리트 길이 그늘 따라 늘어진 곳에서 식사를 하니 꽃놀이 나온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점심 후 소방도로를 걸으니 겨울 동안 그렇게 밋밋하던 길은 꽃 단장을 하고 사람들을 부른다. 이런 경치를 편안하게 감상하며 목적지인 식물원에 들어섰다.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쭉쭉 뻗은 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곳이다. 북경에서 쉽게 보기 힘든 풍경이다. 막 잎이 나오는 나무 사이에는 휴일을 맞은 사람들이 여유를 즐기며 봄이 왔음을 알린다.
[사진]
이제 넓은 공간에 한바탕 풀어 놓은 춘경을 만끽하면 된다. 매화,목련,산수유,작약,개나리 튜율립과 각종 나무가 구간별로 나누어진 곳에는 사람들 만큼이나 다양한 경치가 있다. 발길을 뛸 때 마다 나타나는 갖가지 꽃 때문에 자꾸만 멈추게 된다. 목련향기 한바탕 밀려 오는 곳에는 모여든 사람들이 나무를 향해 고개를 들었고, 연인들은 꽃만큼이나 아름다운 시간을 보낸다.
[사진]
오른쪽을 보니 산에서 내려오는 개울 물을 가둔 곳이 있다. 나는 직감한다. 그곳에 가면 시야 넓은 멋진 경치가 있을 것이라고! 역시나! 쭉 뻗은 나무에는 여리고 어린 초록이 아주 살~~짝 겸손하게 묻어 있다. 봄 처녀가 가녀린 붓으로 그린 듯 하다. 양 옆에는 빨갛고 흰 꽃이 생기 있는 모습으로 선명하다. 중간 중간 추운 겨울을 지켜낸 소나무와 노란 개나리가 청명절을 앞둔 계절에 맞게 어우러졌다. 멀리에는 하늘과 접한 산이 있고 아래로는 봄 기운이 밀려 온다. 이 모든 것이 물에 비쳤지만 수질 탓으로 선명도가 떨어진다. 그저 북경의 강수량을 탓할 뿐이다. 하지만 한 폭의 그림 같은 경치를 짜릿하게 구경하고 여러 종류의 꽃에 눈길을 주며 동료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니 일상의 스트레스는 온데 간데 없다. 그 외 많은 것들이 있지만 빠른 귀가를 위해 이만 마쳐야겠다.
[사진]
앞으로도 얼마간은 봄이 이어진다. 시간을 내어 야외로 나가 생동하는 대지를 느끼며 삶의 활력을 찾아야겠다. 산행을 조직하는 회장님과 집행부에 감사 드린다.

사니조아님이 SNS에 올린 고시 하나 추가 한다.

时节纷纷 청명에 보슬비는 부실부실 내리고
路上行人欲魂 길위에는 넋이 나간 나그네가
酒家何有 주막이 어디 있냐 물으니
牧童指杏花村 목동은 행화촌을 가리키네

작가의 이전글 경도제일폭~천문산(京都第一瀑~天門山)등산 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