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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park Jul 26. 2023

오~ 성/수/대/교

가슴속 아직도 아지트인 그 곳.

참고로 이 글은 특정인이나, 특정장소에 대한 홍보성의 글이

아닌 저의 회상 글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압구정 성수대교 남단 사거리.

사거리에 서 있다 보면, 대한민국의 외제차는 다 와 있는 것 같았고 그 수많은 외제차 들이 어찌나 빵빵 대던지. ㅎㅎ

그 곳은 여름 한 낮 더위가 다른 곳 보다 더 높았던 것 같다.


'성수대교' 그리고 '그 곳'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압구정 근처의 회사를 다녔다.

입사 초기 나름의 야근을 많이.혼자서 말이다..

회사의 일에, 사람들에 적응을 하느라.


한 3개월을 그리 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금방 번아웃 되는 상황의 연속... 시간은 밤 11시..

밤늦게 압구정역을 가는데, 길거리 눈에 보이는 포차 하나.


배도 출출하고

'그래. 오늘 저기서 소주 딱 1명만 먹고 가자'

"사장님. 소주 1병 하고, 떡볶이 하고

음.... 유부우동 하나 주세요!"

밤늦게 지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길가 쪽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손님. 여기요! 우리 집 김치가 김장김치 직접 담근 거라서 맛있을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소주병을 따며... 꼴꼴꼴꼴꼴...

소주 첫 잔을 따르는 소리는 지금 들어도

아주 안정적이며 경쾌한 소리. 너무 좋다. ㅎㅎㅎ


그런데 신기한 건, 그 맛있는 소주가 쓴 맛이 그리 나니

채 한 병도 못 먹는 것이었다.

'아! 혼자 마시는 소주는 왜 이리 쓰지?!!'

혼잣말을 하며, 5잔을 마시고 자리를 일어났다.

압구정역을 내려가며, 이어폰을 꽂았다. 음악을 듣는 순간 다음 곡이 뭐라는 것도 알 정도였으니..

음원도 지겨웠을 거다. AI가 그때 있었다면 좀 노래 좀 바꿔라라고 했을 듯.


그다음 날도, 야근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

그 포차에서 또 똑같은 짓.

'오늘은 한 병 마셔 봐야지~'

사장님이 어찌 아셨는지

"퇴근이 매일 늦으시네에~~"

"네. 이 근처 회사 온 지 얼마 안돼서요 ~~"

하지만 그날도 혼자 한 병 마시기 실패.

혼자 마시는 한 병은 나에겐 무리인가?


~~~~~ 그렇게 몇 날 며칠이 지났다.


어느 저녁 어김없이, 야근을 하고 맥주 한 잔이 생각나서..
주변을 잠시 배회하는데 어디서 기타, 드럼 소리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소리 나지막이 들렸다.

쿵쿵 쿵쿵 소리 말이다.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에는 JSM (좋은 세상 만들기) 라고 간판이 조그많게 페인트칠되어 있었다.


'뭐지 여긴?'

아..... 어슴푸레한 조명, 담배 연기,

왁자지껄 한 사람들...

그리고 저 구석에서

기타/드럼/건반 그리고 아주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한눈에 쭈욱 들어온다.


"혼자 세요?"

"네!" (이내 구석에 자리에 비어, 가방을 던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술 취한 사람들이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시고 있고,

이내 머리가 길고 수염 난 직원이 와서

땅콩하고 뻥튀기그릇을 놓고 간다.

나도 일어나서 냉장고로 가서....

'뭘 마시지...' (산미구엘? 사무엘 아담스? 하이네켄?.... 사무엘 아담스 두병을 들었다.)

혼자 마시면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무대로 올라가서 노래를 신청하고,

MR로 미리 예약을 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모든 곡이 다 연주를 해 주는 것 아니었다.

부분 MR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까 그 수염에 긴 머리의 직원이

이내 건반에 앉더니 머리 한 번 젖히고,

건반에 손을 올리고 조용히 테스트를 하는 것이었다.

노래를 신청한 아마추어 가수는 이미 술이 많이 취해서,
'얼마나 잘하겠어' 했는데...

아니 '고수인가?'....

다들 실력자!!! 이더라.


~~~~~ 시간이 꽤 흘러, 새벽 1시가 다 되었다.

테이블에는 손님이 하나 둘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빠져 나가고, 아직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크리스마스트리 등불이 쉬지 않고, 반짝반짝거리고.


손님들이 거의 없는 JSM
수염 나고 머리 긴 직원이 이내 건반에 앉더니,

이러저러 노래를 불렀다.

'아니! 저 목소리는???? 임재범? 아니 마이클 볼튼???

'아... 울림이 있고만..."


하지만,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직장인의 신세인 지라

나도 이내 계산을 하고 자리를 나왔다.

"또 올게요~~"


~~~~ 그렇게 며칠이 지났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어느 날 저녁, 늦게 퇴근을 하는데 기분도 우울하고 해서 JSM으로 발검음을 올렸다.

며칠 전의 그 모습을 생각하고 말이다.

손님은 없고 그 직원만 덩그러니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니,

"어 며칠 전 오신 분이네요. 여기 근처 회사 다니세요?"

"네. XX회사 다녀요. 아! 그 회사 분들 여기 많이 오시는데.."


그렇게, 혼자 1시간 정도 지났는데. 그 직원이 이내 또 건반에 앉았다.

Intro가 참 차분하고 서정적인 노래.

그런데 저도 어디서도 듣지 못한 멜로디와 너무나도 슬프고, 힐링되는 가사

그리고 그 허스키한 목소리....

한 곡이 다 끝나기 전에, 노래에 취하는 이 느낌.

노래가 끝날 때 즈음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와~~~~ 짝짝 짝짝"

"근데요~ 이거 제목이 뭐예요? 처음 듣는데???"

"아. 제 자작곡입니다. '성수대교'라고요"

"너무 가사와 멜로디가 좋아요...."

그리고는 말 몇 마디, 무대 올라가서 한 두 곡을 부르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앞으로 이 집 자주 와야겠다.'

강남 그것도 압구정에서 이렇게 편안하게 힐링이 될 줄이야.

맥주에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 부르기. 듣기도 되고. 때로는 세션까지 붙고 말이야.


*** 나중에 몇 번 가보니, 먼저 그 직원은 실장이라고 다들 칭하였고, 그곳은 음악을 듣고 부르고
연주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그런 곳이었다. 음... 말하자면 하나의 해우소?? 아니 아지트와 같았고 뜨내기손님이 아닌, 정말 술과 음악에 취하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그런 곳이었다. ***

