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에는 손님이 하나 둘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빠져 나가고, 아직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크리스마스트리 등불이 쉬지 않고, 반짝반짝거리고.
손님들이 거의 없는 JSM 수염 나고 머리 긴 직원이 이내 건반에 앉더니,
이러저러 노래를 불렀다.
'아니! 저 목소리는???? 임재범? 아니 마이클 볼튼???
'아... 울림이 있고만..."
하지만,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직장인의 신세인 지라
나도 이내 계산을 하고 자리를 나왔다.
"또 올게요~~"
~~~~ 그렇게 며칠이 지났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어느 날 저녁, 늦게 퇴근을 하는데 기분도 우울하고 해서 JSM으로 발검음을 올렸다.
며칠 전의 그 모습을 생각하고 말이다.
손님은 없고 그 직원만 덩그러니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니,
"어 며칠 전 오신 분이네요. 여기 근처 회사 다니세요?"
"네. XX회사 다녀요. 아! 그 회사 분들 여기 많이 오시는데.."
그렇게, 혼자 1시간 정도 지났는데. 그 직원이 이내 또 건반에 앉았다.
Intro가 참 차분하고 서정적인 노래.
그런데 저도 어디서도 듣지 못한 멜로디와 너무나도 슬프고, 힐링되는 가사
그리고 그 허스키한 목소리....
한 곡이 다 끝나기 전에, 노래에 취하는 이 느낌.
노래가 끝날 때 즈음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와~~~~ 짝짝 짝짝"
"근데요~ 이거 제목이 뭐예요? 처음 듣는데???"
"아. 제 자작곡입니다. '성수대교'라고요"
"너무 가사와 멜로디가 좋아요...."
그리고는 말 몇 마디, 무대 올라가서 한 두 곡을 부르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앞으로 이 집 자주 와야겠다.'
강남 그것도 압구정에서 이렇게 편안하게 힐링이 될 줄이야.
맥주에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 부르기. 듣기도 되고. 때로는 세션까지 붙고 말이야.
*** 나중에 몇 번 가보니, 먼저 그 직원은 실장이라고 다들 칭하였고, 그곳은 음악을 듣고 부르고 연주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그런 곳이었다. 음... 말하자면 하나의 해우소?? 아니 아지트와 같았고 뜨내기손님이 아닌, 정말 술과 음악에 취하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그런 곳이었다. ***
~~~~~~~~ 그 이후 내가 그곳을 몇 번을 갔는지 셀 수가 없을 정도였고, 나는 어느새 그 실장과 친구사이가 되어 있었다. ~~~~~~
그러던 어느 날, 1차를 다른 곳에서 하고 직원들과 2차로 JSM을 들렀다.
그날은 손님들로 북적거렸고,
나와 일행은 꽤나 많은 빈 맥주병을 놔두고
새벽 1시경 취한 상태에서그 집을 나왔다. 유독 집으로 가는 택시가 잡히질 않았다.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JSM으로 다시 가자라고 했고,
나는 이미 발걸음을 다시 JSM으로 옮기고 있었다.
(내가 미쳤지...)
그 친구는 건반을 두드리며, 혼자 노래 연습 중이었다.
"야! 왜 다시 오냐?" (부산 사투리를 어떻게 옮겨야 할지를 모르겠다. ㅎㅎ)
(술 취한 목소리로) 야. 너 '성수대교' 나 좀 한 번 니 건반에 맞춰서 한 번 불러 보자.
그 친구는 선 뜻 내키지는 않은 듯 한 표정이었으나,
그래 뭐 손님도 없고...라고 생각한 듯하다.
그 친구가 직접 쓴 가사는 노란 종이 위에 담겨 있었다.
나는 그걸 얼른 핸드폰 카메라고 찍었다. 나중에라도 그 가사를 가지고 혼자라고 흥얼거리고자.
그렇게 새벽 1시부터 2시 30분까지 그 노래만
수 차례 부른 것 같다.
원곡자인 그 친구에게 약간의 혼 까지 들으면서 말이다.
이 부분은~ 저 부분은~~ 아니 다시~~ 아니 다시~~ 마치 내가 음반을 발매하는 가수인 양진심을 대하여
나에게 전달해 주었다.
그날 이후 나는 그 친구의 다른 자작곡 노래보다 '성수대교'를 자주 흥얼거리고 부르곤 했다.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는 음원이기에... 오직 그곳에서만 가끔씩 들을 수 있는 곡이기에..
~~~~~~~~ 그렇게 그곳 압구정에서의 나의 생활은 계속 흘러갔다. 그러다 나도 다른 계열사발령이 나서, 자주 들르지는 못 했지만 이따금 직원들을 데리고 그곳까지 몇 차례 가서 나만의 아지트인 양 자랑하면서 술 병을 비우곤 했다. ~~~~~
~~~~~~~~ 더 시간은 흐르고, 갈수록 찾아가는 빈도가 뜸 해 지고 어느새 그곳은 서서히내 머릿속에서 잊혀 가는 듯했다...
그런데 어느 날!!!
티브이에서 그 친구가 나오는 것 아닌가?
너/목/보에서 그리고, 싱어게인에서 말이다.
어!!!! 압구정 허도사?? 어!!! 어!!!
출연한 배경은 나도 묻지는 않았지만,
방송을 타고 그 며칠 후
"XX야 잘 지내지? 방송에 네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여하튼 건승하길 바란다. 잘 지내고~"
가끔씩 유튜브를 보면, 그 친구 소식이 들려와서 반갑다.
잘 되고 못 되고를 떠나서, 누군가의 안부를 내가 궁금할 때마다 알 수 있다는 것 말이다.
너무 과거 지향적이면 발전이 없다?라고 어디선가 그랬던 것 같다.하지만, '추억, 기억'은 꺼내 먹으라고 있는거 아닌가. 지우라고 있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