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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i Jun 24. 2022

SNS좋아하는 MZ세대 팀장이야기


“미나야, 나 이번에 XXX이라는 애랑 소개팅을 하기로 했는데..”

“기다려 봐. 언니가 소개팅남 신상정보 A to Z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 털어준다.”


Ꮣビ... ㉠ㅏ끔...

눈물을흘린ㄷr....


“어머어머,, 얘 아직 전 여친 못 잊은거 같은데? 여기 남아있는 글이랑 사진을 봐. 미련이 덕지덕지 남았다 야. 탈락~!”


2000년대를 강타한 그 시절 가장 핫한 SNS는 ‘싸이월드’ 였다. 청소년은 물론이고 20대, 30대, 애어른 가릴 거 없이 다들 사진과 함께 감성멘트를 날리고 도토리로 그럴듯한 BGM까지 깔아주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던 그 때.


20년이 훌쩍 지난 2022년 또한 새로운 세대가 문화를 이끌고 있다지만, 있어보이는 사진과 멘트를 올려두고 열심히 온라인 네트워킹을 하던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플랫폼과 방식만 싸이월드에서 페이스북으로, 인스타로 살짝 바뀌었을 뿐. (아, 오글거리는 멘트와 ‘싸이월드체’ 로 불리는 옛날 말투도 바뀌긴 했다.)


미나는 왕년에 온라인 탐정단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대학시절에 친구들의 소개팅남, 전남친 근황, 때로는 전남친의 썸녀까지도 친구들의 부탁을 받아 샅샅이 싸이월드를 뒤져 정보를 전해주곤 했다. 이름,학교,나이만 대충 알면 동명이인의 누군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세월이 흘러 졸업한 지도 10년이 훌쩍 지나 미나가 친구들과 하던 탐정단놀이는 더 이상 필요치 않은 듯 보였다. 시집 갈 친구들도 다 갔고, 30대가 되고 나니 어렸을 때처럼 지나간 연인에 질척거릴 시간도 열정도 사실 사라진 지 오래였다. 싸이월드도 사라졌다.


그렇다고 SNS를 끊은 것은 아니다. 꾸준히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본인 계정 업데이트는 잘 안해도 꾸준한 훔쳐보기를 위해 시도 때도 없이 접속해왔다. 그리고는 왕년에 탐정단 시절 쓰던 녹슬지 않은 실력을 발휘해 팀원들의 SNS를 탐색한다.


미나는 8X년대 팀장이다. MZ세대 팀장들과 함께하는 나름 본인도 MZ세대 팀장이랍시고 꼰대로 분류되는 건 또 싫어서 ‘요즘세대는 ~~~카더라’ 하는 것에 꽤나 많이 신경을 쓴다.


그런 수많은 카더라들 중 하나는 월요일에 출근하고 나면 상사가 점심시간에 “지난 주말에 뭐 했어~?” 화요일부터는 점심시간에 “이번 주말에는 뭐 할거야~?” 라고 묻는거였다.

미나는 그 얘기를 들은 뒤로, 가끔 밥 먹다가 혹은 회의하다가 목 끝까지 올라왔던 저 물음도 다시 삼키곤 했다.


‘아무리 요즘에 개인주의 개인주의 한다고 해도 그렇지, 그래도 팀원들 사생활도 좀 알아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러다 찾은 방법이 탐정단 실력을 발휘해 그들의 근황을 SNS에서 엿보는 것이었다.


팀원들이 요즘 먹는 것, 취미생활, 그들의 관심사부터, 미나 본인도 한 번쯤 가보고픈 핫플레이스까지 알게 되는건 덤이었다. 최근에 산 사진이 계속 올라오는 한 팀원에게는 은근슬쩍 “등산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어디부터 가야하나..” 말 건네고 이야기를 이어가기도 수월했다. 그러다가 팀원이 거부감도 없고 운 좋으면 먼저 인스타 친구를 신청하기도 했다.


‘그래, 그러고 보면 아직도 계속 SNS 하길 잘 했어.’


SNS를 좋아해온 자신을 뿌듯해하는 미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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