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스튜디오 어시스턴트로 살아남기 - 취업과 창업 그 사이 어딘가.
8개월의 사진학원 과정을 수료했다.
본래 학원을 다닌 이유는 '창업'을 위해서였다.
무식하면 용감하다했던가.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올정도로 어이가 없는 생각이었다.
창업을 생각하고 학원을 다녔지만 스튜디오를 오픈하겠다,는 마음과는 거리가 멀었고.
스냅작가로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게 창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나 싶긴 하지만 사업자를 내면 그게 창업이니 뭐.
학원 선생님들은 무신사 스튜디오 같은 곳에 취업을 추천하셨다.
무신사 스튜디오의 월급을 듣고서는 내 선택지에서 아예 지워버렸다.
나는 사진을 선택한게 '돈' 때문이었다. 그 정도 월급은 스물 두살에도 받았다.
그곳을 폄하하는게 아니다. 그곳에 열심히 다니는 사람들을 폄하하는 건 더더욱 아니고.
8개월 학원을 다니고 공부하고 장비를 사서 연습해 월급 200전후 회사에 취업할 이유가 나에게는 없었다.
보통 사람(?)들은 사진 하는 사람들은 돈을 못번다고 생각한다.
통계조사에서도 포토그래퍼는 페이가 꽤나 낮은 직종으로 분류된다.
나는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여자 스냅작가한테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못해도 500에서 1000정도 버는 걸로 안다. 물론 모두 현금으로만!
모든 포토그래퍼가 돈을 잘 버는 건 아니지만 그건 많은 직종이 똑같다고 본다.
같은 일을 해도 누구는 잘 벌고 누구는 그만둘 정도로 못번다.
어떤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달렸다.
적어도 나는 그런 마인드로 사진을 시작했다.
내 두 눈으로 봤기 때문이다.
나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사진을 선택했다.
후회? 전혀없다.
월급? 매우 만족한다.
그래서인지 어딘가 모르게 내 목표는 월 천만원이었다.
과연..?
돌아와서, 학원 8개월 과정에서 살아남은 인원은 5명에서 2명뿐이었다.
나와 에이쿤.(A군)
나보다 나이가 어리고 남자인 에이쿤.
취업은 그 친구가 생각하고 있는 길이었다.
선생님들이 패션스튜디오 면접 볼 기회가 생겼을 때 그 친구에게만 의사를 물어봤다.
8개월 내내 나는 창업할거라며 떠들고 다녔으니 그럴만한다.
에이쿤의 면접 전 날 한 선생님이 나에게 너도 가서 보기만 하는 건 어떠냐고 하셨다.
생각해보니 궁금하긴했다.
스튜디오면 스튜디오지, 패션스튜디오는 어떤 곳일까.
알바몬이나 알바천국에 안나오는 일자리는 어떤 곳일까. 궁금하여 오케이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오케이 한 마디가 내 인생의 최대 터닝포인트가 되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