~~~~~~~~ 그 이후 내가 그곳을 몇 번을 갔는지 셀 수가 없을 정도였고,
나는 어느새 그 실장과 친구사이가 되어 있었다.  ~~~~~~


그러던 어느 날, 1차를 다른 곳에서 하고 직원들과 2차로 JSM을 들렀다.

그날은 손님들로 북적거렸고,

나와 일행은 꽤나 많은 빈 맥주병을 놔두고

새벽 1시경 취한 상태에서 그 집을 나왔다.
유독 집으로 가는 택시가 잡히질 않았다.


안의 또 다른 나는 JSM으로 다시 가자라고 했고,

나는 이미 발걸음을 다시 JSM으로 옮기고 있었다.

(내가 미쳤지...)


그 친구는 건반을 두드리며, 혼자 노래 연습 중이었다.

"야! 왜 다시 오냐?" (부산 사투리를 어떻게 옮겨야 할지를 모르겠다. ㅎㅎ)

(술 취한 목소리로) 야. 너 '성수대교' 나 좀 한 번 니 건반에 맞춰서 한 번 불러 보자.

그 친구는 선 뜻 내키지는 않은 듯 한 표정이었으나,

그래 뭐 손님도 없고...라고 생각한 듯하다.


그 친구가 직접 쓴 가사는 노란 종이 위에 담겨 있었다.

나는 그걸 얼른 핸드폰 카메라고 찍었다. 나중에라도 그 가사를 가지고 혼자라고 흥얼거리고자.

그렇게 새벽 1시부터 2시 30분까지 그 노래만

수 차례 부른 것 같다.

원곡자인 그 친구에게 약간의 혼 까지 들으면서 말이다.

이 부분은~ 저 부분은~~ 아니 다시~~ 아니 다시~~ 마치 내가 음반을 발매하는 가수인 양 진심을 대하여

나에게 전달해 주었다.


그날 이후 나는 그 친구의 다른 자작곡 노래보다 '성수대교'를 자주 흥얼거리고 부르곤 했다.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는 음원이기에... 오직 그곳에서만 가끔씩 들을 수 있는 곡이기에..


~~~~~~~~  그렇게 그곳 압구정에서의 나의 생활은 계속 흘러갔다. 그러다 나도 다른 계열사 발령이 나서, 자주 들르지는 못 했지만 이따금 직원들을 데리고 그곳까지 몇 차례 가서  나만의 아지트인 양 자랑하면서 술 병을 비우곤  했다. ~~~~~


~~~~~~~~  더 시간은 흐르고, 갈수록 찾아가는 빈도가 뜸 해 지고 어느새 그곳은 서서히 내 머릿속에서 잊혀 가는 듯했다...


그런데 어느 날!!!

티브이에서 그 친구가 나오는 것 아닌가?

너/목/보에서 그리고, 싱어게인에서 말이다.

어!!!! 압구정 허도사?? 어!!! 어!!!


출연한 배경은 나도 묻지는 않았지만,

방송을 타고 그 며칠 후

"XX야 잘 지내지? 방송에 네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여하튼 건승하길 바란다. 잘 지내고~"


가끔씩 유튜브를 보면, 그 친구 소식이 들려와서 반갑다.

잘 되고 못 되고를 떠나서, 누군가의 안부를 내가 궁금할 때마다 알 수 있다는 것 말이다.


너무 과거 지향적이면 발전이 없다?라고 어디선가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추억, 기억'은 꺼내 먹으라고 있는거 아닌가. 지우라고 있는 건 아니겠지.

적어도 나한테는


그 곳.

나의 30대 중반 부터 함께했던,

그 곳.

지금은 나에겐 잊혀진 그리고 실제로도 없어진

그 곳.

잠시 생각하며, '성수대교' 소개로 마무리 하고자 한다.



- 성. 수. 대. 교 -

성수대교를 건너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많은 신호등이 지나쳐가네

많은 생각들이 스쳐가듯


무거워진 새벽 공기 속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시간은 도로 위에 자동차처럼

계속 분주하게 달려가네


희망은 오늘을 버티게 하고

불안함은 내일을 물들이네

하루는 기쁨에

하루는 슬픔으로

그렇게~ 그렇게


오~ 성수대교

마음의 밤하늘을 수놓는 불 빛

또~ 살아가네

어느새 끝자락에 매달린 별 빛


어쩌다 비가 오는 날엔

산란한 안개사이로

수줍은 소녀처럼 고갤 내밀고

물끄러미 나를 바라만 보네


스스로를 위로하는 노래도

돌아오는 막막함으로

또다시 모래 위에 흩어져가는

그림처럼 서글퍼만 지네


또~ 살아가네

어느새 끝 자락에 매달린

나지막이 떨리는

가슴속에 떠있는 별 빛

https://youtu.be/whQEUXoN2xo


https://youtu.be/hgSsud62RfM


https://youtu.be/hT90uJ_HQ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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